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경보호는 희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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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경보호는 희생이 아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5.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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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살면서 절기에 맞춰 기사들을 쓰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찔릴 때가 있다. 고난주간에만 주님의 고난을, 장애인 주일에만 장애인의 권리를, 여성 주일에만 양성평등을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때다. 

늘 삶 속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며 인권 수호에 앞장서왔던 양 펜을 놀리지만 정작 내 삶을 돌아보면 기사에서 비판하는 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본다. 그렇다 한들 그 찔림이 내 삶을 180도 뒤집어 놓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찔림에 무뎌지지 않으려는 노력일 테다.

6월 3일은 환경주일이다. 기사를 준비하며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내 삶을 들여다봤다. 조그만 양심의 가책에 비닐봉투를 웬만하면 쓰지 않기로 맘먹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만 손이 불편해지니 금방 간사한 마음이 생긴다. ‘내가 비닐봉투 몇 개 쓰지 않는다고 환경이 나아질까? 굳이 내가 이렇게 희생을 해야 할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희생이라 착각한다. 조그만 불편 몇 가지를 감수하는 것을 대단한 환경사랑이라 여기며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편이 낫다. 하지만 환경보호는 희생이 아니다. 자신의 필요를 알고 맞춰가는 과정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를 딱 하루치만 가져가게 하셨다. 이를 무시하고 분량에 넘치게 가져간 백성들도 있었지만 다음날이면 썩어 악취가 났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는 정말 필요한 만큼의 자원만 쓰고 있는가. 우리가 희생한다고 여기며 아꼈던 자원들은 사실 그동안 넘치도록 누려왔던 것은 아닐까. 각자의 삶을 냉정하게 성찰해보는 환경주일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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