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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호 목사
  • 승인 2018.08.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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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지금부터 89년 전 한국 땅을 찾은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1899년 서우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1929년 한국을 찾은 분입니다. 그의 이름은 (Dwight R. Malsbary) 한국명 마두원 선교사입니다.

그가 처음 도착한 곳은 평양인데, 평양의 숭실전문학교에서 음악으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한국에 서양음악을 소개하고 숭실-밴드를 조직합니다. 1936년 일본이 신사참배를 강요하자 마두원은 학교를 사임하고 학생들과 자기 집에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한국 교회 1세대를 대표하는 방지일 목사와 신학자 박윤선 목사도 당시 함께 기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일제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마두원을 가만히 두지 않고 1940년 강제추방을 하게 됩니다.

할 수 없이 마두원은 캐나다로 건너가서 음악교수로 활동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삶이 보장된 생활입니다. 그런데 해방 후 194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1961년 김치선 목사와 함께 예수장로교 성경장로회를 창립했고, 강원도 홍천군 일대에 27개 교회를 개척하고 많은 목회자들을 배출했습니다. 음악과 목회 활동뿐 아니라 홍천에 병자들을 위하여 제이드병원을 개원하여 의료선교에도 헌신을 다했습니다.

1977년 마두원 선교사는 교통사고로 숨지기까지 홍천군 두촌면에서 살았습니다. 그가 이토록 고국과 편한 삶을 뒤로하고 고생과 헌신을 다하며 살았던 이유는 어쩌면 그의 ‘나그네 의식’ 때문입니다. 그는 나그네 인생을 편안함이 아닌 선교를 위한 험악한 삶을 살았습니다.

애굽 왕 바로가 야곱에게 물었습니다. “네 나이가 몇이냐?” 고대 사회에서 한 나라의 왕이 나이를 묻는다는 것은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입니다. 더구나 세계최강국의 왕이 이렇게 물은 것은 대단한 호감을 보인 것입니다. 자식(요셉)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고, 총리대신이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국무총리 아들 덕에 왕의 특별대접을 받는 야곱의 인생은 제법 잘된 것 같습니다. 너무 근사하고 부러울 일이어서 대답도 분위기에 맞춰 근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야곱의 대답은 솔직 담백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살았나이다.” 나이를 물었는데, ‘나그네 길’을 강조합니다.

야곱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은 그의 고백처럼 ‘나그네 의식’입니다. 험악한 세월 중에 인생은 ‘나그네’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더 나은 본향’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히브리서는 야곱을 포함한 여러 믿음의 사람들이 ‘더 나은 본향, 영원한 천국을 사모하며 살았음을 증거합니다.

야곱처럼, 마두원 선교사처럼 때로 험악한 나그네 인생길을 본향을 사모하는 믿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시는 그리스도인들 되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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