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들의 착한공유로 '상생'의 꽃을 피우다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23) 공유시대 작은 교회들은 어떻게 동참할까? 김수연 기자l승인2018.07.13 16:57:27l수정2018.12.04 15:41l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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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공유시대다. 집과 자동차·사무실은 물론 경험·재능 등 모든 것을 나눠 쓰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는 단순 기부나 절약차원을 넘어 삶의 패러다임마저 바꿔 놨다. 기독교가 대사회적 신뢰도를 잃은 오늘날 교계에서도 '공공성'을 담보로 이웃사랑과 섬김을 실천하고 하늘나라의 가치를 이뤄내는 '착한공유'를 행하려는 시도들이 포착된다. 

주목할 점은 대형교회와 달리 충분한 인프라를 구비하지 못한 작은 교회들이 주체가 돼 세상뿐 아니라 교계 안에서까지 착한 공유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 주위의 편견과 걱정을 깨고 작지만 강한 교회를 만들어가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유사회 작은 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밀알침례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개최한 인문학 강좌.

똘똘 뭉쳐 '지역공모사업' 지원
안산 밀알침례교회 박홍래 목사는 지난 30년간 사역하면서 소형교회가 힘들 때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걸 위기로 느꼈다. 동시에 교회가 지역사회 일원으로 파송되는 '선교적 교회' 방안을 고심하던 그는 시·도에서 실시하는 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았다.

대표적인 게 안산이 운영하는 '좋은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의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밀알침례교회는 성도들의 재능 나눔을 통해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또 경기도가 진행하는 '따뜻한 복지 공동체 지원센터'의 '공간조성 공모'에 응시했다 선정돼 1600만원을 지원받고 리모델링을 통해 교회 유휴공간을 음악회나 연극연습 공간, 전시실 등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재정이 여유롭지 못한 작은 교회들도 충분히 나눌 수 있음을 경험한 박홍래 목사는 곧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더 많은 작은 교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마침 지원센터도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목회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결국 그는 2015년 교단·교파를 초월해 작은 교회 20곳이 연대한 '안산마을목회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설립했다. 작은 교회들 사이 교류를 확대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선행한 목회경험과 정보들을 공유하는 창구를 만든 것. 그 결과 올해는 안산마을목회네트워크 소속 8개 교회가 함께 진행 중인 4개의 프로그램이 공공기관의 '마을 공모사업'에 통과해 폭넓게 추진된다.


박홍래 목사는 "안산마을목회네트워크는 작은 교회들을 위한 일종의 지원단체로, 이들이 관공서 등의 프로젝트를 받아 사역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과 행정절차를 돕는다"면서 "작은 교회는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힘을 합쳐 공공기관과도 손을 잡는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교회란 이름을 내걸고 전도를 목적으로 접근하던 때는 지났다"며 "순수하게 마을 구성원으로서 이웃과 동장·사무장·복지담당자까지 고루 만나 지역의 실질적인 필요를 듣고 문제해결에 같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클럽 나니아의 옷장 모습.

협업공간이 살리는 기독문화
한편 교회의 착한공유가 꼭 세상을 향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도리어 한국교회가 본질을 잃고 지나친 '성장위주' 혹은 '개교회주의'로 흐른다는 비판을 받는 오늘날 교계 안 나눔을 통해 상생하는 모습 역시 또 하나의 복음이 될 수 있다. 이때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탄탄한 규모를 자랑하는 큰 교회가 아닌 작은 교회가 기독교를 살리는 데 앞장선다면 어떨까? 

성도 수 20명 남짓의 주님의숲교회는 주일엔 예배당이지만 평일엔 기독문화공간인 '클럽 나니아의 옷장'으로 변신한다. '옷장'이란 표현답게 실제 공간 크기는 무척이나 아담하다. 큰 교회들이 보기엔 초라한 장비들에 그리 쾌적하지 않은 환경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선 벌써 4년째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거쳐 간 사역자만도 5000명에 이르고 관객 수도 수천 명이다.

나니아의 옷장 탄생은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코 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공유오피스)가 교회와 기독문화를 모두 살릴 것이라 믿는 이재윤 담임목사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후원금 개념으로 소정금액을 지불하고 대관하는 단체들 덕분에 교회는 월세 부담을 덜어 좋고, 설 자리가 부족했던 아티스트들 역시 자체 무대를 만들어 운영하지 않아도 돼 이득이다. 더욱이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교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스태프로 섬겨줌으로써 문화사역자들은 든든함까지 덤으로 얻는다. 

교회는 주일날 예배드릴 장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재윤 담임목사는 "문화사역단체도 매일 공연하는 게 아니어서 한 달에 한두 번 필요한 때만 행사할 홀이 있으면 된다"면서 "갈수록 성도 수는 줄고 교회개척은 어려워지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희망"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대단한 건물을 보러오는 게 아니라 콘텐츠, 즉 이곳에서 벌어지는 복음적 메시지를 얻기 위해 온다.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며 작은 교회들이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어필했다. 

한 지붕 두 교회의 공유목회
그런가 하면 2년 넘게 두 교회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목회까지 돕는 경우도 있으니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간을 빌려준 벧엘교회 규모가 빌려 쓴 요한교회보다 10배 정도는 더 작다는 것. 대개 교계 안 공유가 작은 교회들을 향한 큰 교회들의 지원사격으로 이뤄질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교회다움'을 보여줘 의미를 더한다. 

두 교회의 아름다운 동거는 2년 전 벧엘교회 현상웅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좋은 동네 만들기 교회연합' 모임에서 상가교회를 허물고 새 성전을 짓는 동안 머물 곳이 사라져 난처해한 요한교회의 기도제목을 듣고 선뜻 건넨 호의였다. 그렇게 같은 곳에 둥지를 튼 두 교회는 빈 시간과 공간을 적절히 활용했다. 가령 요한교회는 시간이 겹치지 않게 주일예배를 오전에서 오후로 미루는 대신 평일 기독학교 수업과 기도회들을 열었다.

현상웅 목사는 "가끔씩 정작 우리(벧엘교회)가 필요한 순간 교회를 못 써서 근처 카페에서 모임 할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 교회니까 내가 써야해'란 생각으로 각자의 유익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진짜 하나 된 연합이 무엇인지를 배워간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 교회는 교인들 모두가 함께하는 연합새벽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이를 계기로 다른 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열린 설교를 진행하기도. 최근에는 경쟁하듯 나눠주던 각 교회들의 전도지를 한 장에 모으는 '통합전도지'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결실은 내년에 새 예배당에 입당해 떠나는 요한교회가 바통을 이어받아 벧엘교회처럼 또 다른 교회들을 품기로 결단한 것. 물론 벧엘교회도 계속해서 교단·교파의 제한 없이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 등 필요한 곳들에 보금자리를 내어줄 계획이다. 현상웅 목사는 "마인드만 하나님 나라 중심으로 바뀐다면, 그리고 아무리 작아도 예배드릴 공간만 있다면 작은 교회들도 얼마든지 베풀 수 있다"며 "다만 이때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서로가 더불어 사역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공유교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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