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빠진 현대인…선교적 활용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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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빠진 현대인…선교적 활용 고민할 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7.1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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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1조원 달하는데 기독교 만화는 ‘생존’ 기로
에끌툰, 온라인에서 조용한 돌풍…작가 발굴이 ‘급선무’
▲ 지난해 11월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한 에끌툰은 유료화 이후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기독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만화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에서 비롯된 웹툰(디지털 만화)의 강세가 돋보인다. 아직도 만화를 “애들이나 보는” 수준 낮은 콘텐츠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스스로를 ‘구세대’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이 줄줄이 등장하고 고소득 웹툰 작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산업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웹툰 연재작은 5년 사이 10배가 증가했다. 그만큼 웹툰은 새로운 ‘문화 현상’이 아닌 확고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교회에서도 만화는 꽤 오래 전부터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에서 만화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돼 왔다. 만화 성경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단골 간증(?)거리다. 이밖에 주기철 손양원 등 신앙의 선배들에서부터 조용기 목사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데에도 쓰였다. 매주 발행되는 주일학교 주보와 비신자를 위한 전도지에서도 만화가 빠지면 섭섭하다.

 

극만화의 실종 아쉬워

교육이나 전도, 홍보의 용도 외에도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기독 만화들도 조용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기독교계에서 극만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장하림 작가의 ‘깍두기 야구단’(두란노), 조대현 목사의 ‘울퉁불퉁 삼총사’(서울문화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울퉁불퉁 삼총사’는 지금껏 무려 30만부가 팔린 기독교계의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주인공 제갈찬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10대뿐 아니라 30~40대 학부모가 된 크리스천들에게도 향수를 자극하며 지난해 ‘스페셜 판(몽당연필)’으로 새롭게 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복고’ 작품 외에 신작들은 2000년대 이후 자취를 찾기 어려워졌다. ‘울퉁불퉁 삼총사’를 그린 조대현 목사는 이런 추세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기독만화가 가운데 현재 전업으로 하는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극만화의 실종은 한국의 기독교문화 전반에도 좋지 않은 현상이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가 깜짝 놀랄만한 작품이 나오려면 새로운 작가들이 계속 발굴돼야 하는데, 수익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유망한 후배들이 이 일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또 “그간 한국교회에서 ‘완성도’보다는 ‘은혜’를 강조하다보니 작품성이 조금 부족해도 출판사들이 책을 내주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기획에 심혈을 기울이고, 좋은 작가를 발굴해서 성도들이 ‘돈 주고 읽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기서부터는 목회자와 교인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 좋은 책을 만들어도 안사면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웹툰시장에서 찾은 가능성

다행인점은 온라인에서 작가주의 기독만화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이다. 진원지는 정통 출판만화계가 아닌 웹툰 시장이다. 지난 2015년 첫발을 내딛은 ‘에끌툰’은 지난해 11월 유료화 전환에 성공하면서 기독 만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에끌툰은 기존의 온라인 기독만화 플랫폼의 선발주자인 ‘갓피플’과는 달리 ‘한 컷 만화’ 보다는 ‘장편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 현재 ‘생각 많은 판다’(최대위), ‘요한복음 뒷조사’(러스트), ‘누가복음 뒷조사’(김굿맨), ‘다시 짝사랑’(쵸) 등 5편의 작품이 요일별로 업로드 되고 있다. 완결작인 ‘교회를 부탁해’(김민석), ‘창조론 연대기’(러스트), ‘공과장’(김영화) 등의 작품은 누적 조회수 30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에끌툰에서 나온 작품들은 출판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소장용이나 감상용 외에도 교회 공동체에서 ‘스터디’용도로 단체구입 하는 경우가 많다.

▲ 에끌툰에서 연재됐던 '요한복음 뒷조사'가 최근 책으로 엮여 출간됐다. '요한복음 뒷조사' 외에도 앞서 출간된 '마태복음 뒷조사', '마가복음 뒷조사' 등은 딱딱한 신학적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에끌툰을 이끌고 있는 헤븐리스파이 대표 김민석 작가는 유료화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에 대해 “망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유료화 이후에도 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고료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우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대표는 에끌툰의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을 “독자들의 공감대를 잘 만져주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참신한 작가의 발굴’이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화적 재미를 강조하면서 기독교세계관의 내용을 담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하면서 “전업이 아니고서 작품의 질을 온전하게 구현하기는 힘들다. 에끌툰의 유료화 목적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대현 목사는 “얼마나 많은 청소년과 직장인, 가정주부들이 웹툰에 빠져 있는지 안다면 교회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교회들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복음을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전할 수 있는 만화라는 좋은 무기를 교회가 적극 활용하려면 먼저 존중하고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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