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기획자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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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기획자는 하나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11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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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승일희망재단 박성자 상임이사

루게릭 병 속에서 환우들에 희망 전하는 재단 실무
최근 유명인들 중심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 ‘재가동’
올해 초 병원 부지 매입…건축 위해 모금 활동 박차

▲ 박성자 이사와 가족. 가운데가 박 이사의 동생 박승일 선수다. 박 선수는 스스로 말할 수 없고 스스로 숨쉴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래도 난 아직 살아있다’는 메시지로 어려운 환우들, 그리고 환우 가족들에게 희망을 나누고 있다.

션, 다니엘 헤니, 박보검, 트와이스 등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다시 활발하게 시작됐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이른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한 사람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면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10만원을 기부해야 한다. 국내에선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도 10만원을 기부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한국에서는 승일희망재단(공동대표: 박승일, 션)이 기부 창구가 됐다.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승일희망재단 박성자 상임이사(분당우리교회 집사)다. 승일희망재단 대표 박승일 선수의 친누나이기도 한 그를 만나 그의 가족의 삶을 바꿔놓은 신앙, 그리고 재단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범한 주부 희망 전도사가 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박 이사의 동생 박승일 대표는 농구의 인기가 최절정을 이뤘던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팀 연세대학교의 선수였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아자동차 농구단에 입단했으나 선수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1998년 일찍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2년간 유학을 마치고 만 31세에 국내 최연소 코치로 선임되기도 했지만 부임 4개월 만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팔과 다리가 굳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다.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됐을 때에도 그의 활동은 가족들을 통해 계속됐다.

루게릭병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부모님은 아들의 간병과 삶을 맞바꿨고 누나는 계속해서 모이는 기부금을 모으고 관리하는 재단의 실무를 맡게 됐다. 그때부터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박 이사의 꿈은 루게릭 환우와 가족들의 힘겨움을 덜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좋은 뜻으로 모인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자고만 생각했던 일은 점점더 커졌다. 주변의 돕는 손길도 늘어났다. 주로 음악가들이 무료로 재능을 기부했다. 작은 하우스 콘서트에서부터 시작해 대극장에서의 콘서트까지 이제는 공연기획이라면 전문가가 다 됐다. 그런 와중에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시작됐고, 각종 후원물품 판매도 규모를 더했다. 올해 초에는 그동안 모인 돈으로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요양병원’ 부지도 매입했다.

“승일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차피 아픈 몸이지만 꿈을 통해 다른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그건 승일이 본인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마찬가지죠. 어두운 면만 보고 우울해 하기보다는 희망을 보려고 해요. 그걸 통해 승일이도 긍정적인 힘을 얻더라고요. 얼마 전엔 승일이에게 ‘너는 시작만 했지 니가 한 게 뭐 있느냐’고 농담을 했더니 걔가 그래요. ‘누나가 한 게 뭐 있어. 주변사람들이, 그리고 하나님이 다 하셨지’라고요. 정말이에요. 승일이가 시작한 것도 중요하고 가족들이 이어 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모두를 하나님이 하셨다는 겁니다.”

 

감사할 수 없는 상황 속 감사한 이유

어려움도 많았다. 동생이 아픈지 16년이 지났다. 박 이사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올지 몰랐다”고 했다.

“사실 저는 작년 초만 해도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도 들었어요. 동생을 보고만 계신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어요. 물론 재단을 통해서 일을 이뤄 가시는 것에 대한 감사는 있었지만 개인의 삶을 두고 볼 땐 섭섭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렇게 고통스러운데 15년 이상을 하나님은 붙잡으라고 하시는지……물론 부모님이 붙잡고 계시니까 흘러 흘러가는 거 같아요.”

그러나 동생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 누나로서도 큰 힘을 얻게 된다. 박 이사는 이 ‘희망’이 환자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견뎌낼 최고의 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선수보다 오랜 기간 병과 싸우며 버티는 환우도 있다. 박 이사는 이 모두가 “가족의 힘”이라고 했다.

