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만 살아있는 사회가 바로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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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만 살아있는 사회가 바로 지옥이다
  • 정소영 미국 변호사
  • 승인 2018.06.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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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세상 / 정소영 미국 변호사
▲ 정소영 미국변호사

최근 낙태죄폐지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진행되면서 ‘낙태’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하여 청와대를 향한 ‘낙태죄폐지’ 국민청원이 있었고 이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은 이제 우리 사회가 2012년 헌재의 위헌 판결 (2010헌바402)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며 정부는 이를 위해 실태조사부터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추세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성도덕이 해체된 서구사회에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일생을 사랑하고 헌신하기로 언약했던 결혼과 그 결혼 위에 아이들을 낳아 성립된 가정이 무너지면서 성규범이 해체되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그 다음 수순으로 낙태가 합법화되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밟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1973년 Roe v. Wade 사건을 통해 임신 6개월 때까지는 자유로운 낙태가 가능하도록 낙태를 합법화한 이후,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립대학 보건소에 사후 피임약을 상비로 구비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대생들이 언제든지 편리하게 약을 먹고 화장실에서 태아를 배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고, 가장 최근에는 아일랜드 역시 과반수이상 국민의 찬성투표로 자유로운 낙태가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낙태죄의 폐지를 논하면서 우리는 흔히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립을 전제로 하지만 사실 낙태죄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도대체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 존재라고 본다면 수정란이나 배아의 분열 초기, 심지어 뇌와 손발이 형성된 이후일지라도 인간으로서 아무런 독자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기에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낙태를 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이는 엄마가 자기 몸속의 아기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불필요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없앤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맹장수술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반면 인간이 단순히 물질로 구성된 살덩어리가 아니라 창조주가 부여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되는 그 순간부터 영혼이 깃든 존엄한 존재가 탄생한 것이 된다. 뱃속에 든 아기는 비록 탯줄에 의지하여 생명을 키워나가지만 엄마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유전적 조직과 독특한 잠재력을 가진 한 개인으로 성장해 나가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낙태란 살인행위이며 도덕적으로 결코 사회가 용납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낙태의 대부분은 강간으로 인한 임신, 혹은 산모의 건강이 위독한 경우 등이 아니다. 이런 경우들은 모자보건법의 낙태죄 예외사항을 통해 이미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한 경우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인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이유로 원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생명을 지워버릴 수 있는 이기적인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청년만 살고, 장년만 살고, 노인만 살아있는 사회,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없는 사회, 무고한 생명이 죽임 당하는 사회는 지옥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생명을 죽이면서 한걸음 한걸음 그 지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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