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친구 브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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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친구 브렌츠
  • 황의봉 목사
  • 승인 2018.07.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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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 목사의 교회사 산책-루터와 독일의 종교개혁(11)

마틴 루터의 친구 중에 ‘요하네스 브렌츠’(1499-1570)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브렌츠는 독일 서남부 지역에서 종교개혁에 헌신한 사역자였습니다. 개혁 초기부터 루터를 지지하였고 평생 신실한 성서해석자로 많은 저작을 남겼습니다. 슈투트가르트대학교회의 담임목사였던 브렌츠가 남긴 성경주석은 루터교 정통주의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는 뷔르템베르크의 교회 재조직과 위계질서 확립에 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하여 회집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는 참여하였습니다. 마르부르크 회담에서는 성만찬 이론을 두고 개신교 진영이 분열되었습니다. 레겐스부르크 회담에서는 천주교와의 일치를 놓고서 많은 숙의를 하였지만 결국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는 트렌토 공의회에도 참석하였습니다. 비록 성과는 없었다 하더라도 교회일치를 향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을 슈베비시 할에서 설교자로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시대 상황은 그를 한 도시에서 안정된 사역에 정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빨리 도망쳐라, 브렌츠”라는 메모를 전달받고 황급히 단신으로 떠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숨어서 지내야 하는 나날도 겪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페인의 왕실 기병들이 존 브렌츠를 체포하기 위하여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는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존! 빨리 빵 한 조각을 가지고 아랫마을로 내려가거라. 거기서 문이 열려진 집을 발견하면, 그 집 지붕 밑으로 숨어라.” 존 브렌츠는 들은 음성대로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려진 집을 발견하고 그 집 다락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날부터 존은 그 다락방에서 약 14년간 숨어 지냈습니다. 사실 존에게 빵 한 조각은 결코 14년간의 양식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곳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지낼 수 있었을까요?

신기한 일은 존 브렌츠가 다락에 숨어 지내는 동안 날마다 암탉이 한 마리씩 다락방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달걀을 하나씩 낳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14년간 한 번도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고 그는 이 달걀을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14년이 지난 어느 날, 닭이 올라오지 않아 기이하게 여긴 그는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거리에는 찰스 5세의 병사들이 모두 떠나고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존은 아주 탈 없이 14년 만에 그 다락방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브렌츠는 루터의 계승자였으나 추종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농민전쟁에 대한 루터의 반응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브렌츠는 종교개혁자들 중에서 가장 고난에 찬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후예들 중에서 뛰어난 명인들이 많이 배출 되었습니다. 브레히트, 헤세, 바이체커, 아인슈타인, 본회퍼 등 그의 자손들의 면모를 보면 독일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선조가 되었습니다.

1570년 9월 11일, 브렌츠는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뷔르템베르크의 슈투트가르트에서 고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신은 제일교회 설교단 아래 묻혔습니다. 후일 제일교회에서 설교하는 목사가 복음에서 벗어난 설교를 하는 경우에는 그가 벌떡 일어나서 “거짓말쟁이!”하고 소리칠 것이라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평안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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