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위드유는 관계 회복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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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위드유는 관계 회복 운동이다
  • 채수지 소장
  • 승인 2018.07.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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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지 소장/기독교여성상담소
▲ 채수지 소장.

미투운동이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우리는 가부장적 교회의 성폭력이란 악에 대해 이제 막 인식하기 시작했고 더 많은 진실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각 교단의 전반적 분위기는 ‘미투가 언젠가 지나가려니’ 하고 반응하지 않거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더라도 ‘선교에 방해가 되니’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 가운데 피해자들의 고통을 절감하며 성폭력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한 교단이 있었다. 위드유를 선언하며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다. 예장통합은 제102회 총회에서 2018년 봄 노회부터 교회 성폭력 예방 의무교육을 노회원들에게 격년으로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또 국내선교부가 기독교여성상담소,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등과 피해자 상담을 위한 MOU를 맺었다. 진보교단이라고 알려진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선 양성평등위원회가 이번 총회에서 ‘성 윤리 강령’을 다시 헌의하고 성폭력 예방 매뉴얼을 제작, 배포키로 예정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가 지난 3월 미투운동 피해자들을 지지하며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교계 여성단체 중심의 위드유 운동도 비교적 활발하게 벌어졌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찬 증언을 직접 듣고자 하는 기도회와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나온 증언들은 언론을 통한 폭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따뜻한 격려, 위로, 눈물 등 피해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공감과 이후 연대 성명서 발표, 가해자 면직 촉구 등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기독교위드유센터’가 설립되고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가 출범하는 등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고자 하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미투 운동으로 인한 한국교회의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먼저는 교회가 환대하는 공동체가 돼야한다. 예를 들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 교회는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피해자들을 없는 사람 취급했고 가해자가 약자를 노려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일축했다. 침묵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장한 교회는 이제라도 토색한 것을 4배로 갚겠다는 삭개오의 심정으로 회개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며 피해자에게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비롯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회복적 정의’를 구현하는 절차와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교회 성폭력 관련법에는 성폭력에 대한 개념 정의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고 그를 보호·치유하며 가해자를 선도하는 구체적인 사항이 명시돼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가해자로 하여금 회중들 앞에서 죄 고백을 하게 함으로써 성폭력이 교회와 하나님 앞에서 지은 죄임을 공표하고 그 직위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거기에 그치지 말고 피해자를 위해 배상·봉사하는 가운데 치유하고 구원해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체험토록 가해자들을 도와야 한다. 

미투운동은 단순히 성폭력 고발운동이 아니라 관계 회복 운동이다. 왜곡된 관계를 바로잡고 함께 샬롬의 상태를 누리잔 것이다. 미투 위드유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는 서로에 대한 회개와 용서, 치유와 애도를 거쳐 새로운 관계 곧 샬롬의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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