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색한 도피성 (Narrow Refuge)

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여상기 목사l승인2018.07.10 15:24:00l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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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나타난 도피성(逃避城;city of refuge)제도는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피의 보복(lex talionis/레24:17~20/마5:38)을 피해 생명을 건지기 위해 도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성읍을 말한다. 도피성으로 향하는 길에는 눈에 띄기 쉬운 팻말을 길목에 설치하였으며, 도로를 확장하고 길을 넓게 닦아 도피를 용이하도록 하여, 그 길의 폭이 14m나 되었다고 한다. 도피성에는 모든 생필품을 비치하여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어느 지역에서라도 하루 만에 이르도록 6개의 도피성을 마련하였다(민35:5~34/신4:41~43/19:1~13/수20:1~9). 

성서와 기독교는 인간 사회의 본능적 배타성을 무너뜨리고 인도적 가치를 위해 타인과 이방인을 포용할 것을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아브라함의 혈통적 자손만이 하나님의 진정한 백성이라는 구약의 종족주의가 물러나고, 혈통과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든 예수를 통하여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다는 신약의 보편주의가 도래한 것이 성서의 큰 맥이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22:21)” 

최근 제주에 급격히 늘어난 예멘 난민 문제를 두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불법난민 급증을 우려하거나 난민법 폐지 주장에 지지를 표명한 사람이 국민청원에 6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머나먼 이국땅까지 찾은 이들을 바라보는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제노포비아(xenophobia;이방인 혐오증)의 엇갈린 두 시선의 증폭이 우리사회의 포용력과 성숙도를 가늠하는 민도(民度)의 리트머스(litmus) 시험지가 되고 있다. 백인과 결합한 가족은 글로벌가족이고 비백인과 결합한 가족은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 우리들의 정서에는 착근된 인종주의(Racialism)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Jane Austen, Pride and Prejudice).

그동안 우리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적 기여도와 불법체류자들의 치안문제, 그리고 다문화 가정들의 문화적 융합 등이, 최근 대두된 난민문제와 함께 한민족 역사와 고유문화와 전통에 역류하는 시대적 조류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보호하려는 난민은 휴가차 한국에 온 외국 관광객이 아니다. 전쟁이나 재앙으로 인해 그 삶이 긴박한 위협을 받는 피난민들이다. 돌이켜보면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만주로 이주한 선조들, 임시정부를 꾸린 독립운동가들, 4·3 사건으로 일본으로 떠난 제주도민들이 다 난민들이 아니었던가. 따지고 보면 해외 근로자들과 동포들의 애환도 여타 난민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무엇이던가.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인 7,700만 명가량이 현재 난민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난민 문제는 윤리적·인도주의적인 측면도 마땅히 고려되어야 하고, 법적·정치적 문제와 함께 사회적 문제도 종합적으로 검토, 장기적인 차원에서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물론 이슬람문화의 침투를 경계하는 기독교계의 따가운 눈초리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피성은 궁극적으로, 죄인들의 영원한 구주시며, 안전한 피난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를 예표 함은 물론이다. 주님은 지금 한국교회에게 묻고 계신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10:36). 우리가 옹색한 도피성의 길을 넓히고 문빗장을 풀어야 할 때이다. 

여상기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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