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명칭 ‘자존심 싸움’ … 개교회에서는 전도에 도움 되는 명칭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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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명칭 ‘자존심 싸움’ … 개교회에서는 전도에 도움 되는 명칭 원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07.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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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팩트체크// ‘대신총회’ 명칭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나?

 목회 현장에서는 명칭 중요하지 않아, 브랜드 신뢰로 전도
“통합 원천무효” 주장 배경에는 선거판 뒤집기 의도 깔려

지난 6일 열린 정책자문단 회의에서 임시총회 없이 ‘교단 명칭은 백석으로 한다’는 안건을 정기총회 첫날 제1안건으로 다루기로 결정하자, 구 백석과 구 대신 양쪽 모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 백석은 “정책자문단에서 교단 명칭은 백석이라고 아예 확정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고, 구 대신은 “아예 백석을 못 박아 놓으면 우리는 나가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정책자문단은 교단 명칭을 다룰 권한이 없다.

정책자문단이 위임 받은 범위는 임시총회 소집 ‘요구’에 불과하다. 임시총회 소집 역시 항소심이 일찍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항소심에서 패소할 경우 법적으로 ‘예장 대신’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을 총회까지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임시총회를 열어 법적 갈등을 미리 차단하자는 뜻이었다.

물론 지난해 정책자문단 회의에서는 교단 명칭을 추상적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패소시 백석으로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당시 구 대신측에서는 ‘대신-백석’, ‘백석-대신’ 등 어느 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래서 ‘대신’을 사용하되, 법적으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을 때는 ‘백석’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놓은 것이다. 이 단서조항이 구 대신 총대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다”로 조정됐을 뿐이다. 그리고 지난 6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이 구 대신 제50회 총회 결의를 무효로 판결함에 따라 더 이상 ‘대신총회’ 명칭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만 “교단 명칭을 백석으로 한다”는 안건이 정기총회에서 통과될지, 새로운 개의안을 다룰지는 총대들의 몫이다.

‘대신총회’ 이름 아예 못쓰나?
9월 이후엔 사용금지 가처분 예상

2015년 교단 통합 후 명칭 문제는 매번 ‘뜨거운 감자’였다. 구 대신과 구 백석 통합합의서에 “90% 이상 합류할 경우 교단 명칭은 대신으로 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가 부족한 탓이었을까? 구 대신은 끝내 90%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자 구 백석에서는 교단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

하지만 교단명칭 문제는 수호측의 사회법 소송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지난해 1심 재판 패소 후 수호측이 내용증명을 보내 “대신 명칭 사용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대신 명칭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 총회 개회 후 사흘 동안 교단명칭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단 명칭을 바꾸는 것은 “재판에서 패소하라”고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이에 따라 증경총회장들은 항소심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되 패소할 경우 명칭을 ‘백석’으로 바꾸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렇다면 구 대신측의 소송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라는 명칭은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법원은 구 대신 제50회 총회가 개회를 위한 의사정족수와 결의를 위한 의결정족수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따라 대신 강경파는 50회 총회를 다시 열어 총회 정통성을 되찾아 오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구 대신 49회 총회장으로 통합을 이끌었던 전광훈 목사 이름으로 “제50회 총회를 다시 소집한다”는 내용의 문자가 돌았지만 본인이 동의한 적이 없는 문자로 밝혀졌다.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몇몇 강경파에 의해서 허위문서가 나돈 것이다.
강경파는 “50회 총회를 다시 열어 법적 하자를 치유하고 총회의 정통성을 되찾아 오고, 통합결의를 합법화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총회를 다시 여는 것은 쉽지 않다.

2015년 당시 총대들에게 총회 공지를 다시 해야만 하고, 정족수를 또 채워야 한다. 그리고 소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의욕은 앞서지만 실제로 제50회 총회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예장 대신 이름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수호측 입장에서는 9월 총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이다. 수호측 관계자는 “만약 계속해서 대신총회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명칭사용중지가처분 등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9월 총회에서 교단 명칭을 바꾼다고 들었다.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누가 정통성을 가졌는지 새롭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상호 양보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대신총회’라는 명칭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구 대신 일각에서는 ‘백석대신’을 제안했다.

