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적대적 원수 아닌 도와야 할 형제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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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적대적 원수 아닌 도와야 할 형제자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7.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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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 북한선교 방향' 논의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과 남북평화재단이 평화체제 이후의 한반도와 북한선교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이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과 남북평화재단이 지난 19일 '평화체제 이후의 한반도와 북한선교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꿈꾸는 시대 한국교회의 역할과 과제를 모색했다.

먼저 '평화시대의 한반도 미래 구상'이란 제목으로 주제발제를 맡은 전 통일부총리 한완상 박사는 '하나님 나라의 운동'을 성서에 나타난 창조·성육신·비움 신학·부활 등 네 가지 담론으로 설명하면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정착되는 과정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교회의 실천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은 천지창조 여섯째 날에 당신이 만든 피조물을 보고 '참으로 좋구나' 하고 감탄하셨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다투지 않고 푸른 풀을 나눠먹으며 평화롭게 지내는 샬롬 상태를 허락하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샬롬이 깨진 때는 풀 대신 다른 생명체를 음식으로 먹기 시작한 갑질 세력이 등장하면서부터"라며 "힘이 센 갑이 을과 음식을 공유하지 않고, 을 자체를 먹으려 든 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죄이자 악"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이를 이겨낼 방도로 하나님은 이 땅에 성육신 하신 예수를 보냈다면서 "예수는 하늘의 뜻을 땅에서도 이루고자 각종 트라우마를 겪던 이방인·여성·세리·죄인들을 밥상에 둘러앉게 하시고 '너희는 평등하다'고 말하며 온전한 존재로 고치시고 치유해주시는 소위 '밥상운동'을 펼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수는 악의 권력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당한 고통을 당했다. 한완상 교수는 "그럼에도 예수는 변명하거나 악의 방식으로 죽음의 권세에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들은 자신의 죄를 모르니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며 원수사랑과 발선(善)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처럼 자기 비움을 보여준 십자가 사건은 곧 부활로 이어졌다. 그는 "악이 들어와서 망가진 세상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일은 오직 부활을 통한 하나님의 영역"이라면서 "예수는 부활 후에도 갈릴리 사람들에게 고기와 빵을 구워 먹이는 등 이전보다 더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다"고 했다.

이에 한완상 교수는 북한을 대할 때도 이 같은 자세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로마서12장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해 "(일부) 한국교회 리더들마저 남북 간 적대적 공생관계를 토대로 북한을 악마화 시키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음을 회개하고, 동참하지 않았던 교회들도 분단을 공고화 하면서 남북관계를 훼손해온 잘못을 돌이키고 새로운 치유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남과 북은 적대적 원수가 아니라 서로 도와야 할 형제자매다. 한국교회는 '돈이 있으니 도와준다'는 교만한 생각을 버리고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예수의 밥상운동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평화통일 시대를 위한 신학'을 주제로 발제한 성공회대 권진관 전 교수는 단단한 두 개의 막대기가 에스겔의 손에서 하나가 된 사건을 비유로 들며 "(남북 간) '좋은 합류'를 위해선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무시하거나 일방적으로 누르는 '분쟁'이 돼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동서독의 통일로 수많은 동독인들이 실직당하고, 제2국민 대접을 받고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등 소외당했다"면서 "이 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통일 과정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은 북한의 경제적 번영을 돕고 민주주의가 가능하도록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화체제 이후 선교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제한 연세대 홍정호 겸임교수 역시 "북한 인민을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타자에 대한 무례함이자, 문화적 폭력"이라며 "한국교회의 선교 개념은 냉전 시대와 분단 체제에 기반한 편향된 인식에 머물러 있다. 제국주의 선교관에서 벗어나 평화 시대에 적합한 선교 담론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평화시대 교회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장 나핵집 목사는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자본주의에 빠진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본질을 회복하고 판문점 선언에서 보여준 평화 프로세스를 실천하고 이행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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