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막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 나왔죠"

'NAP폐지' 외치며 텐트농성…부산대 길원평 교수 김수연 기자l승인2018.07.09 22:05:06l수정2018.07.12 15:26l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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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재발 위험에도 텐트농성…'동성애 옹호' NAP폐지 촉구
유물론 빠져 하나님 등졌던 삶…
영적체험 후 새인생

▲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장인 부산대 길원평 교수

"이것 좀 꼭 읽어보시고 반대해주세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 장마철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목청껏 외쳐가며 전단지를 돌리는 한 남성이 눈에 띈다. 지난 4월 법무부가 내놓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tional Human Rights Plans of Action·NAP)을 막고자 지난달 말부터 텐트농성에 돌입한 부산대학교 길원평 교수(63·부산초량교회)다. 과거 한 차례 간암수술에 신장까지 절제한 병력이 있음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불철주야 동성애 문제에 발 벗고 나서는 그를 만나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와 신앙고백을 들어봤다.

NAP는 왜곡된 인권보호
새벽 5시 반에 기상해 밤 10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요즘 그의 하루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은 물론 점심시간 식당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에게 동성애를 옹호하는 NAP의 위험성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틈날 때마다 1인 시위 또는 문서작업을 한다. 서울 퀴어문화축제 시즌과 맞물려 반대집회를 위한 회의라도 있는 날엔 더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법무부 근처 공터에 텐트를 치고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길원평 교수는 근처 목욕탕에 들러 몸을 씻고 화장실은 지하철역을 이용하며 버티고 있다. 근래 가뜩이나 비가 많이 내린 탓에 텐트 안에 습기가 차고 양옆으로는 강이 흐르듯 빗물이 줄줄 흘렀다. 그럼에도 정작 그를 힘들게 하는 건 열악한 생활환경이 아닌 NAP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NAP는 생물학적 성을 기반으로 한 '양성평등'이 아닌 사회적 성에 근거한 '성평등' 정책을 담고 '성적지향'을 보호함으로써 동성애·동성혼을 합법화하고 이들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차별행위로 간주하려는 사실상 차별금지법입니다. NAP가 시행되면 각 정부 부처들이 관련 교육과 사업을 진행하는 등 우리사회 젠더평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NAP 폐해의 심각성을 전하고 폐지로 이어지게끔 동참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하나님이 키운 동성애 사역
길원평 교수는 평소 동성애 문제에 깊이 관심 있는 성도라면 알 법한, 꽤나 익숙한 인물이다.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각종 세미나들에 꼬박 참석함은 물론 책까지 집필했기 때문. 그러나 정작 그가 어떤 계기로, 그리고 왜 이토록 동성애 문제에 열심을 내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을 터. 조심스레 던진 물음에 길원평 교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뜻밖의 대답을 들려줬다. 

"저도 처음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신문에서 우연히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성적지향'이란 단어가 생소해 찾아보니 동성애를 감싸는 말이더군요. 그래서 동료 교수들 300여명의 서명을 받고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등 몇몇이 뜻을 모아 청와대·법무부 등에 '반대'의견을 내 결국 차별금지법을 막았어요."

당시만 해도 사회가 동성애를 지금만큼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교회도 조금만 목소리를 내면 수그러들 줄로 여기고 적극 앞장서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저도 제 짐을 넘겨줄 사람을 찾지 못했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어서 등 떠밀려 뛰어든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때 유물론 심취…공허로 가득했던 삶 
지만 물리학을 공부한 과학도로서 길원평 교수가 전공도 아닌 동성애를 전문서적까지 뒤적여가며 연구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 궁금증을 풀어준 열쇠는 바로 '하나님을 영적으로 체험함'에 있었다. 모태신앙이었던 그는 중학생 때 생물학을 배우면서 하나님보다 과학을 더 믿는 무신론자로 돌아섰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이뤄졌다고 가르치는 생물학을 접하면서 인간이란 존재에 의문이 생겼어요. 결국 과학을 통해 자연을 알고 나를 알자는 지경까지 갔죠."