정책자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구 대신 증경총회장 구문회 목사는 “그동안 지나치게 대신 이름을 고집한 것 인정한다. 백석에서 다 내려놓고 받아주셨다. 객관적으로 말해 법대로 하면 끝난다. 이미 지난 총회에 때 백석으로 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람은 적어도 융통성 있게, 법은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대신백석, 백석대신만 해주면 좋겠다. 나갈 사람 나가라고 하지 말아라. 우리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구 목사는 “백석으로 이름을 바꿀 때 아마 80% 이상은 나가자고 할 것”이라며 “백석대신으로 해주면 80% 이상 남을 것이다. 하나가 되는 것을 힘써 지키라고 했는데, 갈라지는데 힘을 쓰면 되겠냐”며 “통합할 때 90% 못 온 것도, 재판에 진 것도 다 우리 잘못이다. 잘못은 우리가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니겠냐”고 증경들의 동의를 구했다.

교단 명칭, 정말 목숨 걸 일인가?
교리와 신학 아닌 ‘자존심’ 문제일 뿐

구 대신에게 있어서 교단 명칭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다. 물론 구 백석에게도 교단 명칭은 더이상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다. 그런데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다. 목숨 걸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는 그룹은 양측 모두 일부에 불과하다. 교단 명칭은 신학적 문제가 아니다. 명칭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목회에 유익이 되는지 여부다.

지난 2009년 구 백석이 ‘합동정통’에서 ‘백석’으로 이름을 바꿀 때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명칭 변경 후 백석의 브랜드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했고, 목회 현장에서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마치 합동의 아류처럼 들리는 ‘합동정통’이라는 교단 명칭으로 인해 전도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석’이라는 명칭은 ‘백석대학교’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 별다른 설명 없이도 교단의 공신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금도 목회현장에서는 ‘대신’이라는 이름보다 ‘백석’이라는 이름으로 전도하는 교회들이 많다.

구 개혁에서 온 증경총회장 최병국 목사는 “우리는 대신보다 먼저 백석과 통합을 했지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는 백석이라는 이름이 좋아서 했다”며 백석이라는 이름이 갖는 브랜드 파워에 대해 설명했다.

최 목사는 “백석이라는 이름으로 전도하면 전도가 쉽다. 백석대학교와 함께 하는 총회라고 말하면 안 믿는 분들의 호응도 좋다. 대신하고 통합 후에 개혁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는 백석을 보고 왔는데, 대신 이름을 쓰니 교회들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총회에서 하는 일이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제 법원의 판결이 났으니 법대로 하자. 목회하기 좋고, 부흥하는 총회가 되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구 대신측 교회에서 4주간 새신자 교육을 받은 한 성도는 “처음에 예장 대신이라는 이름이 생소했다. 그런데 새신자 교육 첫 날 교회에서 ‘백석대학교’와 함께 하는 총회고, 백석총회와 통합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때서야 교회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며 “예장이라는 이름을 쓰는 교단이 너무 많아서 혹시 이단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백석대학교와 함께 한다는 설명에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구 백석이 2013년부터 줄기차게 교단통합을 추진한 이유는 앞으로 작은 교단이 살아남기 어려운 미래가 오기 때문이었다. 성도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건강한 교단을 판단하는 척도는 건강한 신학교가 있느냐와 그 교단이 얼마나 건실한 규모를 갖추고 있느냐다. 예장 합동을 설명할 때 총신대학교를 언급하고, 예장 통합이 스스로를 “광나루 장신측”이라고 하는 것처럼 교단과 학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구 대신이 교단 통합을 결정한 배경도 교단 신학의 쇠퇴와 맥을 같이 한다. 어차피 구 대신측 교회에서도 “백석대학교와 같은 교단”이라고 소개한다는 것은 ‘백석’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과 신뢰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목회를 위해서는 대신보다 백석이라는 이름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더 확실하다.

구 대신 증경총회장 강경원 목사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자. 백씨 성을 가진 집안과 대씨 성을 가진 집이 결혼했다. 그런데 문패를 바꿔단다고 교단이 갈라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십자가 대속을 부정하던가, 동정녀 탄생을 부정하면 교단이 갈라질 수 있지만 지금 우리 총회의 문제는 지엽적이다. 문패를 바꾸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될 일이고, 이제 뒤집을 수 없다”며 대세에 따를 것을 주장했다.

