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앞만 봐서는 역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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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앞만 봐서는 역사는 없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7.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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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사찰 무려 7곳이 이달 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더 엄밀하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등재된 것. 애초에 세계유산 심사 과정에서 3개 사찰은 등재 보류가 권고됐지만, 문화재청과 외교부,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가 자료를 보완하고 설득하면서 만장일치로 등재됐다. 아무래도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역사가 오랜 만큼 세계유산 등재할 가치 있는 유적들이 많았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유적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교회는 기독교가 우리나라 근대역사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그 역사가 교과서에 제대로 기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교육과 기술, 제도, 경제, 평등의식 등 교회가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났다. 전국 3.1운동의 진원지였고, 수많은 순교자들이 교회에서 나왔다.

그런데, 지금 이 땅에 그 역사가 남아있고 보존되고 있는 기독교 유적이 얼마나 될까. 100년 이상 된 교회라고 자랑하지만 잘 보존된 100년 이상 된 예배당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교회의 오랜 문서들은 비에 젖었는지 쥐가 갉아먹었는지 알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에 등재된 또 다른 한 곳은 일본 나가사키 기독교 유적이다.  나가사키는 일본 내 기독교가 최초로 전래된 곳이자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가사키에 가면 돌멩이 하나도 쉽게 버릴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이 역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보존정신 때문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교회도 늦지 않았다. 지금 현실이 미래에는 역사이다. 새로운 것만 좇을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길까 고민해야 한다. 주보와 당회록부터 모아야 한다. 100년 200년을 보고 예배당을 지어야 한다. 코앞만 봐서는 역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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