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반인권’ 집단인가요?”
상태바
“교회는 ‘반인권’ 집단인가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7.10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 프레임 전쟁에서 밀린 교회

‘단어’가 형성하는 이미지, 간과해선 안 돼

지난달 28일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헌재 판결이 발표됐다.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은 아니지만 조속히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사실상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란과 함께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 의무를 이행해 2년을 바친 대부분의 남성들을 졸지에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헌재도 용어의 민감함을 의식한 듯 판결문 서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구태여 설명하기까지 했다. 세간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 대신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혹은 ‘종교적 병역 거부’라고 명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잘못된 용어를 바로잡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병역의무에 특혜를 받는 것을 반대하는 정당한 비판이, 자칫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양심적인 행동을 반대하고 억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가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인식과 그로 인해 생기는 이미지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례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성애 찬반 논쟁의 중심이 되는 ‘인권’이라는 프레임도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동성애 찬성 측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기치로 내세우는 바람에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하는 기독교계는 얼떨결에 ‘반인권’의 대명사로 전락해버렸다.

‘차별 금지법’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가 차별 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비판조차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만 ‘교회가 차별 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문장만 접한 사람들은 마치 교회가 차별을 조장하는 집단인 것처럼 해석할 위험이 있다. 예수님은 그 당시 차별의 중심에 있던 사마리아인과 여성을 똑같이 존중하셨고, 교회도 기독교 정신에 따라 차별 철폐에 앞장서 왔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지영준 변호사는 문제에 공감하면서 “영국에서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시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썼던 이들은 청교도들이었고 미국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섰던 이들 역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크리스천들이었다”며 “기독교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믿음 아래 차별을 없애는데 앞장서 왔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껍데기’에 불과한 명칭보다는 그 안에 담고 있는 본질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이슈든 정책과 법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무시해선 안 된다. 빼앗긴 프레임으로 인해 교회가 바른 목소리를 낼수록 이미지가 추락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