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가진 것 나눌 뿐…대단한 일은 아니죠."

매달 수입의 절반을 기부하는 '의정부 천사' 윤현묵 청년 김수연 기자l승인2018.06.04 15:36:53l수정2018.06.11 20:29l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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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어르신과 노숙인에게 복음 전해 

SNS에 사연 전해지자 폭발적 반응…436만회 '클릭' 

"대단한 일은 아니죠. 요즘 1+1(원 플러스 원) 많잖아요. 아이스크림 사서 하나는 제가 먹고 길 가다 노숙 삼촌 있으면 또 하나 드리고.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친구도 생기고 좋죠."  

낮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늦은 저녁에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과 차가운 길거리 노숙자들에게 살뜰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복음을 전하는 28살 청년 윤현묵씨(의정부 행복한교회). 그는 자신의 선행을 멋지다고 치켜세우는 주위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손 사레를 치며 이렇게 말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달에 40만원 남짓 버는 현묵씨는 생활비를 제외한 20만원을 꼬박 어르신들의 필요를 채워드리는 데 사용한다. 어두컴컴한 밤길 노인들이 혹여 변이라도 당할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야광조끼를 나눠드리고 쌀이나 반찬, 소소한 간식거리를 챙겨드리기도 한다. 미안해서 어떻게 얻어먹느냐는 어르신들의 말에 나눠주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착한 거짓말을 보태기도. 

가끔씩 경계를 보이는 어르신들도 "어머니~ 삼촌~"이라고 부르며 아들처럼 살갑게 다가오는 현묵씨에게는 결국 마음 문을 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렇게 어르신들과 친해지면 현묵씨는 종종 그들의 집으로 가서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고 예수님을 전한다. 몸소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현묵씨의 일상을 담은 영상은 기독교 방송사 CGNTV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개재돼 조회수 435만회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어르신 돕는 '의정부 천사'
그가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을 섬기기 시작한 때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길에서 우연히 쓰레기통을 뒤지는 한 어르신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집에 와서도 그 장면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았죠. 내가 그런 분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힘내시라고 음료수를 하나 사드렸는데 차츰 교제가 깊어졌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현묵씨는 제법 듬직한 덩치 탓에 '짱돌' 혹은 '물범'이란 별명을 갖고 있지만 할머니들과 노숙자들 사이에서만큼은 '의정부 천사'로 불린다. 그의 진심에 감동해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고마움을 표한 어르신도 있었다. "하루는 한 어머님으로부터 '지금 집으로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돼 단숨에 달려갔더니 뜻밖에 소고기까지 구워 올린 밥상이 차려져있었죠. 당신이 해준 것 없이 받기만 해 미안하다고 준비했다는데… 그때 밥맛은 잊을 수가 없어요." 

이쯤 되면 그는 모태신앙까지는 몰라도 어렸을 적부터 열심히 교회를 다니면서 한 없이 바르게만 자라온 청년일 듯싶다. 그러나 실상 현묵씨의 삶은 한 편의 반전드라마였다. 5년 전 처음 교회에 발을 들였고, 심지어 그 전까지는 인생의 목적과 이유도 모른 채 '될 대로 돼라'는 식의 세상에 찌든 삶을 살았다. 의미 없이 들어간 대학은 1년 만에 자퇴했고 군대를 전역한 후에는 엘리베이터 수리기사·냉장설비기사를 비롯해 대부업체 직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공허함과 허무함은 지울 수 없었다. 

오랜 방황을 끝낸 열쇠, 복음 
그랬던 그에게 '믿음'은 정말 '선물'처럼 찾아왔다. 23살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점에서 운명처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목사님을 만난 것. 당시 크리스천이었던 패스트푸드점 사장님의 부탁으로 지역교회 목사님이 매일 밤 매장으로 와 직장예배를 드린 것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 또한 하나님의 예비하심이다.

"일 끝나면 밤 11시가 넘는데 졸리고 피곤하니 당연히 처음에는 도망갔죠. 그런데 목사님은 한 번도 저를 강제로 붙잡고 예수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대신 틈날 때마다 제 이야기와 고민을 많이 들어주셨죠. 그렇게 5~6개월쯤 지났을까. 어느 날 문득 '힘든데 목사님 따라 교회나 한 번 가볼까' 싶더라고요." 


