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페미니즘은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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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페미니즘은 공존할 수 있을까?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6.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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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언론포럼 '교회와 페미니즘' 관련 포럼 개최
▲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교회와 페미니즘' 관련 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강호숙 박사·CBS 변상욱 대기자·백소영 교수

요즘 우리사회 페미니즘 물결이 거세다. 예쁘지만 불편한 꾸밈을 거부하는 '탈 코르셋 운동'이 유행인가 하면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 경찰의 성차별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대학로 시위가 수 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나아가 '성경적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은 21일 서울 마포구 기독연구원느헤미야 3층 강의실에서 '교회는 페미니즘의 적인가, 페미니즘은 교회의 적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물음들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기독교방송 CBS 변상욱 대기자가 사회자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강호숙 박사와 이화여대 백소영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우선 강호숙 박사는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교회 내 알고도, 모르고도 지나치는 성차별 현실을 살폈다. 그는 "대부분 교회에서 남성은 정규직인 반면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불공정한 직위와 처우를 받고 각자의 은사가 고려되지 않은 채 식당봉사·안내·청소 등 보조적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며 "성차별적 설교를 비롯해 간혹 여성이 성범죄 피해사실을 털어놓는다 할지라도 이단이나 꽃뱀으로 몰리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호숙 박사는 이제라도 '성경적 페미니즘'이 하루빨리 교회 안에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성경적 페미니즘은 '주체적인 성경 읽기를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기독여성 스스로 규정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그는 "구약의 이스라엘 시대와 신약의 유대사회는 모두 가부장 사회였다. 그러나 자유와 인권이 중요해진 오늘날 여성은 성경 속 관습과 문화를 재평가하고 실천에 이르도록, 성경을 적극적으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성경에는 불임을 여성의 탓으로 돌려 비난하는 시대배경이 나오지만 이 같은 가부장 문화를 뛰어 넘어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께 달렸다'는 말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아담과 하와의 '돕는 배필' 역시 여성만 일방적으로 남성을 돕는 게 아닌 남녀가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풀이해야 한다. 

아울러 이날 포럼에서는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한국사회 청년사역도 성경적 페미니즘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성의 용기있는 외침에 교회가 민감하게 응답해야 한다는 것. 

한 20대 여성 참석자는 "청년부 친구들과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해도 개념과 용어정립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막막할뿐더러 목사님이 이를 반기지 않아 눈치가 보인다"며 "계속 진행하자니 혹여나 목사님의 권위를 무시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강호숙 박사는 "그간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은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는 구조가 아닌 여성이 일방적으로 듣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져왔다. 그러니 여성의 언어가 없는 게 당연하다"면서 "그럼에도 여성 관점의 지식과 경험, 인식들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이들이 한 번 목소리를 내기까지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음을 이해하고 경청해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교회가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그는 "성차별 설교에는 피드백이 실시되고 여성 할당제가 도입돼 기존 남성이 지배하는 교회 정치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바꿔 수행하는 등 여성 친화적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소영 교수도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공존할 수 있다"면서 "페미니즘은 결국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반영된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한 세상이란 관점에서 교회는 페미니즘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동력은 여성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힘들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여성들 스스로도 남성 중심적 기독교 문화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교회는 이를 수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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