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공연…문화예술에 예수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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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공연…문화예술에 예수를 심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18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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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컴퍼니 대표 최무열 감독

학전에서 시작한 뮤지컬 인생…기독교 문화계에 ‘한 획’

‘마리아 마리아’에서 ‘하모니’까지…시련은 있지만 ‘직진’

▲ 최무열 감독은 후학들을 가르치면서도 작품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제자들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04년 소극장에서 시작해 그해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마리아 마리아’. 여우주연상과 극본상, 작곡상까지 4관왕에 오른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뮤지컬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마리아 마리아’를 제작한 하모니컴퍼니 대표 최무열 감독은 현재 백석예술대학교(공연기획전공)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동시에 기독교 세계관 안에서 의미 있고 볼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 윤복희 권사 등과 함께 뮤지컬 ‘하모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 기독교 문화계에서는 ‘한 획’을 그은 제작자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 삶과 신앙, 기독교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하모니 공연 후 허준호 배우, 윤복희 권사와 함께.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성악을 전공한 최무열 감독은 유학 시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접한 뒤 한 눈에 ‘이 길이 나의 길’임을 직감한다. 뮤지컬 인생의 출발점은 ‘지하철 1호선’으로 잘 알려진 ‘학전’. 김민기 대표가 이끄는 학전은 설경구, 장현성, 김윤석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배출한 한국 최고의 극단이다.

스텝으로 들어간 그에게 어느 날 김민기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넌 앞으로 뭐가 되고 싶으냐.”

‘좋은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는 그의 대답에 김민기 대표는 “그러면 배우를 하라”고 권했다. 배우들을 가르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배우의 길과 음악 감독의 길을 함께 걷기 시작했다. 학전에서 5년, 한국 최고의 뮤지컬회사인 ‘신시컴퍼니’에서 5년을 보내며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명성황후’‧‘갬블러’‧‘사운드오브뮤직’‧‘렌트’ 등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겜블러’라는 작품을 가지고 일본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그의 마음속에 불현 듯 공허함이 찾아왔다. 세상에서 알아주는 작품들을 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언제까지 라이센스 뮤지컬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을 담은 작품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다. 당시 다니던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시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를 물었더니 미국의 ‘윌로우크릭’이라는 교회를 찾아가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 길로 시카고행 비행기를 타고 예배에 참석했는데 마침 9‧11테러 1주기를 기념하는 예배가 드려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가지고 어떻게 예배를 드리는지를 배운 소중한 계기가 됐다. “내가 전공한 뮤지컬로 예배를 드릴 수 있겠구나.” 그렇게 만든 작품이 바로 ‘마리아 마리아’였다.

 

뮤지컬 선교의 꿈

사실 ‘마리아 마리아’를 처음 제작할 때는 그 취지와 방향을 이야기하면 한국교회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문턱은 높았다. 이후 “세상에서 먼저 성공해야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빠른 시간 안에 성공가도에 올랐다. 최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하나님께서 급하셨던 모양”이라고 회상했다.

초라한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작품이 빠른 시간 안에 대극장용으로 바뀌었고, 작품의 확장이 빠르게 이뤄졌다. 그리고 나서 국내 최고 권위의 상까지 받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세상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니 교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신학교는 모두 다 가서 ‘마리아 마리아’를 올린 것 같아요. 놀라운 체험을 한 것은 총신대학교 양지성전에서였는데 저희가 공연을 하면 보통 기립박수를 받아도 앞에서 뒤로 일어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뒤에서부터 1000여명이 차례로 일어나면서 기립을 하더군요. 남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일어난 게 아니라 관객들 각자가 그만큼 큰 감동을 받았다는 뜻이지요. 그 모습이 제게는 ‘이제야 기독교다운 작품이 나왔다는 의사표현’으로 보였어요.”

