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하면 ‘전파선교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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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하면 ‘전파선교사’라고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5.3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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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봅시다-‘선교사’ 호칭에 대해

은연 중에 파고드는 마케팅 수법 자각해야

최근 해외에서 사역하고 계신 선교사님 한 분을 알게 됐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역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대화 중에 뜻밖의 핀잔을 들었다. 왜 우리나라 기독교방송국에서는 후원자를 ‘방송선교사’, ‘전파선교사’로 부르냐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선교사란 모름지기 타문화권 사역을 위해 선교지로 파송 받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후원금 몇 푼 냈다고 ‘선교사’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평생을 타문화권 사역을 위해 헌신해 온 선교사로서 방송국들의 이런 행태가 ‘선교사’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뜻밖의 핀잔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선교사님 얼굴에 가득한 섭섭함을 보니 차마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속으로는 “우리 모두가 선교적 사명을 받고 이 땅에서 부름을 받았는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것까지 있느냐”며 반박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교사님의 말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선교사님들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놨다. 의외로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이 “나도 평소에 불만이 많았다”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대화를 통해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먼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선교적 사명’이지 결코 모두가 ‘선교사’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선교 동원가이자 인터서브 선교회 부대표로 사역하고 있는 송기태 선교사는 “모두가 선교사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정한 선교적 삶은 선교를 삶의 특별한 부분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 선교적 관점이 녹아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체에서 활용하는 ‘선교사’라는 용어와 관련해서는 “좋게 말하면 후원자를 격려하는 차원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교인들 안에 있는 수직적·신분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방송국에서 ‘전파선교사’니 ‘방송선교사’니 하는 말들을 쓸 때 그런 부분까지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은연 중에 ‘후원자’보다는 ‘선교사’가 더 높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목사 출신 선교사’와 ‘평신도 출신 선교사’를 위 아래로 구분짓는 악습과도 맞닿아 있다. ‘목사 선교사’ 아래에 ‘평신도 선교사’가 있고 ‘전파 선교사’ 혹은 ‘방송 선교사’는 그 아래쯤에 위치하는 걸까? 

모든 가치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복음을 전한다면서도 수직적인 가치체계를 타파하지 못하는 것, 생각할수록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 나아가 그런 정서를 교묘하게 이용해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것은 ‘선교’뿐 아니라 ‘복음’에 누를 끼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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