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다’는 하나님의 말씀, 선교할 수 있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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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다’는 하나님의 말씀, 선교할 수 있는 이유죠”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7.1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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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김광연·김순남 선교사 부부

"러시아는 동네마다 성당이 세워져 있지만 개신교는 이단으로 불리는 아이러니한 곳입니다. 예배당 벽에 성인들의 초상화를 걸고 그 앞에서 초에 불을 붙이는 것이 예배의 전부라고 믿습니다. 러시아인들이 참되신 하나님과 복음의 진리를 알도록 기도해주세요.”

요즘 월드컵 덕분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곳 러시아. 그전까지는 그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나라, 혹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기억되던 척박한 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22년째 예수님의 사랑으로 러시아를 섬기고 있는 김광연·김순남 선교사 부부(하바로프스크 정원교회)를 만났다.

서른다섯. 이르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에 들어간 신학교였다. 목회가 사명이라 믿고 공부를 시작했던 김광연 선교사에게 하나님은 선교의 소명을 부어주셨다.

“처음엔 못 가겠다고 한 달을 울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길게 말씀하시지도 않았어요. ‘네가 하냐, 내가 하지.’ 이 한마디 음성에 완고했던 제 마음이 깨졌습니다.” ‘내가 한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그 이후로도 김 선교사의 선교 여정을 이끄는 이정표가 됐다.

선교 소명만 받았지 어디로 가야할지는 몰랐다. 5대양 6대주를 놓고 기도하는데 신학교에서 러시아 단기선교팀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가난했던 신학생의 주머니에는 단돈 5만원이 전부였다. 당시 시세로 딱 여권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었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여권을 만들며 김 선교사는 기도했다. “주님, 당신께서 하신다고 하셨으니 제 전부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책임져 주십시오.”

그때부터 시작했던 러시아 단기선교가 신학교를 졸업하기까지 5년 동안 이어졌다. 하나님은 약속하신대로 다섯 번의 단기선교 재정을 모두 채워주셨다. 졸업 후 전임 선교사로 결단하고 떠나려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찾아왔다. 김 선교사 부부에게 13년 동안 생기지 않던 아이가 생긴 것이다.

“그때 참 혼란스러웠고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정말 떠나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죠.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하나님의 은혜였어요. 제가 신학 공부를 하는 동안 아내가 생계를 책임졌는데 그때 아이가 있었더라면 학업을 마치기 힘들었을 겁니다.”

고민 끝에 갓난아이를 안고 러시아 땅을 밟았다.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를 가진 나라에 단어 하나 모른 채 부딪혔다. 기댈 곳은 ‘내가 한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의 말씀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막막했던 이들의 선교는 아들 영광이(러시아 이름 슬라바)와 함께 자라 벌써 22살이 됐다.

“우리 부부는 백석대학교회에서 파송 받았지만 지금도 다른 파송교회를 두지 않고 초교파적으로 후원을 받아 사역하고 있어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단 하루도 제 힘으로 선교할 수 없습니다.”

동네마다 정교회 성당이 세워져 있는 러시아지만 정작 신앙의 뿌리는 얕다. 예수님과 교회는 이들에게 문화의 일부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젊은이들에게는 내일에 대한 소망이 없다. 한 번의 여행을 위해 일 년 동안 돈을 모으는 생활이 반복된다. 복음을 전하기 쉽지 않은 이곳이지만 김 선교사는 듣기 좋은 말로 사람들을 교회에 부르려고 애쓰지 않는다.

“설교에서 십일조 얘기만 나와도 떠나는 사람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전할 말은 오직 말씀밖에 없습니다. 듣기 좋은 말씀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를 전해야 합니다. 소망이 없는 러시아인들의 영혼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말씀뿐이라고 믿습니다.”

하바로프스크 한인회 회장까지 맡게 될 정도로 러시아에 깊게 뿌리 내린 김광연 선교사. 멀지 않은 은퇴를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바로 신학교를 세워 다음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다. 바른 신학으로 공부한 바른 지도자가 세워져야 러시아 개신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지금의 종교법 아래에서는 신학교를 세우면 추방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교회 1층 교육관을 언제든 신학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치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분명 이 땅에 부흥의 때를 하릭히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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