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 결국 신앙…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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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 결국 신앙…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0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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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에서 한인 목회하는 장준식 목사, 신간 들고 내한
괜찮지 않은 세상 속 신앙인이 붙잡아야 할 희망 제시
▲ 장준식 목사는 지난달 30일 벌떼교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괜찮지 않은 세상 속 괜찮은 단 하나의 이유 ‘하나님’을 소개했다.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미국교회, 그중에서도 가장 엘리트들이 모인다는 실리콘벨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장준식 목사(세화교회)가 최근 신간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벌떼교회에서 진행된 ‘괜찮아, 하나님이 계시니까(아이러브처치)’ 저자와의 만남에서 장준식 목사는 “미국에 사는 장점은 한국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가슴 아픈 고국의 현실 가운데 자신의 책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자본주의가 가져온 공허

미국에 간지 15년, 담임목회를 시작한지 14년째 된 장 목사는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를 언급하면서 우리사회가 급변하게 된 계기로 1997년 IMF 사태를 지목했다.

“IMF 원조를 받으면서 미국은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 체재로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금융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진 않았죠. 금융자본주의의 특징은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는 겁니다. 자기 자신까지도 상품화하죠. ‘문화상품’, ‘관광상품’처럼 지금은 어디를 가도 뒤에 ‘상품’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연예인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지 않고 아티스트로 여겼다면 이제는 본인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죠.”

장 목사의 표현대로 그가 살고 있는 미국은 금융자본주의의 ‘끝판 왕’이다. 처음 미국에 갈 때만 해도 그런 사실을 몰랐기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금융자본주의의 시스템이 한국에 이식되면서 사회를 급변시켰다. 한병철 교수가 지적했듯이 대학생들이 요즘 데모를 하지 않는 이유는 ‘먹고 살기 좋아서’가 아니라 ‘적이 없어서’다.

“예전에는 명백한 적이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적이 있었죠. 금융자본주의의 가장 안 좋은 점이 바로 성과의 주체나 모든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는 겁니다. 사회적 실패의 탓도 나 때문인 거죠. 자기계발서가 엄청나게 나오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더 잘나고 내가 더 예뻐야 합니다. 성형과 웰빙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생이 괜찮지 않은 겁니다. 어떻게 괜찮겠어요. 괜찮게 살려면 나 스스로를 못살게 굴어야 하고 잘나야 하는데, 안 괜찮으니까 마음에 공허함이 찾아오고, 악한 감정이 일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장 목사는 TV에서 자살뉴스가 나오고 고독사 이야기가 나오면 교회의 책임을 먼저 생각한다. 결국엔 해결책은 ‘사랑’이고 사랑이야말로 교회가 가장 잘하고 잘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 목사는 신작 ‘괜찮아, 하나님이 계시니까’라는 제목 가운데 ‘괜찮아’ 다음에 나오는 ‘,(콤마)’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인생에 대해 긍정할 때, 괜찮은 이유가 “하나님이 계시니까”라고 말하려면 이 ‘,(콤마)’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창세기 4장부터 25장까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각 장마다 저자가 발견한 “하나님이 계시니까 괜찮은 이유”들이 제시된다. 등장인물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하나의 드라마처럼 내용이 구성돼 읽기 편하다. 특히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따뜻한 문장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

 

역설적인 상황 이겨내는 신앙의 힘

장 목사는 특히 5장의 ‘신앙은 패러독스다’라는 제목의 챕터에 이 책의 정수가 담겼다고 소개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러 가면서 겪은 갈등과 고민이 담긴 챕터다.

“신앙이 어떻게 패러독스(역설)이고 어떻게 그것을 받아내고 이겨내는지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의 관점으로 풀었습니다. 살면서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확신보다는 넘어지고 의심이 들고 그런 가운데 모호하게 느껴지고 모순되게 느껴지는 때가 많습니다. 그런 신앙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아브라함처럼 끝까지 하나님을 붙들고 나갈지를 다뤘습니다. 아브라함은 패러독스한 상황 속에서 신앙의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100세에 약속해서 주신 아들을 바쳐라? 살다보면 우리도 이런 상황을 마주합니다. 대부분이 도약하지 못하고 넘어지죠. 누군가는 신앙을 잃고 누군가는 신앙이 있는 척 살아갑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믿음으로 한 단계 도약한 아브라함의 모습은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도 ‘괜찮아’라는 긍정을 붙잡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시대의 아픔에 대한 절절한 공감의 능력이 시적 감수성과 결합하고, 거기에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일관된 경외심이 더해진 책”이라며 추천의 말을 남겼다.

시인 고진하 목사는 “한 문장도 허투루 쓰이지 않았고, 성경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인간의 삶에 대한 꼼꼼한 성찰,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인다”며 “교회가 자본의 악령에 삼켜지고,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잃어버려 자꾸 천박해지는 오늘의 종교 현실에서, 이 책이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잠을 깨우고, 성경을 사랑하는 이들이 예수의 정신을 자기 몸으로 구현해 살아가는 변화의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한편 장준식 목사는 연세대학교와 미국 에모리대학교에서 공부했고, 현재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으로 PhD 과정 중에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회는 어떠한 의미를 지닌 공동체이어야 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교회론을 정치(철학)신학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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