하지만 현묵씨는 한동안 교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나 같은 죄인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라는 정죄함이 스스로를 찔렀다. "교회는 깨끗한 사람만 가는 곳 같았어요. 부끄러운 제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내가 교회를 검게 오염시키는 건 아닐까 생각했고요. 그렇게 '내가 교회에 다닐 자격이 있나' 끊임없이 의심하고 두려워하던 즈음 수련회에 가게 됐는데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을 부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하나님이 '그러니까 네가 와야 한다. 교회는 상한 심령들이 모인 곳'이라고 말씀해주시면서 저를 인격적으로 만나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체험한 그의 삶에는 하나, 둘 변화가 일었다. 상황은 그대로일지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하나님은 낮은 자를 들어 쓰신다는 믿음이 가슴에 차오르면서 사명을 품게 됐다. "하나님이 열매를 얻기 위해 씨를 뿌리셨듯이 저를 이 땅에 보내신 이유와 목적도 있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이제껏 목적 없이 방황했던 삶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현묵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인 27살 한국성서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해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신학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구원의 감격을 맛보게 한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더 널리 전하고 싶었던 것. "소위 벌레만도 못했던 제가 신앙을 통해 달라졌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 영혼이 살아나는 은혜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죠."

영혼구원을 향한 간절함 
하지만 헬조선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막상 현묵씨도 주머니를 탈탈 털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란 마냥 쉽지는 않았다.

"저도 가끔 취업 준비에 열심인 제 친구들을 보면 '내가 너무 현시대와 동떨어진 삶을 사나?' 싶었죠. 그런데 그건 인간 윤현묵의 생각이고 성경은 하늘의 상급과 보화에 더 큰 관심을 두라고 말해요. 하나님을 만난 뒤부터 제게는 한 사람과 한 영혼의 가치가 제일 중요해졌어요. 과거 돈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을 적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기쁨이 없고 삶이 구멍 난 것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비우면 비울수록 행복하고 평안해요." 


이렇듯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 이 사역에 대한 확신이 더 크다고 자신하는 현묵씨. 물론 그도 사람인지라 사역 초반에는 '전도하면 저들도 진짜 변할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예수님처럼 좁은 길을 가겠다는 그의 결단에 하나님은 응원이라도 하듯 강하게 응답하셨다.

"우연히 거리에서 한 노숙자가 막걸리를 마시고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을 부르는 걸 봤어요. 순간 '나도 그랬지'란 생각에 아차 싶더라고요. 나는 변했는데 저 사람은 안 변한다고 장담할 수 없잖아요. 비록 제가 바라는 때에 결실을 볼 수 없을지라도 분명 언젠가는 저 영혼들도 하나님께로 돌아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졌다. 현묵씨는 자신의 사역이 하나님의 기쁘신 뜻이라는 걸 어떨 때 가장 크게 느낄까? 아마도 '물질이 똑 떨어졌을 때 기막힌 타이밍으로 후원을 허락하시는 하나님' 수준의 간증이 나오겠거니 하며 우문을 던졌으나 예상치 못한 현답이 돌아왔다.

"후미지고 낮은 곳에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다 우리 엄마, 아빠 같아서 마음이 짠해요. 더욱이 그런 분들에게 다가가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항상 예수님이 옆에 계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죠. 제 과거에 비춰 봤을 때 저 혼자서는 절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이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이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꿈이 무엇이냐고 또 한 번 우문을 던졌다.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왔을까. "오갈 곳 없는 어르신들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어요. 간혹 어떤 이는 '게을러서 노숙자가 된 건데 왜 도와주느냐'고 말해요. 그러나 반대로 노숙자에게 힘내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사람은 얼마 없죠.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어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제 꿈은 바로 이런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아픔을 치유해주는 교회가 돼주는 것입니다." 

자신이 덤으로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기에 전혀 대단할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고백하는 윤현묵씨. 쓸쓸한 자의 손을 맞잡고 친구가 되어주는, 그의 '대단하지 않은' 헌신을 통해 그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얻으리라. 하나님 안에서 한 걸음씩 내딛는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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