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질적 성숙’, 그래도 선교사 파송은 계속돼야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25) - 한국선교, 양적 성장은 끝났나 한현구 기자l승인2018.08.10 10:13:51l수정2018.08.10 12:49l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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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교사 파송 증가수, 10년 새 10분의 1로 감소

‘성과주의’ 부작용 반성 속에 ‘질적 성숙’ 담론 대두

▲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한국교회의 선교사 파송 증가는 10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통계:KWMA)

최근 10년 동안 91.7% 감소. 만약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깜짝 놀랄만한 수치다. 경제를 책임지는 공직자들과 대기업 총수들이 모두 모여 몇날 며칠 밤새며 대책을 고심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한국교회의 선교사 파송 증가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07년 2,801명에 달했던 한국교회의 선교사 증가는 10년 후인 2017년 231명으로 급감했다. 그나마도 0명이었던 2016년에 비하면 소폭 증가한 숫자다.

물론 해명은 있다. 교단 선교부나 선교단체에 이중으로 소속돼 있던 선교사들의 숫자가 정리되고 있다는 것. 이중으로 기록됐던 ‘허수’가 사라지고 실제 통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KWMA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10년 만에 10분의 1로 줄어든 가파른 감소세가 납득되지 않는다. 양적성장의 둔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교계는 이제 규모와 숫자에 목매던 과거에서 벗어나 질적 성숙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도저식 양적성장에 대한 주도적 반성에서 나온 ‘질적 성숙’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여나 급감하는 숫자를 바라보며 다급히 대안으로 내놓은 ‘질적 성숙’이라면 조금 씁쓸하다. 과연 ‘양적 성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과 비판

KWM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7년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는 27,436명이다. 바로 앞선 2016년에 비해 231명이 증가했다. 21세기 초 과감하게 목표로 잡았던 ‘10만 선교사 파송’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목표 기한인 2030년까지는 아직 10여 년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증가세를 생각하면 10만 선교사 파송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선교계의 중론이다.

앞으로도 선교사 파송은 지금 숫자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교한국 상임위원장 이대행 선교사는 더 이상 폭발적인 양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그동안은 한국교회의 성장에 발맞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제 한국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선교적 역량이 어느 정도 채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 선교사수가 3만 명에 육박하고 한국교회 성장도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증감율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벽에 부딪힌 양적성장을 바라보는 선교계는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결과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선교사 파송수의 증감으로 선교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시기는 지났다는 것.

미션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는 “준비되지 않은 선교사를 많이 보내는 것보다 준비된 선교사 소수정예를 파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선교지에서 요구하지도 않은 인력을 일방적으로 보내며 수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선교지의 필요에 맞춰 훈련된 선교사를 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SIM 대표 김경술 선교사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숫자에만 집중하고 내실을 기하는데 소홀하면서 생긴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선교사는 “가파르게 성장한 한국교회의 선교가 숱한 열매를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미성숙함에서 비롯된 실수 역시 많았다”며 그 원인으로 ‘열정으로 착각한 개인주의적 경쟁’과 ‘성과주의’를 지목했다.

‘질적 성숙’ 담론은 이러한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됐다. 김경술 선교사는 “양적 성장에 몰두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선교단체, 효과적인 돌봄이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난 선교사 수, 교세 확장에 목표를 둔 교단 선교부의 전략은 날로 감소하는 선교 후원과 맞물려 총체적인 문제를 빚었다”며 “이제는 복음 전파를 향한 열정은 유지하되 흥분은 가라앉히고 냉정한 전략과 시스템 강화를 꾀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질적 성숙, 어떻게 할 것인가

양적 성장에 대한 반성과 질적 성숙에 대한 고민은 ‘선교사 중심의 선교 정책’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선교사 파송 숫자에 대한 집착을 멈추고 모든 성도가 삶 속에서 선교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주목받은 것이 바로 ‘선교적 교회 운동’이다. 선교적 교회 운동은 기존의 ‘세일즈’와 같은 전도방식을 반성하고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모든 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선교단체 SM 총재 맥스 치스몬 목사는 “선교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회심한 모든 성도는 구원의 확신을 얻는 그 순간부터 선교로의 부르심이 시작된다”면서 “오지에 있는 선교사나 사람이 많은 대형교회만이 선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선교 계획은 너와 나, 우리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했다.

한국OMF 손창남 선교사가 제안한 ‘풀뿌리 선교 운동’ 역시 궤를 같이한다. 풀뿌리 선교 운동은 모든 교회가 선교하는 것을 넘어 모든 성도들이 흩어진 자리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운동이다.

손창남 선교사는 ‘배를 타고 선교지에 간다고 갑자기 선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본국에서 선교사가 아니라면 배를 타고 넘어 간다고한들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허드슨 테일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교회는 그동안 진행했던 선교사 중심의 선교 운동에서 흩어진 사람들, 즉 풀뿌리 선교 운동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과 ‘질’의 균형이 숙제

선교적 교회 운동과 풀뿌리 선교 운동을 통해 보듯 다가오는 미래의 선교는 ‘전임 선교사’와 ‘일반 성도’들 간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와 성도로부터 온전히 후원을 받아 사역하는 전임 선교사보다 다른 직업을 가진 채 선교하는 BAM 선교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모든 크리스천들의 ‘선교적 삶’을 위한 운동은 분명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질적 성숙을 위한 노력이 해외 선교 역량의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대행 선교사는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삶을 사는 성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분명 전임 선교사가 필요한 영역이 있고 전임 선교사로의 헌신 역시 꼭필요하다”면서 “전임 선교사 증가세의 감소는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이 실질적인 선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도 숙제다. 한국목회자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고 답한 교회의 비율은 2012년 31.4%에서 2017년 15.9%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적 삶’만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내 주변사람들에게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선교의 전부라고 오해할 수 있다”면서 “아직도 세계에는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이 많고, 전하는 자가 없이는 들을 수 없다. 앞으로는 해외에 나가는 선교 역량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 안에서 선교적 삶을 살 수 잇도록 도전하는 것이 한국 선교계에 남겨진 숙제”라고 강조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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