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보, 촬요, 에큐메니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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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 촬요, 에큐메니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7.0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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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봅시다-잘못된, 어려운, 선 긋는 교회 용어

어려운 용어가 ‘교회 담’ 높일수도

30년이 넘도록 교회 문턱을 넘어왔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교회 용어다. 어렵기도 하지만, 습관처럼 굳어져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가만 보면 목사님들도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몇몇 목사님들이 설교 시간에 단골 레퍼토리처럼 사용하는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는 말은 사실 설교 가운데 사용하기에는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다. 이 말은 설교 내용에 대한 인위적인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해 사용되곤 하는데,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라는 말 뒤엔 연쇄적으로 “아멘”이라는 성도들의 반응이 따라오곤 한다.

설교학자들은 이같은 표현형식에 대해 영성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표현구조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교와 기원은 신앙행위와 예배요소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표현구조에서 설교체와 기원(기도)체가 같을 수 없고, 그 언어의 대상에 있어, 설교는 인간이 대상이고, 기원은 하나님이 대상인 점에서 혼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인들이 잘못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는 ‘중보기도’를 꼽을 수 있다. 구역모임이나 기도모임을 할 때면 “중보기도를 요청한다”는 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중보’의 뜻을 잘못 이해한 사례다. ‘중보’란 사전적 의미로 ‘둘 사이에서 일을 주선하는 사람’ 혹은 ‘신과 사람의 사이를 화해시키고 교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을 일컫는데 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중보자라고 가르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요청할 때는 ‘중보기도’라는 말보다는 ‘중보적 기도’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려운 용어사용도 문제다. 교단의 정기총회는 어려운 교회용어가 남발되는 현장이다. 전임 총회장을 ‘증경 총회장’, 현장의 질서요원을 ‘흠석사찰’이라고 어렵게 부르는 이유는 매번 봐도 잘 모르겠다. 총회 자료집의 핵심만 요약해서 취한다는 뜻의 ‘촬요’도 난해한 ‘총회 방언(?)’이다. 총회 용어를 쉽게 바꾸자는 제안은 해마다 나오지만 늘 ‘말’로만 그치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에큐메니칼’ 운동 또한 어려운 용어의 문제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에큐메니칼’이라는 명칭 자체부터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과의 하나인 ‘신앙과 직제’ 같은 개념은 공부를 해도 어렵게 느껴진다. 교회협의 이홍정 총무는 “신학적인 개념들을 표현하다보니 개념어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것들을 문화화하고 상황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비단 여기 소개한 몇 단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용어 사용이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담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교회에 힘겹게 발을 옮겼는데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로 가득하다면 안 그래도 넘기 힘든 담이 더욱 높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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