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예산도 못 세운 감리교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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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예산도 못 세운 감리교 ‘총체적 부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06.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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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실행위 개최, 위기 속에서도 기득권 지키기 급급
▲ 기독교대한감리회 실행부위원회가 지난 1일 열렸지만 6월이 되도록 본부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직무대행 해임안 상정 등 혼란 지속, 재선거 로드맵은 가동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세웠지만 감리교 정상화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오랫동안 뿌리내린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운영을 떨쳐내지 않고서는 재선거를 해도 매년 똑같은 사태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1일 제6회 총회 실행부위원회를 열고 소송으로 인해 미뤄왔던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새 회기가 시작된지 6개월이 다 되도록 예산안도 편성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 부실이 한 눈에 드러났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수년째 본부 예산을 회기 시작 전에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산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예산안을 오늘도 상정할 수가 없다. 본부 회계부에서 정확한 자료를 주지 않는다.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산을 올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불투명한 상황’은 소위원회와 본부 회계부와 예산액에 약 5~6억 원의 차이가 나는 것을 뜻한다. 예산을 더 늘릴 수도 있는데 본부에서는 축소된 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본부 측은 “전년도 미수액이 예산에 매년 잡히는 것일 뿐, 연회비를 근거로 한 예산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감리교 본부 예산은 각 교회가 내는 본부부담금을 근거로 한다. 통상 74~75억 원의 예산에 세워진다. 매년 예산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예산의 상당부분은 인건비로 소요된다. 예산소위원회는 평균적인 수입이나 전년도 결산을 근거로 각 부서의 사업안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면 된다. 한마디로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감리교는 이 예산안 하나로 벌써 6개월을 소진했다. 다시 말해 6개월 동안 발전적인 사업을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본부 일각에서는 “매년 예산편성이 늦어지는 것은 예산을 더 가져가려는 부서 혹은 사업단위의 신경전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전년도 결산을 기준으로 각 부서의 사업안을 평가하여 예산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예산소위원회의 직무지만, 결국 6월에도 예산안을 상정하지 못함으로써 무능력한 실행위원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심지어 2017년도 결산도 이날 처리되는 등 총회 행정 전반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감리교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보다는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이 계속 연출됐다. 신학교는 신학교대로, 본부 직원들은 직원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안에만 관심을 보였다.

신학교의 경우, 지난해 입법총회에서 ‘감리회 교역자 필수과목’을 8개 새로 편성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감리교는 ‘교리와 장정’에 필수과목을 삽입하면서 교역자 양성에 필요한 과목을 추가 교육 시키도록 각 신학교에 하달했다. 하지만 신학교 현장에서는 당장 신설된 8과목을 가르칠 교수들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행위원회에서도 시행을 유보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실행위원회에서는 “시행이 2019년 2월부터고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고 교리와 장정은 총회에서만 다룰 수 있다”며 논의를 마쳤지만 결국에는 커리큘럼을 기득권으로 여기는 신학교수들의 벽을 넘지 않고서는 시행이 어려운 법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본부는 ‘임금피크제 관련 논의’라는 이름으로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사실은 정년 연장안건이었다. 본부측은 “2017년 1월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60세 이상 정년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임직원 정년 개정안을 상정했다. 감리교 직원들은 사무원 50세, 서기 55세, 기능직 58세, 과장 58세, 부장 60세로 정년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사무원과 서기 정년을 법에 따라 60세로 늘리면서 과장과 부장 등의 정년은 65세로 더 높게 조정했다. 평직원들의 정년이 늘어나기 때문에 과장과 부장 등 고위직의 정년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본부에서 일하는 목사 직원들의 경우 60세에 은퇴하면 자원은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은급 수급 대상도 되지 않아 실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안정적 고용을 위해 65세 정년 연장을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실행위원회에서 선임한 이철 직무대행에 대한 해임안도 올라왔다. 감리교 교리와 장정 제3장 제8조에 ‘감리회의 지방회 경계는 행정구역을 따라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구역은 피선거권을 제한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이철 직무대행이 속한 강릉중앙교회가 강릉북지방회로 교회를 이전했지만 지방회를 옮기지 않아 피선거권이 없다는 것이다.

직무대행 자격문제는 다시 전명구 감독회장과 관련된 소송 취하 논란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철 직무대행은 “재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소를 취하하지 않을 것이며, 변호사를 교체한 것은 전 감독회장과의 유착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소명했다. 하지만 6월 21일 고법 항소심 결심공판 이후에 소 취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재선거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면 소를 취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감리교는 현재 선거무효소송 고법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당선무효가처분과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이의신청 등 다수의 재판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제32회 총회 선거관리위원회 예산 및 시행세칙을 확정했으며, 사실상 오는 9월 감독회장 재선거를 포함한 감독선거 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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