오히려 구 백석 증경총회장 최낙중 목사는 “교단 명칭은 총대들이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같이 배를 타고 오다가 이름을 바꾸니까 바다 한 가운데서 ‘너 내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명칭변경에 앞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믿음의 동지의식을 강조했다.

이처럼 교단 명칭은 목숨까지 걸어야 할 교리나 신학적 문제가 아니다. 서로 배려하는 믿음과 양보가 있다면 백석을 쓰건, 백석대신을 쓰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사회법 판결에 의해 명칭을 바꿔야 하는 상황 앞에 놓였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석 비대위와 대신 강경파는 양측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3년 간 대신 강경파는 “명칭만 대신으로 할 것이 아니라 4개 합의사항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석 비대위는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오히려 대신”이라며 “이름을 내려놓으라”고 비난해왔다.

이 싸움의 틈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유충국 총회장이다. 유 총회장은 증경총회장들 앞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첫 실행위원회부터 통합이 정상이었냐고 지적하고 회의마다 통합(문제)를 이야기 했다. 그런 모든 것도 총회에 대한 사랑이 있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대신’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상처받는 말이 수없이 오갔음을 알 수 있었다.

정작 목회현장에서는 8개 노회가 “구 대신-구 백석 가리지 말자”며 통합을 했고, 농어촌선교회와 장로연합회 등에서는 “하나됨을 잘 지켜나가자”고 화합하고 있는데, 일부 강경한 인사들이 총회 여론을 주도하며 지속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총회의 모습에 대해 증경총회장 이무웅 목사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형제를 바라보고, 복음전도를 위해 부름받았다는 사명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 “원천무효” 주장, 속내는?
명칭보다 ‘선거’ 주도권 잡으려는 의도

구 대신 일각에서는 “이젠 더 이상 양보해달라고 할 수 없다. 이젠 백석을 쓰는 것이 법”이라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다. 구 백석에서도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내몰 수는 없다. 지금까지 양보했는데 1~2년 더 못 기다리겠냐. ‘대신백석’이나 ‘백석대신’으로 과도기를 거친다고 해서 큰 문제 될 것은 없다”며 구 대신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홍태희 증경총회장을 비롯한 백석 비대위 일부에서는 명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015년 교단 통합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동안 교단 명칭을 ‘백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 통합이 원천무효라고 지속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왜 이들은 이제 와서 통합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것일까?

비대위에 참여했던 한 증경총회장은 “통합을 원천무효로 해야 임원선거 판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통합무효파의 주장을 종합하면 △통합을 원천무효로 하면 2015년 이전으로 돌아간다 △통합 후 3년 역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통합이 무효이므로 통합 합의서도 무효다 △따라서 총회장 선거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이들의 관심은 ‘선거’에 집중돼 있다. 현재 제1부총회장인 이주훈 목사의 총회장 추대를 막고, 제2부총회장을 구 대신 몫으로 할 필요도 없다. 통합에 의해 선거도 없이 3년 동안 사무총장을 한 이경욱 목사 역시 부당한 수혜를 입었기에 이번 선거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구 대신 몫으로 가는 ‘서기’ 역시 백석이 맡을 수 있다. 명칭뿐만 아니라 이젠 하나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이른 것이다.

통합 무효파는 “교단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교단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비대위 주장대로 통합이 원천무효가 되도 차기 총회장은 이주훈 목사다. 이주훈 목사는 구 대신과 통합에 의해 부총회장에 임명된 것이 아니라 구 개혁과의 통합 당시 장종현 총회장에게 위임한 임명권에 의해 지명됐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인사들이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며 총회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 성경측 증경총회장 곽성현 목사는 “통합은 이미 됐다. 사회법에 문제가 되는 것은 명칭이다. 지금 총회 안에 굉장히 많은 유언비어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을 차단해야 한다. 언제까지 싸우기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정책자문단장 장종현 목사는 교단명칭 이외에 통합 합의서 이행도 안건으로 함께 상정했다. 장종현 목사는 백석 비대위 일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정신을 지키는 것은 명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기에 통합 합의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장종현 목사는 “박근상 목사가 사임한 자리에는 반드시 구 대신이 부총회장을 추천해야 하며, 차기 임원회 서기도 구 대신에서 맡아야 한다. 또한 총대 동수와 임원 정-부 교차도 박경배 목사가 총회장이 될 때까지 계속 지켜져야 할 합의이고 그것이 통합정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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