그렇게 대학도 물리학과로 진학한 길원평 교수는 하나님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실망감과 함께 수수께끼 같은 인간의 존재를 두고 길고 긴 영적 방황을 시작했다. 소위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그는 인생을 정처 없이 헤맸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나 하나님을 떠나 살기에 길원평 교수는 그리 강하지 못했다.

"30세가 됐을 때 하나님 없는 삶이 너무 허무하고 고통스러웠어요. 인생의 무가치함에 넌더리가 났고 이러다간 정말 죽겠다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경을 꾸역꾸역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것 같은 영적 체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린도후서 4장에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란 말씀이 믿어졌어요.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드렸던 아주 사소한 기도들까지 응답되면서 끝내 믿음을 되찾았죠. 이 모든 일이 불과 1년도 채 안 돼 벌어졌습니다."

간암투병 후 얻은 제2의 인생
하나님의 은혜로 부산대 교수가 돼 한국으로 돌아온 길원평 교수. 하지만 갓난아기 신앙이던 그는 세상유혹에 무너져 다시금 죄의 늪에 빠졌다. 급기야 1987년 32살 젊은 나이에 간염 진단을 받고 2010년 간암수술을 했다. 2013년엔 콩팥까지 떼어냈다.

"30~40대 때 저는 투병하느라 늘 누워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어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믿던, 철저한 유물론자였던 저를 깨뜨리기 위함이었죠. 그때서야 성경을 진실로 읽게 되고 '내 남은 인생은 하나님께 드리겠다, 죽어도 하나님 일을 하다 죽겠다'는 진심어린 고백이 터져 나왔습니다." 


간암이 언제 재발할지 몰라 지금도 3개월마다 간 기능 검사를 받는다는 길원평 교수는 "50세가 넘어 우연히 신문 하나 보고 (동성애) 사역에 뛰어들게 됐잖아요. 심지어 애초에 제가 먼저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시켜서 커진 사역입니다. 20년을 아파서 누워 있다가 지금이라도 하나님이 저를 사용해주신다니 그저 감사하고 기쁠 뿐입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종종 동성애자를 둔 가족들로부터 마음이 찢어진다며 눈물 어린 상담요청이 들어옵니다. 저도 영혼이 아픈 사람이었던지라 이런 분들을 보면 남일 같지 않고 제 가슴이 아픕니다. 인권단체에서는 동성애를 축제처럼 여기는데 실제로는 남몰래 동성애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들을 우리가 미워하자는 게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동성애자와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정부·국회를 상대로 이 사회와 세대가 동성애에 물들지 않도록, 올바른 교육·제도 등의 울타리를 만들어 보호해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다음세대에 본 보여야
서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길원평 교수.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남부러울 것 없는 엘리트코스를 밟고 교수까지 됐으니 편하게 누리며 살면 될 텐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구보다 긴 영적전쟁을 마치고 뒤늦게 구원의 확신을 얻은 그의 머릿속이 복음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차는 건 이상할 일도 아니다. "사실 제가 동성애 사역만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물리학으로 유물론·진화론을 믿는 청년들에게 하나님을 전하는 게 제 사명이죠. 전공보다 부전공이 더 알려진 셈이랄까요." 


그래서 길원평 교수는 매학기 첫 수업시간 제자들에게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던 지난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젊은 날 자신과 같은 고민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없길 바라는 간절함에서다. "대개 무신론에 근거한 과학을 배울수록 하나님을 떠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영의 눈을 뜨기 전 저는 아무리 잘나가도 항상 공허했습니다. 반면 하나님을 만나고 나선 더 다사다난했지만 늘 즐거웠죠. 이처럼 천국과 영생에 소망을 두고 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아니 전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은퇴를 2년여 앞둔 시점, 그가 그리는 남은 삶은 또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동성애·진화론도 그 일부죠. 제 역할은 힘닿는 데까지 맡은 사명에 최선을 다해 삶으로 다음세대에게 본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들이 각계각층에서 하나님 나라를 잘 지켜갔으면 좋겠습니다." 

▲ 길원평 교수가 행인에게 NAP의 심각성을 담은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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