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교류협력, 말은 많지만 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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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교류협력, 말은 많지만 된 것은 없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7.1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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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화국면, 민간교류 협력 현재는?
▲ 한반도 대화국면 속 남북교회 교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구체적인 결실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WCC 중앙위원회에서 남북교회 대표단이 함께 찬송을 부르는 모습. 사진=WCC

한반도 내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서 민간단체 교류협력, 특히 남북한 교회 간 협력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단됐던 한국교회 차원의 교류협력 사업이 재기될 것이라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기독교계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도 북측 대표단을 만나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가시적 사업추진에 대한 바람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남북교회 대화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남북교회 간 왕래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유엔 차원에서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분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독교계 역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한교회 기대충만, 대북사업 준비 활기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든 것은 최근 기독교계 동향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다. 지난 6월 세계교회협의회(WCC) 실행위원회와 이어진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에서 남북교회 대표단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세계교회 대표들 앞에서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대화도 진전된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 지난 6월 말에는 (사)조국평화통일협의회(대표총재:피종진 목사, 대표회장:진요한 목사)가 중국 베이징에서 조선 그리스도연맹 대표단과 만나 빠른 시일 안에 평양에서 ‘남북 공동 조국평화통일 기원 감사기도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기로 했다. 원칙적 합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성과였다.

미국 ‘조국을 푸르게’(OGKM, 대표 김호진 장로)는 ‘한반도녹색평화운동협의회’(KGPM, 대표회장:전용재 목사)와 함께 오는 10월 방북하기로 북측과 합의하고, 2015년 7월 이후 중단됐던 나무심기 사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OGKM은 2014년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산림청)으로부터 65억 그루 나무심기에 대한 배타적 위임을 받은 단체이다.

한국교회 주요 23개 교단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OGKM, KGPM과 협력해 북한나무심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한 바 있어, 향후 한국교회 차원의 연합사업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무심기는 유엔 경제제재에서 제외되어 있고 정부 차원에서 중점 전개할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되는 분야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는 예년처럼 북한 조그련에 8·15 광복절 남북교회 공동기도문 초안을 보내고 평양에서 공동기도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해놓은 상태이다.

교회협은 그동안 밀가루 지원, 봉수 빵공장 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차원을 넘어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북교회 인도주의 협력사업’ 명칭의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회원교단과 단체들이 뜻을 모아 한국교회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밑그림이다.

북측은 올 2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평양조용기심장병원 공사의 재개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한때 교회에서 보내려고 했던 공사물자를 거부했던 북측이 먼저 공사를 제안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기독교계 국제구호개발 NGO들도 남북경색 국면에서도 지속해온 인도적 지원사업을 이어가면서, 특화된 사업 추진을 위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교류활성화 더 걸릴 것, 기도로 준비해야”
이처럼 한국교회 안에서는 당장 북한 문이 열리기라도 하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또 실제 북측과 직간접적으로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는 무르익고 말도 많지만 정작 성사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이다.

북한은 평양조용기심장병원에 대한 완공시기를 9월 9일까지로 구체적으로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공사가 재기되지 않고 있다. 9월 완공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교회 차원에서는 공사를 위한 자재준비 등을 하고 있지만, 북측과 확정된 협의는 없는 상태”라며 “통일부와 협력해가면서 공사재개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협이 요구한 남북교회 공동기도회 개최에 대해서도 아직 북측은 답이 없다. 지난 6월 만났을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의아할 정도이다.

최근 공동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던 한 단체 대표단은 북측 대표단과 회의 테이블에서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대와 달리 북측 인사들이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어떤 제의를 해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해 무척 실망했다. 조금 더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55개 회원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소속 NGO들도 대북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결과를 만들어내는 곳은 거의 없다.

북민협 이주성 정책위원장은 “통일부가 승인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는 100여곳에 달하고 단체들이 북측과도 대화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곳은 없는 실정”이라며 “아마도 북한이 교류협력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이 경제제재 효과인 것처럼 비쳐질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주성 정책위원장은 “당분간 남북한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기까지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포츠와 종교행사와 같은 민간교류가 경제협력 사업에 앞서 추진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단법인 평화한국 허문영 대표는 “지금은 북한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화해 협력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한국교회는 기도해야 할 것 같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지켜간다면, 체제분단 70년을 넘을 수 있는 때를 하나님께서 열어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KGPM 장헌일 상임이사는 “주요 교단과 교회들이 북한나무심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업을 8월부터 캠페인으로 확산해 갈 계획”이라며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북한 동포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어야 북한 문이 열렸을 때 사역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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