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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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 허진권 교수
  • 승인 2018.06.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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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미술 간파하기 (62)
▲ 오승언, 피에타, 가변설치, mixed media, 2018

오래 전부터 필자의 작품에서 형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물이나 동물의 표정을 표현하지 않으니 작품이 건조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의 천정화, 특히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아담의 창조’를 보고 여러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 후부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아담의 창조는 창세기 1장 27절의 말씀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해석이다.  당시로서는 아주 기발한 발상이였으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불후의 명작이다. 이와 같은 회화만 아니라 그는 조각가로 더 유명하다. 작품 중에 다비드상이나 피에타상은 그가 20대에 제작한 것으로 천재성이 빈틈없이 발휘된 작품들이다. 그 중에서 피에타상은 예수님의 죽음과 성모의 애통함이 아주 잘 표현된 작품이다. 

소개하는 작품은 오승언이 개인전에 출품한 설치작품이다. 우리가 입는 옷에서 넓은 면의 천을 모조리 오려내고 재봉선만 남긴다. 그리고 그 것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제작하여 설치한 것이다. 그 옆에 흰색과 검정으로 칠해서 옷걸이로 설치한 것들은 예수께서 처형당하시던 당시의 군중들로 지금 우리들은 물론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기도하다. 

작가는 재봉선만 남아서 옷으로는 온전하게 구실을 못하는 상태를 자신의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특히 흰옷은 섬유질까지 하얀 순결의 흰옷이 아닌 페인트를 칠하여 흰색인 척하는, 기독교인인 척하는 그런 가식적인 우리들의 상태를 비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과연 온전한가? 우리들이 입으로만 말하는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 삶에 존재하는가? 

작가는 이처럼 알곡이 빠진 쭉정이인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시대 우리들의 신앙적인 생활이나 종교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질문하고 있다.

허진권 / 목원대학교 기독교미술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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