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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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목회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8.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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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5)

“제 목회는 노가다 목회입니다”

매일 저녁 200여명의 어린이와 어른이 모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물놀이를 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여름성경학교 대신 어린 꼬마들과 어른들이 모여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우리들의 여름이야기’라는 타이틀로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여름이야기 중 가장 재밌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한 시간이 물놀이 시간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m 넘는 거대한 수영장에 50여명 이상이 물에 들어가고, 10개의 조에 속한 여자 성도들이 흡사 격투기 대회처럼 격렬한 수구대회도 진행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여러 개의 조립식 수영장을 만들고, 영아부들이 편히 놀 수 있는 따뜻한 공간까지 만들어 준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 부교역자들이 수고하고, 각조에서 지원을 해 주지만,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 14:4) 이 말씀의 해석은 간단합니다. 예전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소가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소를 키운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지요. 매일 먹어야 하고, 구유를 청소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된다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귀찮고 더럽다고 소 키우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함께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목회자와 신학자는 다릅니다. 신학자는 서재에 들어가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목회자는 현장에서 성도들과 함께 뒹굴 수 있어야 합니다. 목회자가 물론 신학자도 되어야 하지만, 목회자라면 어린 꼬마부터 나이 드신 모든 어른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가 가진 목회의 생각입니다. 언젠가 주일예배 후 1층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제 옆에 초등부 꼬마가 같이 자리했습니다. 그 꼬마가 제게 묻더군요. “아저씨 누구세요?” 

이 질문이 저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우리 교회 나오는 아동부 꼬마도 모르는 담임목사? 이게 과연 건강한 공동체인가? 교회는 공동체인데, 내가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  우리 교회 아동부 중고등부 친구들이 목회자를, 장로님이나 권사님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교회의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어떤 것이 ‘우리들의 여름이야기’였습니다.

‘노가다 목회’, 온 몸으로 뛰어야 하는 목회이기도 하죠. 부교역자들도, 200~300여명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집사님이나 권사님들도, 그 인원들을 재미있고, 활기차게 인도해야 할 10개조의 조장님들이나 총무님들도 모두가 더운 여름에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노가다 목회가 나름대로 무진장 재밌는 건 사실이라니까요.
유치부 꼬마들과 담임목사가 물싸움 하는 거 보셨나요,  아동부나 중고등부 아이들이 장로님들이나 집사님들과 물싸움 하는 교회 보셨나요? 

아직 더운 여름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행복하게 여름 나는 우리들의 여름이야기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의 노가다 목회는 제가 목회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기도 하구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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