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없애자던 퀴어축제, 반대 시위자들에겐 ‘손가락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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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없애자던 퀴어축제, 반대 시위자들에겐 ‘손가락 욕’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7.15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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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광장 퀴어축제, 시민들 지적에도 선정성 여전

혐오를 없애자며 모인 참가자들은 반대 집회 현장에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수년째 지적받았던 선정성은 올해도 여전했다. 서울 거리 한복판에서 속옷 차림으로 신나게 춤추던 퍼레이드 행렬과, 의도치 않게 그들을 마주쳐야 했던 시민들의 찌푸린 얼굴이 묘하게 대조됐다.

지난 14일 19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됐다. ‘퀴어라운드(QUEEROUND)’를 주제로 열린 퀴어축제는 서울광장에서 부스와 무대공연을 마련하고 을지로 입구, 종각, 명동 일대를 돌며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 지난 14일 서울광장에서 제19회 퀴어축제가 진행됐다. 무지개 깃발을 든 퍼레이드 행렬(우측)이 '회개하고 돌아오라'고 외치는 반대집회 차량(좌측)과 대비된다.

해마다 지적된 선정성,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행사 개최 때마다 일었던 선정성 논란은 올해도 피해가지 못했다. 퀴어축제의 음란함을 지적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지만 자성의 움직임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클럽에서나 볼법한 차림으로 대낮 광장과 거리를 활보했다. 상의를 완전히 탈의하거나 거의 속옷 차림에 가까운 참가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남성 성기 모양의 섹스 토이(자위기구)가 서울 광장 한복판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서울광장을 출발한 퍼레이드 행렬은 을지로입구역을 지나 종각역, 종로2가 사거리, 명동역을 돌아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서울 중심가에서 우연히 축제 의상과 시끄러운 음악을 만나야했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퍼레이드 행렬을 목격한 한 시민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왜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시끄러운 노래를 듣고 저런 옷을 입은 사람들을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퍼레이드가 진행된 길에서 한참 동안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뒤늦게 도로 통제 소식을 듣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퍼레이드 중간엔 반대 시위자들이 도로를 막아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반대 시위자 30여 명은 을지로입구역에서 종각역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누워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경찰들에 의해 곧 끌려 나와 퍼레이드가 속행됐다.

▲ 해마다 지적됐던 선정성은 올해도 여전했다. 광장과 퍼레이드 행렬에서 반라, 혹은 속옷 차림의 참가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반대집회 측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기도 했다.

퀴어축제 참가한 크리스천들 눈길

퀴어축제 현장에 참가한 크리스천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참가했던 무지개예수, 열린문공동체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는 올해도 부스를 마련했다. 이들은 광장 한편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을 위한 성소수자 바로알기’. ‘퀴어한 그리스도인을 위한 Q&A’ 등 책자를 배포하며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는 책자에서 “다양한 성소수자들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하나님은 손가락질 대신 손 내밀어 주시는 분”이라며 "그들을 어떻게 하나님 품으로 끌어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집회에 참가했던 한 크리스천은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을 용서해주셨지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하시지 않았나. 정말 그들을 사랑하는 크리스천이라면 회개를 함께 말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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