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크기만 키우고 사회 외면…한국교회 위기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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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크기만 키우고 사회 외면…한국교회 위기 불러”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7.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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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목윤 발표회, 한국교회 현주소 냉정하게 점검

‘친미 반공주의에 목매는 극우집단’, ‘다른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배타주의자’, ‘돈에 눈이 먼 장사치’

만약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거나 혹 어떤 이는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표현들은 적지 않은 청년들이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미래를 책임질 다음세대가 교회에서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거리의 전도지는 날이 갈수록 외면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성도수의 증감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상일 뿐, 더 큰 문제는 기독교가 사람들의 외면을 넘어 미움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개독교’는 더 이상 낯설고 충격적인 단어가 아니게 됐다.

기분이 나쁘다고 현실에서 고개를 돌린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제는 앵무새처럼 ‘한국교회의 위기’를 반복하는 것을 그치고 원인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전병금 목사)는 지난 17일 ‘한국교회의 위기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고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었다. 발제자로는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채수일 목사(경동교회·전 한신대 총장),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가 나섰다.

▲ 지난 17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한국교회의 위기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었다.

사회를 외면한 교회, 사회로부터 외면 받다

1900년대 후반은 한국교회의 폭발적 성장기였다. 십자가만 세우면 교인들이 몰려든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성장에 취한 한국교회는 주변의 이웃들을 놓치고 말았다. 소위 ‘잘 나가던 시기’ 사회를 외면했던 결과는, 지금 사회로부터 외면 받는 것으로 돌아왔다.

이성희 목사는 “교회는 상향·내향·외향의 균형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향하기 위해서는 예배당이 필요하고 내부 결집과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둘에 비해 교회 밖 시민사회를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한국교회는 성장으로 얻은 풍족함으로 예배당 크기와 기도원 수만 늘렸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손봉호 교수 역시 ‘교회의 세속적 성공’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봤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핍박받을 때, 아무 힘도, 영향력도 없을 때는 겸손하고 순수했다. 그런데 급성장 이후 돈, 명예, 권력이 우상이 되기 시작했다”며 “많은 교인들이 십자가의 도에 완전히 배치되는 기복신앙을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일반 사회에서조차 용납되지 않는 일들이 하나님을 섬긴다는 목회자와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손 교수는 기독교는 계시의 종교이기 때문에 목회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불교 등 타종교는 명상이나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믿지만 기독교는 계시와 가르침으로 전해진다는 것. 그는 “증인이 신뢰를 잃으면 그의 증거를 어떻게 믿겠는가.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말씀을 가르치는 설교자, 목회자들이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성희 목사는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방황하던 이스라엘 백성에 한국교회를 빗대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든 것은 극단적 인본주의의 발로다. 하나님이 아닌 모세가 그들을 인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세가 안보이자 불안했던 것”이라며 “한국교회도 이를 닮아가고 있다. 연동교회를 ‘이성희 목사의 교회’라고 부르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인본주의, 교권주의로 군림하던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은 한국교회의 위기를 가속화 한다”고 비판했다.

▲ 발제하는 손봉호 교수.

공공성·거룩함 회복이 과제

대안은 없을까. 채수일 목사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채 목사는 “교회 세습은 교회를 자신의 가게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교회는 학교, 국회와 함께 자기개혁이 가장 느린 집단으로 취급된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채 목사는 “교역자들의 공인 의식이 강화되고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 공공성 담론이 크리스천 개인의 윤리적 차원을 넘어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지구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신학적으로 모색하는 것까지 발전돼야 한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로서 공적책임을 감당할 때 위기극복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성희 목사는 미래교회가 주목해야 할 패러다임으로 정보·가정·영성·평신도·소그룹·리더십·디아코니아·문화 등을 꼽았다. 이 목사는 “기독교는 영성적 기능을 하는 동시에 예언자적 기능을 한다. 교회가 쇠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영혼구원과 사회구원, 두 가지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돼야 하지만 개혁은 과정일 뿐 목표가 아니다. 무엇을 위해 개혁이 필요한지 잊어선 안 된다”면서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거룩한 삶이다. 거룩함을 잃어버린 교회는 세상의 어느 기관과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손봉호 교수는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수의 선한 목자들도 ‘하나님 나라’보다 ‘우리 교회’의 목회에 집중하면서 더러운 물에 손 담그다 자신들도 더러워질까봐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나무가 잘린 뒤 ‘그루터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교회를 정화할 ‘청소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손 교수가 생각하는 유일한 길은 교회가 완전히 깨어지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대로 계속 타락하고 약해져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무런 특혜도 누리지 못하고 아무런 권한이나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할 때 비로소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독교가 완전히 무시와 핍박의 대상이 될 때, 오히려 한국교회의 신앙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윤리 선언문’도 함께 발표됐다. 참가자들은 △부와 명예와 권세의 유혹을 이기고 낮은 자리에서 섬길 것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도록 정직하고 근면할 것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교회 재정운영이 목회자와 교회를 부패시킴을 인정하고 교인들의 감시와 감독을 받도록 공개할 것 △현대사회의 유혹에 맞서 순결운동에 앞장설 것 △담임목사직 ‘세습’ 근절에 앞장설 것 △양적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말씀과 기도에 전념할 것 △조국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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