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초대총장 윤인구 목사를 아십니까”
상태바
“부산대 초대총장 윤인구 목사를 아십니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14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대 김재호 교수의 신작 ‘부흥의 우물’
고인의 삶 쫓으며 경험한 신앙 성숙 담아
▲ 부산대 초대총장인 윤인구 목사. 그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일본과 영국 등지에서 유학하며 넓은 세계를 경험했다. 그는 부산대를 떠난 뒤 연세대 4대 총장으로 신촌 캠퍼스 조성에 큰 기여를 했으며, 1986년 눈을 감을 때까지 청교도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생전에 모은 2억원의 재산을 부산대에 후진들의 장학기금으로 희사했다.

돌무더기 땅에서 오늘의 부산대를 일구어낸 초대총장 윤인구 목사. ‘작은 예수’로 살다  초라하게 사라진 그의 감춰졌던 삶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2년, 학교를 떠난 지 58년 만이다.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이자 캠퍼스부흥미션선교회 공동대표로 사역하고 있는 김재호 교수가 최근 ‘차가운 돌덩어리에 생명체를 조각한 참 교육자’ 부산대 설립 초대총장 윤인구 박사를 조명하는 책을 펴냈다. 

김 교수는 최근 열린 ‘부흥의 우물’ 저자와의 만남에서 “빛을 잃은 교회, 생명이 사라진 교육 현장에서 ‘윤인구’라는 인물을 통해 거룩한 다음세대를 일으키는 ‘부흥의 우물’, ‘작은 예수’로 거듭나는 실마리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책은 크게 ‘윤인구’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와 윤 총장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저자가 영적 도전을 받고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기도 중에 ‘윤인구를 드러내라’는 마음을 받았다”며 책을 쓴 계기를 소개했다. 믿기 힘든 신비한 이야기이지만 하나님은 놀라운 사건들을 통해 가려져 있던 윤인구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그 분은 한국 역사에서 잊고, 부산대에서 잊은, 지난 30년간 누구도 기억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기도 가운데 뜬금없이 한 인물을 드러내라고 하시기에, ‘왜 해야합니까’ 하고 하나님께 물었죠. 당장에 이유도 모르고 그분에 대해 저도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이분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저부터 뜨거운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제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윤인구 총장에 대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을 통해 하나님이 보여주시는데 그때마다 제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교육자로서 이분의 삶이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목사이자 교육자 윤인구
학교가 세워질 당시만 해도 지금의 부산대 자리는 사람도 살지 않고 교통편도 없던 황량한 곳이었다. 윤 총장은 그 곳에서 ‘미친 사람’·‘꿈꾸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상아탑을 쌓아 올렸다. 청년기엔 부흥목사로, 장년기엔 농촌과 농민을 위한 계몽자요 교육자로서, 노년에는 사회봉사자로 활동했다. 그의 인생항로를 정해준 기독교와의 만남은 일본 유학시절이었다. 1920년 명치학원 중학부에 입학한 그는 성경과 톨스토이, 사회사업가의 체험록 등을 접하면서 기독교교육에 뜻을 두게 됐다. 명치학원에서 대학과정인 신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의 프린스턴대학, 영국의 에딘버러대학원을 마치고 1931년 진주 옥봉리교회(현 진주교회)에 부임한다. 

부산 초량교회의 이약신, 마산 문창교회의 주기철 목사 등과 경남 3대 교회의 하나를 맡은 젊은 목사 윤인구는 이후 마산복음농업실수학교를 거쳐 해방 후 일본인 교사들이 떠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시 여는 등 교사 양성에 힘을 쏟았다. 1946년엔 부산대학교의 설립인가를 받아내고 1953년 종합대학 승격을 이뤄냈다. 그해 초대총장에 부임한 그는 1955년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전동 돌밭계곡에 미군의 원조로 부지를 마련한다. 
 

부산대에 남은 부흥의 흔적
그는 부산대를 하나님이 가꾸시는 천상화원처럼 꾸미기를 원했다. 책에는 윤인구 총장이 직접 그린 ‘부산대학교 동래캠퍼스 평면도’가 실렸는데 커다란 종(鐘) 모양의 형상이다. 김 교수는 “윤 총장님은 하나님의 진리가 부산대학교에서 영원히 메아리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며 현재의 박물관 자리가 예배당이었다는 것과 본관 1층 입구 캐노피의 지붕 위에 십자가를 그려 넣은 것 등을 설명했다. 

▲ 최근 열린 저자와의 만남에서 김재호 교수는 윤인구 총장의 자취를 쫓으며 교육자로서 자신의 삶과 태도가 변화됐다고 고백했다.

김 교수는 책 제목에 쓴 ‘부흥’의 의미에 대해 “부흥은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을 만나면서 내면적 변화가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교회 및 사회까지 그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것”이라며 “한 명이 부흥을 경험한 뒤 그 옆 사람에게 전달되면 그것이 부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윤인구라는 ‘작은 예수’가 경험한 부흥, 그것을 발견하고 경험한 제 개인의 부흥을 함께 나누며 또 다른 ‘작은 예수’로 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령 초대문화부장관은 “인간의 지성만으로 온전한 교육을 이루려는 시도는 이미 실패했다”며 “나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받아 그 뜻에 치열하게 순종한 이들에 의해 세워진다는 사실을 또 다시 확인했다”고 추천의 말을 전했다. 이 장관은 또 “이 책은 시대를 뛰어넘어 참된 교육의 정신을 일깨우는 윤인구의 치열한 삶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