현실이 된 ‘다문화 사회’, 비행기 타야만 선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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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다문화 사회’, 비행기 타야만 선교는 아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8.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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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26) - ‘대이동’의 시대, 선교의 지평이 바뀐다

‘민족교회’의 한계 넘어 우주적 공동체 추구해야

흩어진 자들에 의한 선교, 새로운 선교 활로 열려

▲ 전 세계적인 인구의 이동으로 인해 이주민, 디아스포라 선교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굳건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온 250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귀화로 한국 국적을 획득한 이들과 잠시 머물다 간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해 진다. 누군가는 인정하기 싫을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사회’다.

4번에 걸친 산업혁명은 갈수록 세계를 ‘좁게’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만들어진 동영상에 한국인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단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꿈만 같던 해외여행은 젊은이들에게 보편적인 취미활동의 하나가 됐다.

급격한 세계화는 ‘선교’의 개념도 흔들어 놨다. 선교는 더 이상 ‘해외 오지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만을 말하지 않는다. GBT성경번역선교회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정민영 선교사는 “이제는 지리적 확장만을 의미한 ‘해외 선교’보다 ‘타문화 선교’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배 타고, 비행기 타고, 큰맘 먹고 떠나야 볼 수 있던 이들이 지금은 우리 곁에 있다. 이제 우리가 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지 고민할 차례다.

 

‘순혈주의·민족교회’를 넘어서

단일민족의 자부심은 때론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가 되게 하는 부작용도 불렀다. 이미 세계화가 진행된 지 오래고 주변에서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음에도 ‘다문화 사회’라는 표현이 쉽게 수긍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동질성은 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폭발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경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일까. 정민영 선교사는 오히려 “성경이 가르치는 우주적 교회론을 한국교회에 적용시킨다면, 순혈주의로 비롯된 높은 동질성은 장점이기보다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한다.

범세계적인 대이동으로 점점 다문화사회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도 교회 안 민족주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외국인들을 만나고 섬겨야 할 주체는 전통적 의미의 선교사가 아닌 지역교회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정 선교사는 “다문화 상황은 한국교회에게 위협이 아니라 성경적 교회의 구현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놀라운 기회”라면서 적극적으로 타문화권에 교회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타문화 포용 지수의 함양도 이주민 선교에 앞서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안타깝게도 우리사회에는 외국인들,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랍권에서 온 이들을 은근히 깔보는 문화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교는 용서받은 죄인이 다른 죄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지 우리보다 못한 외국인에게 동정을 베푸는 일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을 선교사로 ‘역파송’ 하라

미래 선교의 시선은 필연적으로 우리 곁에 온 이주민들에게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회가 주목해야 할 곳은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경남 진주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섬기고 있는 이대흠 목사(진주브니엘교회)는 “크리스천에겐 우리 곁에 온 나그네들을 돌볼 선교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수치적으로는 이미 다문화 사회에 돌입했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달 초 한 일간지의 조사에서 20대의 78%가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예멘 난민을 향한 부정적 시선도 여전하다.

이대흠 목사는 “한국은 아직 난민을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지적하면서 “유럽식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나 미국식 ‘도가니(melting pot)’ 모델이 아닌 한국 사정에 맞는 이민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난민과 이주민 노동자들을 우리가 섬겨야 할 대상으로 보는 동시에 미래 선교자원으로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이 한국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고향에 미칠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주민들을 섬기면서 실제로 본국에 다시 파송하는 사례도 만들고 있는 온누리M센터의 노규석 목사는 “본국에 돌아간 이들이 현지에서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키우는 놀라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면서 “한국에 온 이주민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긴다면 복음전파의 새로운 길이 개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한한 가능성, ‘디아스포라 선교’

우리 곁에 다가온 이주민들이 있다면 우리 땅을 떠난 재외동포들도 존재한다. 외국인들이 200여 개국에서 우리나라로 왔듯, 우리 국민 또한 전 세계 200여 개국으로 뻗어 나가 있다. 선교적 목적을 가지고 나갔든 혹은 그렇지 않든 외국 사회의 일원이 된 이들은 중요한 선교자원이다.

흩어진 사람들, 즉 디아스포라에 의한 선교 역사는 성경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사도행전(8:4, 11:19~20)은 환난, 혹은 다른 이유로 흩어진 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예수를 전파했다고 기록한다. 디아스포라 선교의 중요성은 이주의 양과 범위가 20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 지금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디아스포라로 흩어진 교회들로부터 새로운 선교의 길이 개척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인교회인 파리제일장로교회(담임:김요한 목사)는 아프리카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우리나라에서 하기 힘든 아프리카 선교의 허브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박기호 교수(풀러신학대학원)는 “하나님은 선교적 의도를 가지지 않고 외국에 나간 사람들까지도 사용하신다. 크리스천은 어디에 있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할 수 있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겸손하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적극적으로 사회를 섬기는 것부터가 선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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