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 뒷바라지도 그들에겐 목회”
상태바
“허드렛일 뒷바라지도 그들에겐 목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8.07.10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그네 끌어안는 외국인 예배 사역

숭의-분당 베트남인교회 등 외국인 사역 활발
맨토와 맨티 관계 형성으로 사회 정착 도움

예멘 난민 문제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럴 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예배를 이끄는 목회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일반 목회자들의 사역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천 숭의교회(담임: 이선목 목사)에서 만났던 현드미트리 목사(42세)의 사역은 중노동에 가까웠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3세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후 귀화한 현 목사. 사소한 일 하나부터 뒤처리까지 도맡아야 하는 그의 사역은 말이 좋아 든든한 후견인이지 온갖 허드렛일 다해야 하는 집사나 다름 없었다. 그도 똑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이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안다. 그래서 기꺼이 이들을 위한 집사가 된다.

▲ 숭의교회 러시아예배의 한 모습. 현드미트리 목사는 이들의 필요를 돌아보고 사랑으로 품는다. 이런 관계가 목회로 이어진다. <사진 제공= 숭의교회>

# 국내 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지원

현드미트리 목사가 담당하는 러시아예배부 인원은 400~450명 정도. 상당히 많은 숫자다. 이 중 고려인이 95% 정도. 성인과 청년, 청소년들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처음엔 성인 남성들의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가족 단위의 출석 교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러시아예배부에 출석하는 교인들 대부분은 공장이나 식당, 화장품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3D 업종의 일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 사업을 하거나 병원 코디네이터, 건설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현 목사의 사역은 주로 외국어 예배부 참석 교인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되는 일들이다. 신앙생활 전반에 이르는 보살핌과 기도, 심방은 물론, 병원과 각종 서류 준비와 지원으로 확산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병원에 한 번 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일이 개인 통역을 해줘야 하고, 필요한 보험과 서류 등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병원비도 10~30만 원 정도 지원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신경을 써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타국에서 나그네 된 이들을 돌보고 품는 목회이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신분으로 있는 교인들이 단속되면 달려가 뒷처리를 다했습니다. 병원에 가면 동행해서 통역을 하고, 직장에서 월급을 못 받으면 그것도 해결해줘야 하는 게 외국어 예배를 담당하는 목회자들의 일입니다. 이렇게 잡다한 일들을 마다 하지 않고 하게 되면 자연스레 이들과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를 통해 마음이 열리고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현 목사가 해결하는 일은 이뿐 아니다. 집 구하는 것도 도와줘야 하고, 국내 정착에 필요한 모은 행정적인 일, 그리고 이후 발생하는 일상에서의 모든 허드렛일까지 뒷받침을 다 해줘야 하는데, 이 일에는 한국인 아내 김둘남 사모도 동참한다. 그렇다고 이런 지원이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어려운 일로 힘들어하면 먼저 다가가 손잡아주고, 가난하고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정에는 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래서 현 목사는 집사다.

예배 사역의 범위는 더 넓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경배와 찬양, 소그룹 성경공부, 알파코스, 서울과 경기권에서 열리는 각종 기도모임, 토요일에 열리는 청소년과 청년예배, 금요 기도회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지원되는 인원은 전도사 1명. 힘겨워하는 남편을 보고 아내도 힘을 보태지만, 50개가 넘는 소그룹을 관리하기에는 여전히 벅차다.

▲ 숭의교회 러시아예배부 담당 현드미트리 목사와 김둘남 사모. 현 목사 부부는 예배에 출석하는 외국인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에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

# 문화 차이로 인한 어려움까지 보듬기

인천제2교회(담임: 이건영 목사)는 중국인예배와 한민족예배를 드린다. 중국인예배는 시작부터 한국인 전임 사역자와 조선족 출신의 사역자가 함께 동역하게 했다. 교역자와 교사 등 40명 내외의 인원이 작은 교회로 운영될 수 있게 지원한다.

중국인예배의 사역도 다른 교회의 사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불법 체류자로 단속됐다는 전화가 오면 출입국사무소로 바로 달려간다. 필요한 모든 일들을 처리하고, 새벽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도 달려나가야 한다. 한 번이라도 교회에 왔던 사람이라면 그들이 근무하는 공장과 기숙사, 좁은 자취방도 마다 않고 찾아간다. 손을 잡고 기도하고 가슴으로 껴안으면서 목회한다.

한민족예배는 탈북민들의 예배. 같은 민족이면서도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탈북민들이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데서 오는 모든 어려움들을 믿음으로 극복하고, 장래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통일 한국의 일꾼들로 준비시키고 세우는 예배다.

친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탈북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맨토와 맨티의 관계를 형성해 주는데, 이를 통해 믿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신앙인과 사회인으로 세우게 된다. 인천제2교회는 주일 2부와 3부 예배 후 탈북민 소그룹 모임을 운영하고 별도의 사무실도 갖추었다.

베트남 출신 응웬 티 투 타오 목사는 한국으로 귀화한 후, 9년 전 분당 베트남인교회를 개척했다. 목회는 베트남인을 품는 것. 뚜렷한 직업이 없는 베트남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수술비를 마련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온갖 병원 일들을 뒷바라지 했다. 주일 헌금으로 모자라는 비용은 교회 옆에 문을 연 쌀국수집 수익으로 충당한다. 임금 체불을 해결하고, 문화 차이로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 여성들의 문제도 함께 보듬는다.

현드미트리 목사는 “이들의 필요를 돌보고 품는 것은 외국인 전도와 목회를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며, 마음 둘 곳 없는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 교회 교인과 목회자들의 따뜻한 애정의 필요를 역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