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로 끝나면 의미 없어…말씀에 순종하는 삶 견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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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로 끝나면 의미 없어…말씀에 순종하는 삶 견인할 것”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7.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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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한국 대회 30주년, 상임위원장 이대행 선교사 인터뷰

1988년 시작한 선교한국 대회는 이제 한국교회에서 ‘청년 선교 동원운동’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90년대 폭발적인 성장을 발판으로 한국교회가 해외로 뻗어나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양상이 달라졌다. 막힘없이 늘기만 할 것 같던 선교사수의 증가는 벽에 부딪혔다. 특히 청년 선교 자원의 감소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선교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선교한국의 앞에는 과제가 산적하다. 한국교회와 선교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느라 30년을 축하할 시간도 모자랄 정도다. 오는 8월 6일부터 10일 세종대에서 열리는 선교한국 2018 대회를 앞두고 대회준비에 한창인 상임위원장 이대행 선교사를 만나 한국선교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 선교한국 상임위원장 이대행 선교사.

선교한국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자부심과 아쉬움이 공존할 듯하다. 30년의 발자취에 대해 평가해 달라.

선교한국이 해온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지역교회에 선교적 사명을 고취시키는 역할, 둘째는 여러 선교단체의 수평적 연합을 이룬 플랫폼 역할, 셋째는 세계선교 전략을 각 교회와 단체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30주년인 이번 대회에서 선교한국 대회가 한국교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시기로 구분해도 역시 세 단계다. 90년대까지는 선교한국이 독보적인 역할을 했다. 선도적으로 타문화권 선교를 다뤘고 축적돼있던 한국교회의 에너지를 결집시켰다. 흔히 말하는 한국교회의 폭발적 성장기다.

2000년대 이후는 다핵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선교 역량이 지역교회로 흩어지는 시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선교한국이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거나 적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2010년대 이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30년을 거치면서 과제도 쌓였다. 지금은 사회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시대다. 선교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40개 넘는 단체의 연합인 선교한국의 의사결정구조가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지 고민이 있다. 매 대회마다 조금씩 감소하는 참가자 수도 고민 중 하나다.

청년 선교 동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선교한국 대회 참가자 수의 감소도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싶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흔히 지적하듯 단순히 교회의 도덕적 타락으로만 청년 세대의 선교 동원과 신앙 문제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의 변화 흐름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금 선교한국 대회의 주류를 이룰 세대는 IMF로 인한 사회의 붕괴를 경험한 세대다. 무엇보다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다.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고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다. 종교를 보는 시선도 다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숫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규모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규모의 축소에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한국교회의 자원들만 잘 훈련돼도 선교역량을 펼치기 충분한 숫자다. 900만으로 추산되는 우리나라 기독교인 모두가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겠는가. 문제는 내용이다.

선교운동의 한 줄기로 평가받는 SVM 운동, 건초더미 기도운동이 활발했던 시기는 기독교가 호평을 받던 시기가 아니었다. 건초더미로 나간 이유는 캠퍼스에서 기도하면 돌을 맞았고 비지성인으로 매도를 당했기 때문이다. 선교를 간다고 하면 멍청한 소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속에 견디며 기도하는 크리스천을 하나님이 사용하셔서 역사를 일으키셨다. 숫자가 얼마나 되냐를 주목하기보다 우리가 기도하고 순종하는 한 사람이 돼야 한다.

▲ 지난 2016년 개최된 제15회 선교한국 대회.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성을 깨우기 위해 선교한국 대회에서 어떤 것을 준비했나.

우리가 청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나. 선교한국 대회의 집회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집회의 웅장함이 청년들의 인생을 바꿔놓지 않는다.

정답은 오직 성경이다. 올해 대회에서 가장 중점을 둔 섹션은 ‘미셔널 바이블’(Missional Bible)이다. 23인의 강사들이 각자 다른 본문으로 선교적 관점에서 성경을 강해하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이 지금 한국교회에 주시는 말씀을 듣고자 한다.

대회의 전과 후도 말씀으로 채워진다. 대회가 시작하기 30일 전부터 참가 신청자들에게 큐티본문과 묵상을 제공하며 말씀으로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60일간 바이블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나눠준다. 그래서 선교한국 대회가 단순히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한 개인이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도록 견인하는 것이 목표다.

예멘 난민 이슈는 노마드 현상의 가속화와 선교 지평 변화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래의 이주민 선교 양상과 그 속에서 선교한국의 역할을 예측해 본다면?

한국사회가 무슬림을 낯설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쇄국정책을 펼 수는 없는 시대다. 결국 그들과 우리의 갭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가 쟁점이다. 여기서 타문화권 선교사들이 도울 역할이 있다고 본다.

난민 문제는 투 트랙(Two-track) 노선이 필요하다. 난민의 적합 여부와 위험성을 심사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타부타할 것이 없다. 대신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갈등의 중재와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 안에 들어온 이주민에 대한 선교 전략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특히 이슬람 전문가는 손에 꼽을 만큼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장경험과 전문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해외로 나가는 선교 역량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분명 해외에도 복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우리가 전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는 해외로 나가는 선교 역량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 안에서 선교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

그 속에서 선교한국의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대회에서는 10년 단위의 방향을 설정하고 5년 단위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자 한다. 선교한국은 계속해서 연합 선교단체로서 한국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더 많은 지역교회가 선교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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