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자존감 회복하고 감사 충만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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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자존감 회복하고 감사 충만한 여행
  • 삼천포평화교회 김주철목사
  • 승인 2018.07.09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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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농어촌선교회 목회자 부부 수련회를 다녀와서

김해공항에서 제주도로 떠나는 날 기내에서 바라본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쾌청한 날이었다.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3박 4일 간 열린 농어촌 목회자 부부 수련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가 처음 참석한 수련회였을 뿐만 아니라 보고 듣고 마음으로 느낀 영적 여운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제주공항에 내릴 때만 해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제주도에 가서 쉬면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분들 만나 교제하고 덤으로 은혜도 받고 오자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내 생각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음이 그리 놀랍지 않다. 말하자면 풍성한 은혜의 강에 잠겼고 그 강에서 좋은 분들과 사귐이 있었고 때마다 맛있는 음식은 덤으로 먹었고 간간히 아주 조금 쉬기도 했던 것이다.

복음송 가사처럼 이런 ‘나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나의 소망이 끊어’진 것에 대해서는 결코 불만족스러웠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주관자 되신 그분 앞에’ 다만 부끄러울 뿐, 무지한 나를 그곳으로 그렇게 인도하셨음에 감사의 표현을 에둘러 하는 것이다.

개회예배를 드리는 첫날 오후부터 은혜의 샘은 분출되고 있었다. 물이 고이기도 전에 퍼주기 바빠 바가지 긁는 소리가 나던 메마른 심령에 찬양과 기도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은혜의 말씀이 장맛비 같이 쏟아진 것이다. 설교를 맡은 농어촌선교회장 이수일 목사님의 깊은 영성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을 통해 주님은 내 두 눈의 눈물샘이 반응하도록 자극했다. 그만큼 메시지의 선이 굵고 명경하여 지방의 개척교회 목사로 살아가는 내게 자존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방의 이름 없는 목회자로 버텨내고 있는 나를 주님이 위로해주시는 것 같아 이곳에 부르신 이유를 단번에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깊은 강으로 들어가는 서막에 불과했다. 저녁 시간에 특별강사로 초빙 받은 백석대학교 역사신학 교수인 장동민 목사님의 메시지는 댐의 수문을 연 듯했다.

말씀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에 압도당하여 그날 열린 월드컵 축구 스웨덴 전으로 향하려는 긴장의 열기를 돌이켜 주님을 향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입다의 잘못된 서원과 유다의 정직한 고백, 그리고 사도바울의 개척정신으로 이어진 저녁 세 번의 설교는 이 황량한 세대에도 적절하여 하나님의 기준과 판단, 은혜는 여전히 변함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하였다. 입다를 통해 간간히 자리 잡는 열등감으로 잘못된 서원을 해서는 안 되고 그 열등감조차도 다스리는 하나님의 치료의 손길을 경험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파워풀한 능력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세밀한 어루만지심이 아닌가.

마지막 날 사도바울이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를 힘썼나니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 함이라’는 고백은 농어촌 마을에서 그리스도의 무명용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긍지를 불어넣기에 충분했고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의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

제주도에서 개척하여 지금까지 섬겨오신 유연대 목사님(북촌교회)의 간증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목숨을 위협하는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도 그들을 품으시는 용서와 사랑! 위기의 순간마다 주님의 강권적인 역사로 교회를 든든히 세워감에 큰 은혜와 믿음의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럼에도 행여 당신이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겸손한 종의 형상을 나만 본 것은 아닐 것이리라.

새벽시간을 맡은 목사님들의 메시지와 간증은 목회의 오랜 경험에서 들려주는 노하우였다. 주님이 보내신 곳에서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묵묵히 복음과 함께 살아오신 분들, 복음을 살아내신 분들! 그럼에도 주님께 받을 면류관을 기대하기보다 빚진 자로, 무익한 종으로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그리스도를 보는듯하여 자리마다 빈틈없이 앉은 분들이 더없이 소중해 보였다. 제주도 삼나무처럼 빽빽한 일정에도 새벽을 깨우고 나온 그것만으로도 그 정신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이틀 동안 우리는 우리나라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를 돌아보고, 김정희 유배지와 대정교회, 그리고 절물휴양림, 올레 7코스와 방주교회를 들렀다. 4.3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울음, 부모를 잃은 자녀의 울음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이번 수련회 처음 왔는데 어떠했냐?”고 물으시기에 나는 대뜸 “내년에는 언제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섬김과 나눔도, 사귐과 치유도, 쉼과 회복도, 재충전과 소생함도 함께 맛본 뜻깊은 수련회였다. 그만큼 뒤에서 아낌없이 섬긴 손길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회장님 이하 모든 농선회 임원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감히 누가의 고백대로라면 ‘이렇게 남기고 싶어 붓을 든 이가 우리 가운데 많으리라’고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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