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거리 쓰레기 주워내고, 새롭게 복음의 씨앗을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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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거리 쓰레기 주워내고, 새롭게 복음의 씨앗을 뿌립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7.0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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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 2018 제주선교대회’ 현장을 가다

선교대회 속 제주미션, 지역사회 섬기며 예수님 사랑 실천

하나 된 CCC와 제주교계, “제주복음화를 넘어 세계복음화로”

CCC 여름수련회가 제주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 제주선교 100주년과 함께 CCC 설립 50주년을 맞았을 때도 ‘러브 제주’라는 이름으로 제주에서 개최됐었다. 그때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제주교계와 힘을 모아 함께 개최했다는 점, 그리고 제주 지역사회를 섬기는 ‘제주 미션’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CCC 학생들은 대회 셋째 날인 지난달 28일부터 29일 이틀에 걸쳐 제주 전 지역 해변과 올레길을 청소했다. 기자는 29일 오전 제주시 한림체육관을 시작으로 한림읍 일대를 청소했던 부산지구 인제대 팀과 동행에 나섰다.

▲ 제주미션을 마친 학생들은 구호로만 듣던 '제주 복음화'가 피부로 다가온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전한 사랑

29일 오전, 숙소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잠잠했던 하늘이 한림체육관에 도착하자 짓궂게 비를 뿌렸다. 학생들은 하나 둘 준비한 우의를 꺼내들고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인제대 캠퍼스에 맡겨진 구간은 7km. 장대비를 뚫고 쓰레기를 주울 것을 생각하면 만만찮은 거리다.

38명의 학생들을 통제하는 간사는 단 한명 뿐이었지만 학생들은 훈련이라도 한 듯 제자리를 찾아갔다. 고학년 순장들은 당연히 제 몫이라는 듯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앞장섰다. 인도가 없는 거리에서 차량이 지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챙기며 함께 걸었다.

저 멀리 해변가를 등진 도로는 영락없는 시골거리였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도로 경계석은 이곳이 제주도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했다. 다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 버려진 쓰레기가 옥의 티다. 한 학생은 음료수 캔을 주우면서 “며칠 전에 나도 거리에 버렸었는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한 시간 쯤 걸었을까. 다행히도 맹렬히 쏟아지던 비가 이내 잦아들었다. 한결 상쾌한 공기에 시원하게 부는 제주 바람이 이마를 스쳤다. 연신 허리를 숙이며 쓰레기를 줍느라 지칠 만도 한데 청춘들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보였다.

기존 수련회였다면 숙소에서 교육을 받거나 성경강해를 듣고 있을 시간이다. 고학년 순장으로 다른 순원들을 이끌던 이기쁨 학생(인제대 3학년)은 “강의를 통해 내가 한 단계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제주도를 섬길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차다”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수련회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7km로 예정됐던 제주미션은 준비했던 쓰레기봉투에 종이가방까지 모두 채워지는 바람에 4km 구간에서 종료됐다. 땀 흘려 임무를 완수해 뿌듯하면서도 그만큼 도로에 쓰레기가 많았다는 사실에 한편으론 씁쓸하다. 학생들은 비록 직접 복음을 전하진 못했지만 쓰레기를 주운 그 자리에 섬김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인제대 배진일 간사는 “비가 쏟아지는데 단 한 명의 사고도 없이 제주미션을 마쳐서 감사하고 힘들다는 소리 한 번 없이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도 고맙다”며 “비록 강의 시간은 부족했지만 함께 섬기는 시간들을 통해 학생들과 제주 땅에 예수님의 사랑이 자연스레 흘러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 제주미션에 참가한 CCC 부산지구 인제대 학생들.

제주 다음세대 부흥 시작되길

제주선교대회는 CCC 학생들은 제주를 이해하고, 제주교회 성도들은 복음화를 향한 열정에 불씨를 당기는 시간이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모인 3만 명이었지만 대회가 끝난 후 제주복음화를 향한 간절한 마음만은 같았다.

선교대회에 참가한 김민동 학생(인제대 3학년)은 “제주도는 그저 놀러 오는 곳이었다. 4.3 사건을 듣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처음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하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예수님의 사랑이 제주 주민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교회 성도들 역시 대회 준비, 주차 안내 등 곳곳에서 섬기며 궂은 날씨에도 기쁨으로 봉사에 나섰던 학생들의 헌신에 화답했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실질적인 제주 복음화가 일어나고 부흥 운동이 시작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스 설치부터 대회 입구 안내까지 도맡았던 제주 ‘토박이’ 아버지학교 서귀포지부 강재건 지부장은 “우리 강 씨 집안에서 제가 예수를 처음 믿었다. 제주 토박이들의 체감 복음화율은 아직도 1% 남짓에 불과하다”며 “CCC 젊은이들이 비를 뚫고 집회하고 섬기는 모습이 너무 은혜스러웠다. 앞으로 변화될 제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교회 성도들과 함께 참석한 황선희 사모는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다. 제주에 이렇게 큰 규모의 집회가 있는 것은 처음”이라며 “환경과 조건을 가리지 않고 기쁘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CCC 청년들을 보며 제주 기독 청년 사이에서도 부흥의 불길이 일어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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