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하나님 전하고 예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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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하나님 전하고 예배해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7.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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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이미 아직' 개인전 개최한 양정은 작가
▲ 양정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사님들이 설교를 통해 말씀을 전하듯, 저는 그림을 통해 하나님을 전합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이미 아직'(already not yet) 무료 개인전을 개최한 양정은 작가(29·서울은현교회)의 고백이다. 

2014년 백석예술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2학기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양정은 작가. 전시 마지막 날 인터뷰 겸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기자가 찾은 전시실에는 찬송가 피아노 연주곡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예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45점의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다보니 모든 작품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색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칠해진 '집'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는 것. "각각의 집들은 사람과 영혼을 의미해요. 저마다의 빛과 색으로 칠해진 지붕·벽·창문은 그 사람의 형상을 나타내고요. 결국 이 집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천국을 이뤄간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 그녀의 집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다 행복해 보인다. 좀 더 크다고 특별히 화려해 보이지도 않고 반대로 작다고 해서 결코 초라해보이지도 않다. 마치 하나님이 높은데서 우리를 내려다보실 때 세상의 지위와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이 귀한 것처럼 양정은 작가는 하늘의 시선을 견지했다. 전시 제목이 '이미 아직'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땅에 아직 예수님이 재림하고 천국이 도래하진 않았지만, 성도들의 마음 안에는 이미 천국이 와있는 걸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나의 천국은 지금 어디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결국 누군가 이 작품을 두고 '하나님 나라'인지 묻는다면 '이미 왔지만 아직 오지 않은 나라'라고 답할 수 있겠죠."

양정은 작가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시아프 문화역서울 284(2012·2013년)·세텍서울아트쇼 SETEC(2013년)·GIAF 아시아 현대미술 청년작가전 세종문화회관(2014년)·SOAF(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2014·2016년)·HongKong Affordable Art Fair HKCEC(2015년)·우수작가전 조선일보미술관(2018)·양정은展 집 그리고 집 그리고 집 Cyart Space(2014년) 등 활발한 개인전과 단체전 활동을 이어왔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매 작품과 전시 때마다 복음의 메시지를 담으려 애썼다. 이에 양정은 작가는 특히나 까다로운 절차와 심의로 아무리 실력 있는 예술가라 할지라도 쉽사리 들어오기 힘든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열게 된 것도 철저히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곳에서 전시를 열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거룩한 부담감이 무척 큽니다. 제 이름을 내건 전시인 만큼 저의 신앙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잖아요. 감히 말씀을 들고 세상에 나왔으니 저부터가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야 한다는 긴장을 늘 떠안고 살죠.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환경을 열어주시니 저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간증처럼 하나님은 그녀가 인생에서 미술을 관둘 수 없도록 길을 인도하셨다. 고3 때 '달란트를 살려 화가가 돼 복음을 전하라'는 소명을 받고 눈물겨운 4수 끝에 진학한 백석예대에서 양정은 작가는 비전을 더욱 확신했다. "말도 안 되게 입학하자마자 전시를 열었고 윤미란 총장님은 감사하게도 제 그림까지 사주셨어요. 또 믿음이 있는 교수님들과 대화하면서 막연했던 제 꿈을 다듬어갔는데 이 과정들이 결국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하나님과 함께 밟아온 양정은 작가. 물론 지금도 크리스천 작가로서 남모를 고충이 한 가득이지만 자신은 오직 하나님을 전하는 도구일 뿐, 일을 이뤄나가시는 분은 하나님이란 생각에 이젠 누구보다 단단한 사명을 갖고 임하고 있다.

"제 작품의 정체성은 하나님 없이 규정할 수 없는데 믿지 않는 관람객들에게 '천국' 등 기독교 용어를 배제하고 설명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그렇지만 기독미술이 우리들만의 리그가 돼선 안 되잖아요.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복음이 담긴 작품을 공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제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께 끊임없이 기도로 지혜를 구한다는 양정은 작가.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곧 예배였다. "안 믿는 사람들에게 제 작품은 하나님을 전하는 마이크란 생각에 가끔씩 두렵고 겁도 나요. 그래도 하루 하루 하나님 안에서 발버둥 치고, 제 작품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앞으로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기독교 문화가 세상에 자연스럽게 물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양정은 작가, 영토A 40.9x24.2 Acrylic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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