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고기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19 - 환경운동 시작은 밥상에서부터 한현구 기자l승인2018.06.19 14:22:16l수정2018.06.21 10:18l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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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차우리 박사 “지구 위해선 자동차보다 육식 줄여야”

생명밥상은 맛과 기호보다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일

▲ 새사랑교회 이수경 목사(가운데)와 박창규 부목사(왼쪽)가 텃밭에서 직접 가꾼 작물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어제 고민했는데 오늘도 고민해야 하고 내일도 고민해야 할 것. 바로 점심 메뉴가 아닐까 싶다.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고민하는 것부터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꽤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다른 고민들은 해결되는 순간 끝나는데 반해 밥상에 띄어진 물음표는 죽을 때까지 끝나질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밥상 메뉴로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쌀이 심기는 때부터 가축을 먹이고 키우며 밥상 위에 오르고 버려질 때까지 모든 순간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지금까지 점심 메뉴를 맛과 포만감으로만 결정했다면 이제부터는 생명과 환경, 그리고 미래를 함께 밥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채식이 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즐거움은 이제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기 힘들다. “기분이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가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로 고기를 마주한 우리 입과 혀는 즐겁다. 그런데 이 쫄깃한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선 이 녀석들은 먹는 양부터가 어마어마하다. 지구상에 600억 마리가 넘게 존재하는 이들은 지구에서 재배되는 곡물의 1/3을 먹는다. 가축이 먹는 곡물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상당수의 토지와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다. 게다가 쌀 1kg 생산을 위해선 물 3,000리터가 필요한데 비해 쇠고기 1kg 생산에는 1만5,500리터나 쓰인다. ‘가축이 지구를 축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먹은 게 많으면 나오는 것도 많을 터. 가축분뇨 문제는 모든 축산 업계의 골칫덩어리다. 600억 마리의 가축이 쏟아 내는 분뇨는 저장이 어렵고 악취를 풍기기 때문에 하천과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해양투기를 금지해 상당수 감소하긴 했지만 처리 문제는 여전하다.

메탄가스 문제도 심각하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발생량 37%가 다름 아닌 이 녀석들로부터 나온다. 축산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데 특히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23배나 크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에 의하면 쇠고기 1kg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36.4kg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로 250km를 주행할 때와 전구를 20일 동안 켜놓았을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때문에 파차우리 박사는 자동차 사용량을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지구 온난화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축이 환경에 주는 이런 악영향 때문에 채식을 했을 때 얻는 효과 역시 상당하다. 한 사람이 완전채식을 한다면 숲을 1년에 1,200평이나 회복할 수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일곱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절제해도 매년 숲을 1,200평씩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기 먹는 즐거움을 완전히 내려놓긴 어렵겠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환경을 위해 참을 수 있지 않을까.

텃밭 가꾸며 싹트는 환경사랑

직접 텃밭을 가꾸며 먹거리가 식탁에 오는 과정을 피부로 체험하는 교회가 있다. 상추·고추·토마토·쑥갓 등이 자라는 남양주의 작은 텃밭은 새사랑교회(담임:이수경 목사)의 소소한 자랑거리다. 친환경 농법으로 전 성도가 함께 작물을 키우는 이곳은 아이들이 피부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놀이터이자 학교가 되고 있다.

텃밭에서 키워진 작물은 교회 식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성도들이 직접 찾아와 가꾸고 식탁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그래도 남는 작물은 노원구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나눈다. 겨울철이면 직접 키운 배추를 따다 교회에서 함께 김장을 담그는 것도 도시에서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이다.

새사랑교회가 멀리 남양주까지 나가 텃밭을 가꾸기로 결정한 것은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좀 더 가까이서 경험하고 느끼기 위해서다. 약간의 수고를 들여 물을 주고 가꾸는 것뿐인데도 텃밭에 갈 때마다 몰라보게 자란 작물들을 보며 이것을 키우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된다.

텃밭을 통해 자연을 피부로 느끼고 식물이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성도들은 환경을 대하는 자세부터 달라진다. 이수경 목사는 “자연이 어떻게 자라나고 숨 쉬고 또 우리 때문에 상처 입는지 직접 느끼는 것과 글로만 환경운동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또 “하나님과의 관계가 먼저 회복되고 그에 따라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와의 관계도 회복돼 맺히는 열매가 환경운동”이라며 “한국교회가 하나님 형상을 회복하고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죽음의 밥상에 생명을 심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사무총장:이진형 목사)는 일찌감치 밥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명밥상 운동에 나섰다.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생명밥상 운동은 하나님과 생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바탕으로 밥상에서부터 신앙인의 양심을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는 재료 선택부터다. 재료 선택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우리의 시선을 식탁 위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키워지는 과정부터 식탁에 오기까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건강한 식사는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싱싱한 제철 채소와 과일이다. 몸에 좋고 지구에 좋은 것은 철 따라 주어진다. 제철이 아님에도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활용되는 비닐하우스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은 토양 건강을 망친다.

그 다음 단계는 절제다. 지나치게 풍성했던 우리 식탁을 조금은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찬수를 줄여 간소한 상을 차리고 단순하게 조리하여 먹을 만큼 담아낸다. 육식보다 곡식과 채소를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명밥상의 마지막은 식탁을 접는 것에서 끝난다.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최소한으로 배출된 음식쓰레기는 재활용해야 한다.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20조원이나 된다. 느리게, 가볍게, 조금씩 먹는 일. 그리고 밥상의 시작과 끝에서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 바로 생명밥상 운동이다.

기환연은 “내 즐거움을 위해 차려진 밥상이 자연과 이웃을 굶주리고 신음하게 하지는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며 “창조세계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며 이웃을 돌보는 일을 밥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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