최 감독은 ‘마리아 마리아’에 담긴 성공요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자기 자신을 다 내어주기까지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꼽았다. 그리고 뮤지컬 문법에 맞게 예술성을 견지하면서도 기독교의 복음을 잘 전달한 ‘균형 잡힌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2006년 오프브로드웨이를 거쳐 본격적인 브로드웨이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자본과 경험의 부족으로 철수했던 것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마리아 마리아’ 이후 최 교수가 아끼며 자랑하는 작품으로는 ‘하모니’를 꼽았다. ‘마리아 마리아’에 이어 윤복희 권사와 함께 최근까지 무대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하모니’를 들고 K뮤지컬 로드쇼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에도 다녀왔다. 이후 홍콩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 감독은 이것을 ‘선교적 기회’로 보고 있다. ‘마리아 마리아’처럼 노골적으로 예수가 등장하는 작품과 달리 하모니는 작품 안에 ‘예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그 안에 자연스럽게 예수의 형상을 숨겨 놓았다. 일단 보여만 주면 그 다음 일은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좀비’라는 작품도 있었다. 기독교 작품의 제목을 ‘좀비’라고 지었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살았지만 죽었고, 죽었지만 살아있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역설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이 작품에서 최 교수는 좀비 바이러스를 치유할 유일한 방법으로 백혈병에 걸린 주인공의 ‘아들’을 설정했다. 그가 희생돼야만 백신을 만들 수 있고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거기 숨겨져 있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든 작품 안에 복음을 숨겨두죠. 어른들 입장에서는 왜 하필 ‘좀비’냐고 하셨지만 젊은이들에게 예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좋은 소재였던 겁니다. 당시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공연계가 완벽하게 무너졌고, 좀비도 함께 막을 내렸죠. 좋은 작품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 뮤지컬 하모니 커튼콜 당시의 모습.

물려주고 싶은 유산

최 감독은 “최근 공연한 하모니의 경우만 봐도 지극히 상업화된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흥행’할만한 코드가 전혀 없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티켓파워 넘치는 남자 배우’‧‘외국 소재’는 기본이다. 그럼에도 그는 하모니는 살아남기 위한 장치를 작품 곳곳에 심어뒀다. 매 회 공연에 2팀의 새로운 합창팀을 초청해 작품의 일부로 무대에 올린 것이다. ‘보는 작품’에서 ‘참여하는 작품’으로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한 의도를 가진 작품도 흥행에 실패하면 3년 안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 그만큼 기독교 문화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온라인 티켓 플랫폼 ‘인터파크’를 통해 올라간 작품이 200여 편에 달하지만 기독교 작품은 고작 20여 편에 불과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해서 기독교단체들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작품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죠. 그만큼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연기를 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작품을 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고 있죠. 좋은 콘텐츠 하나는 10~30년을 가고, 100~200명을 먹여살립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 점을 강조합니다. 너희들이 배우는 과목은, 너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작품을 살릴 수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꼭 하죠. 그래서 뒤 돌아 볼 수 없습니다. 제 인생의 모토가 되는 성경 구절도 ‘손에 쟁기를 쥐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천국에 필요 없다’는 말씀입니다.”

현재 최 감독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다. 그들이 다음 세대 기독교 문화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을 “인생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한다.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무대에 올리는 이유도 선생으로서 이렇게 열심히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기독교 문화에 종사하려는 후배들에게 “기도만 한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그만큼 혹독한 연습으로 프로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 안에서 자라고 성장한 친구들이 세상 작품에 들어가서 이겨내야 한다”고도 했다. 그것이 배우 본인에게도 한국교회에도 좋은 길이라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 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되는 연극 햄릿 포스터.

한편 최 감독이 이끄는 ‘하모니 컴퍼니’는 오는 22일부터 7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년 만에 연극 ‘햄릿’을 상연한다. 제1회 ‘대한민국예술문화인대상’과 제1회 셰익스피어 어워즈 ‘젊은 연출가상’ 및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 작품은 ‘3인극’으로 이호협, 류지완, 서지유, 김형균, 김성겸 등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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