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그 밤,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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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의 그 밤, 오늘의 나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7.1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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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3)

언젠가 다른 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전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느 교회 권사라는 분이 전도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다른 성도들은 다 전도해 오는데 자신은 전도할 대상이 없어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런 날은 교회를 가지 않는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해 듣는 사람들을 당황시킨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아무리 전도에 대해 말하더라도,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마 11:17) 말씀처럼 전혀 반응하지 않는 냉담한 시대가 벌써 되었구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잡히시던 밤에 베드로의 모습을, 성경은 “베드로가 예수를 멀찍이 따라 대제사장의집 뜰 안까지 들어가서 아랫사람들과 함께 앉아 불을 쬐더라”(막 14:54)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하시자, “다 주님을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막 14:27-31)하고 말했던 베드로는 주님이 잡히시던 그날 밤 예수님을 “멀찍이” 따랐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이 잡히자 베드로는 주님을 가까이 따르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군인들은 검과 몽치를 들고 군호를 짜 예수님을 잡아 단단히 끌어갔고, 예수님은 비참한 상태로 조롱당하고 멸시당하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 밤 베드로는 주님을 멀리 하기에는 ‘양심’이 괴로웠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예수님을 버릴지라도 자신만은 절대 그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죽더라도 옥에도 같이 가겠다고 큰소리 친 베드로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은 비참했을 겁니다.

베드로가 ‘멀찍이’ 따라가기로 선택한 것은 예수님을 가까이 하기에는 위험하고 부담스럽고, 멀리 하기에는 양심이 괴로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을 멀찍이 따른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주님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조롱당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베드로의 그 밤…, 주님을 멀찍이 따르던 그 밤에 말입니다.

130년이 되어가는 한국교회가 지금 세상 사람들에게 조롱당하고 무시당하는 게 주님을 멀찍이 따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강철 심장으로 무장해서 “교회에서 어떤 말을 해봐라 내가 반응하나” 하는 마음으로 교회생활 하는 게, 나의 모습은 아닐까요?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다는 주님의 말씀이 새삼 다가오는 요즘에, 순전한 믿음을 갖고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분들이 혹 보이게 되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바리새인 사두개인처럼 꾸미고, 위선 떨고, 때로는 이중인격처럼 보이는 나이지만, 그래도 주님을 진실하게 섬기려는 작은 ‘마음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 내가,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보는 시간입니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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