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라는 마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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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이라는 마취제
  • 지용근 대표
  • 승인 2018.06.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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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세상 - 53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충격적이라 표현하면서 경제팀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실업률이 10.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 5월보다 7만 2천 명 증가해 2010년 1월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새롭게 고용정책을 수립해야 할 상황에까지 몰렸다.

통계는 그 사회 현상의 민낯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통계가 있어야 전략이 나온다. 기본 현실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전략은 구름잡는 소리 밖에 안된다.

그런데 필자가 한국교회 통계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계는 통계, 교회는 교회다. 의미있는 통계자료가 엄연히 나와있지만 이를 통해 전략수립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든지 아니면 기존의 방식에 너무 익숙해서 변화하기가 어렵든지 두 가지 중 하나다.

예컨대 작년 말 한목협(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조사(2000명, 온라인조사)한 통계자료를 보면, 개신교인들은 자신의 출석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6%나 된다. 그런데 비개신교인들은 자기 집 주변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7%밖에 안된다. 서로 간의 인식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보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교회 입장에서는 억울할만 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수치는 세상이 교회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왜 세상이 교회의 지역사회 기여도에 대해 인색한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전도 수단으로 삼아서 그런지, 아니면 보여주기 식으로 삼아서 그런지 말이다. 이런 통계치가 나와도 개교회에서, 교단에서, 기독교단체에서 자성의 목소리 또는 개선전략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침체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안주하려고 하는 기존의 익숙함이라는 마취제에 취해있는 듯하다. 익숙함이라는 마취제에 깨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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