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당 연간 64kg 사용, 플라스틱에서 자유하라"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18 - “편리함이 부른 환경 재앙, 미래가 어둡다” 한현구 기자l승인2018.06.11 23:02:45l수정2018.06.12 00:02l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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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발표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중국 대륙을 충격에 빠뜨렸다. 주인공은 지난해 서울환경영화제 국제부문 대상 수상작인 ‘플라스틱 차이나’다. 영화에 등장하는 11살 소녀 ‘이제’의 삶은 폐쓰레기 속에 둘러싸여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폐플라스틱을 씻는 물에 세수를 하고 폐비닐을 태워 밥을 짓는다. 눈 덮인 언덕에서 놀듯 쓰레기 더미에서 구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화면 밖으로까지 그 매캐한 냄새가 전해질 정도다.

영화는 중국 정부까지 움직였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폐플라스틱 등 24가지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여파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쳤다. 중국이 쓰레기를 수입을 중단하자 재활용 수거 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한 것이다. 몇 주 동안 한국 거리는 갈 곳 잃은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어마어마하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해류를 따라 빙빙 돌며 거대한 덩어리를 이룬다. 그것들이 자이어(환류)라고 불리는 거대한 소용돌이 해류를 만나서 한데 모여 쓰레기 섬을 형성하게 된다. 2011년에 발견된 남태평양 자이어의 쓰레기 섬은 그 면적이 3,000,000km²으로 인도 대륙보다 크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PVC 플라스틱은 비스페놀 A, 납, 다이옥신, 수은 등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해 암과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PS 플라스틱은 뇌와 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소인 스티렌 분자를 용출시킨다. 성인을 대상으로 100시간 동안 플라스틱 제품만 사용하도록 한 실험 결과 독소가 최소 3배에서 최대 13배까지 많이 검출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상당하다.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부터 버려질 때까지 지구에 고통을 준다. 플라스틱을 제조하기 위한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수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버려진 플라스틱을 소각할 때도 이산화탄소와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이 발생한다. 태우지 않는다 해도 자연스럽게 썩기까지 기다리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

▲ 플라스틱은 제작부터 폐기까지 지구에 고통을 준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회 속 숨은 플라스틱 찾기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하는 비닐봉투의 양은 평균 420개. 플라스틱 사용량의 경우엔 64.1kg로 미국(50.4kg)보다 많고 중국(26.73kg)에 비하면 2.5배나 많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교회가 있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새생명감리교회(담임:강석주 목사)다. 새생명감리교회는 성도 수 120명 정도의 중소형교회임에도 환경부를 설치하고 적극적으로 창조세계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시작은 주방에서부터다. 새생명감리교회의 주방에서는 플라스틱을 찾을 수 없다. 일회용 컵 역시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환경부 부장으로 섬기고 있는 조옥향 권사는 “주방이 개선되지 않으면 환경을 말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그릇과 컵은 모두 사기그릇으로 바꿨고 남은 음식을 싸갈 땐 비닐 대신 반찬통을 사용한다. 야외예배를 드릴 때조차 일회용품의 유혹을 뿌리친다. 육류를 구매할 때 사용되는 비닐을 줄이기 위해 교회 식단을 채식 중심으로 전환했을 정도다. “교회 식탁이 풀밭”이라는 농담 섞인 핀잔도 있지만 몸과 환경을 생각하면 오히려 미소가 번진다.

주방 외에도 교회 곳곳에는 생각지 못한 플라스틱이 숨어 있다. 부활절 계란을 예쁘게 장식하는 띠가 대표적이다. 전도용으로 나눠주는 음료와 간식을 감싸고 있는 것도 대부분 일회용 컵과 비닐이다. 그래서 새생명감리교회는 삶은 달걀을 반찬통에 담아 거리전도에 나선다.

지금까지의 변화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먹어야 맛있다”는 근거 없는 편견부터 깨뜨려야 했다. 하지만 어버이날에 어르신들에게 텀블러를 선물하고 매년 환경주일을 지키는 등 꾸준한 교육으로 인식을 바꿨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어 지난 10일엔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 동참을 선언했다. 교회는 월 1회 비닐·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날을 정해 실천하기로 하고 장바구니와 텀블러 사용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또 비닐·플라스틱 줄이기를 생활 속에 적극 실천한 성도들을 선정해 9월 말 시상할 예정이다.

조옥향 권사는 “내 시대에서 끝나면 상관없지만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지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며 “나부터, 우리 교회부터라도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바꿀 수 있다. 행함으로 복음을 말하지 않는 교회는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텀블러 콘테스트’ 즐거운 환경실천

색다른 방법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교회도 있다. 새사랑교회(담임:이수경 목사)는 성도들이 쓰지 않는 재활용품을 기증하면 상품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몽골 은총의숲 나무심기 캠페인에 후원한다. 교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도 버려질 재활용품을 활용해 꾸몄다.

성도들이 즐겁게 환경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색다른 이벤트도 준비했다. 2009년에는 텀블러 꾸미기 콘테스트를 진행해 자발적으로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올해는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 콘테스트를 벌일 계획이다.

지난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은 센터의 첫 번째 발걸음을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으로 정했다. 유미호 센터장은 플라스틱이 ‘달콤하고 살벌한’ 물질이라고 표현한다. 사용할 땐 너무 편리하지만 그 위험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은 대단한 실천을 요구하지 않는다. 먼저는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아주 간단하다. “비닐(플라스틱)은 괜찮아요. 가방에 담아갈게요”라고 말하면 된다. 작은 실천의 날갯짓이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유미호 센터장은 “플라스틱이 사람과 환경에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교회에서 한 주간 사용한 일회용품을 교회에 전시해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볼 수 있게 하거나 오는 7월 3일 ‘비닐 쓰지 않는 날’을 교회 성도들이 함께 실천하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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