“가족이 환우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이에요. 가족이 지쳤는데 환우가 버티는 경우는 본 적이 없죠. 승일이의 꿈은 아마도 그가 견디는 힘이 됐을 겁니다. 물론 병세는 더욱 악화됐어요. 글자판을 보면서 눈을 깜빡여줘야 우리가 그걸 보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점점 더 깜빡임이 미세해져갑니다. 그렇지만 승일이의 병세가 진행되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부모님도 저와 같은 생각일거예요. 아픈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아픈 일이니까요. 승일이가 원하는 것도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 ‘살아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박 이사의 가족은 원래 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믿음의 시작은 박 이사 본인이었다. 동생의 발병 진단이 있기 3개월 전 “교회를 다니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승일 선수의 루게릭 확진이 있었고, 그 일로 하나님께 온전히 매달리게 됐다. 승일 선수를 포함한 가족도 신앙생활에 동참하게 됐다.

“오히려 제 신앙에는 부침이 있었죠. 반면에 부모님은 정말 견고해지셨고, 승일이도 마찬가지였어요. 동생은 저희 목사님(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설교를 좋아해서 늘 빼놓지 않고 들어요. 대전에 사는 여동생도 제가 어떻게 전도해보려고 애를 써도 잘 안 됐는데 최근 스스로 교회에 나가고 제게 은혜를 나누더라고요. 제 힘으로 하려고 할땐 안되던 게 ‘나도 모르겠다’하는 시점에 풀리는 것이 묘하게 느껴져요. 지금은 가족들이 저보다 신앙이 더 좋은 것 같아요.”

 

▲ 승일희망재단 박성자 상임이사

고마운 사람들, 앞으로의 꿈

작년 말 기준으로 ‘승일희망재단’에 모인 기부금은 40억 원을 돌파했다. 돈 많은 독지가 한명이 아닌 작은 정성이 모인 기적 같은 결실이었다. 특히 연예인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역할이 컸다. 공동대표인 가수 ‘션’이 각종 매체를 통해 재단 홍보에 박차를 가했고, 소녀시대의 수영과 엑소의 수호, 빅뱅의 지드래곤 등이 재단에서 만든 기부상품을 SNS에 ‘인증’하면 순식간에 동이날정도로 팔려나갔다. 특히 ‘위드아이스’라는 브랜드로 만든 팔찌는 홈페이지의 스테디 셀러다.

3년 전 진행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재단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끼쳤다. 그때 모인 모금액만 1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시 언론이 캠페인의 취지보다는 연예인들의 참여나 모금액, 재미삼아 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일찍 그 열기가 사그라졌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기 전에 행사의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어 3년 전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루게릭 희망 콘서트’에도 매번 많은 가수들이 무료로 공연에 참여해주고 있고, 관객들도 반응도 좋아 박 이사는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이제 병원 부지를 마련했으니 절반정도 왔을까’ 생각했는데 박 이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병원 건축에만도 40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희망을 품고 기대하는 환우들과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박 이사는 쉬어갈 틈도 아깝다.

“여태까지는 큰 기업의 참여도 없었고, 교회 차원의 참여도 미비했습니다. 정말 작은 돈이 모여서 여기까지 온 것이죠. 대단한 기록이자 기적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다시 6~7년이 더 걸린다고 하면 환우들이 지칠 것 같아요. 그래서 기업이나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요. 우리는 모금액을 사용할 때 1원까지 사용처를 다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진정성 있게 봐주시는 만큼 더욱 신뢰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들도 인간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멋진 기획이었다고 확신해요. 앞으로도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동생의 꿈, 동생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그 꿈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승일희망재단에 모인 기부금은 루게릭요양병원 건립과 지원, 루게릭병 환우의 의료비 및 의료기기 지원을 위해 쓰인다. 후원은 온라인(승일희망재단 홈페이지 www.sihope.or.kr)과 계좌(병원 건립 후원 계좌:국민은행 609537-04-000869, 환우 후원 계좌:국민은행 839237-04-013877 예금주:승일희망재단), 위드아이스 기부상품 구매(www.withice.or.kr)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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