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5개월…한국교회 안 성과는?

교계 전반에 반성폭력 문화 확산…일시적으로 끝나선 안돼 김수연 기자l승인2018.07.05 19:03:55l수정2018.07.09 10:06l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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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는 지난 5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올해 상반기 대한민국을 휩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성추행·성폭행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미투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이었다. 그동안 사회에선 가해자의 책임을 공론화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함께하겠다는 '위드유 운동'(#With you)이 등장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일었다.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기독교 안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일고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속속 마련됐다. 그렇다면 5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 안 미투운동은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이 밖에 천주교·불교 안에서 여성인권 보호 운동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는 지난 5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기독교·천주교·불교 등 각 종교계의 미투운동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계 안 미투운동의 성과를 발표한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가장 먼저 교단 차원의 대응 노력들을 살폈다. 이에 따르면 예장통합은 2018년 봄노회부터 교회 성폭력 예방 의무교육을 목사·장로 등 노회원들에게 격년으로 실시하기로 결의했고 국내선교부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등의 전문기관들과 피해자 상담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기장 역시 양성평등위원회를 통해 '교회 성윤리 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번 총회에서 '성윤리 강령'을 다시 헌의해 '성폭력 예방 매뉴얼'을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채수지 소장은 "그러나 이 밖에 많은 교단들은 '미투가 언젠가 지나가려니' 하고 반응하지 않거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도 '선교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문제를 최소화 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고결의기구인 총회에서 대다수 남성 목회자들의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가해자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성폭력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채수지 소장은 또 "교계 여성단체 중심으로 위드유 운동이 활발히 벌어졌고 피해자들의 고통에 찬 증언을 직접 듣고자 하는 기도회와 토론회가 열렸다"며 "이곳에서 쏟아진 현장 증언들은 따뜻한 격려와 위로, 강도 높은 공감을 이끌어내 추후 연대 성명서 발표 및 가해자 면직 촉구 등 실질적 도움 제공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미투·위드유 증언집' 등이 발간되고 기독교위드유센터와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 전문 대처기관들이 세워져 피해자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 점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이 같은 단체들은 미투 이후 피해자들의 전인격적 회복과 관계 치유, 교회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다각도의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됐다"며 "피해자에 대한 의료·법률·심리 지원에 더해 피해자 가족들을 치유하고 가해자를 선도하는 프로그램을 제공, 한국교회 전반에 반성폭력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도움 줬다"고 했다.

끝으로 채수지 소장은 "성폭력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상실은 교회에 대한 신뢰다.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해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치유해야 한다"며 "지원단체가 전문 상담 등으로 피해자들을 케어할 때 한국교회는 방관하지 않고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거나 피해자에게 금전적 지원 혹은 2차 가해가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약자들에게 신뢰받는 공동체로 회복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가톨릭교 안 미투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김선실 상임대표는 올새 초 발생한 천주교 미투사건과 관련, 주교회의와 교구 등에서 낸 사과문과 예방대책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사제들 성추행·성폭력을 근절할 실질적 방안은 내놓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그는 '피해자 중심주의·인권회복과 치유·교회쇄신' 등을 남은 과제로 꼽았다.

김선실 대표는 "용기를 내서 성폭력 사실을 알린 피해자들이 교회 안팎에서의 악성댓글이나 유언비어로 인해 2차 피해의 고통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사실을 인정, 진정으로 사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천주교 각 교구는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거나 실효성 없는 징계로 피해를 키워선 안 된다. 또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영적 성찰, 심리상담은 물론 성평등·젠더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등 인식의 변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끝으로 불교계 패널로 나선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 역시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스님들의 미투사건을 언급하며 종단 내 미비한 처벌·법적체계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지속적이고 오래된 피해·피해자 태도 비난·만연한 성차별 인식'을 불교계 성폭력 특성으로 구분하고 '성평등 패러다임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기구 설치·자유롭게 피해를 드러낼 수 있도록 교단문화 바꾸기·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젠더폭력예방센터 운영·교단의 성폭력예방 인식 함양을 위한 교육 및 지침서 제작'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김영란 소장은 "불교계 미투는 사실상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며 "현재 불교계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곳은 민간단체 몇 곳 뿐이다. 국가지원을 받는 지원전달체계에 연결할 수도 있지만 불교계 내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성폭력 예방활동을 수행할 전문 기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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