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아프리카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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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아프리카로 오세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5.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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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불어권 아프리카 세계 이해와 선교 컨퍼런스’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막연한 오해와 두려움 풀어야

식민지배 상처 치유하고 실질적 빈곤 해결하는 사역 절실

“아프리카에 교회가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단기선교와 선교사 파송은 줄고 있습니다. 어떤 한 쪽 대륙에서 기근과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 가는데 이것을 외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도리가 아닙니다. 아프리카에 한국교회의 관심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의 아픔을 치유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설립된 아프리카미래개발협회(회장:장훈태 교수, 이하 AFDA)가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불어권 아프리카에 주목했다.

AFDA와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는 지난 26일 백석대 서울캠퍼스 비전센터에서 ‘불어권(아프리카) 세계 이해와 선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모두 멀게 느껴졌던 불어권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효율적인 선교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는 아프리카 현장을 직접 다니며 선교 탐사기를 남긴 장훈태 교수(백석대), 불어권 아프리카 전문가 임기대 교수(전북대), 프랑스에서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힘쓰는 김요한 목사(파리제일장로교회), 22년째 코트디부아르 선교사로 섬기는 백성철 목사(아비장한인교회), 역시 20년 넘게 토고 선교사로 사역하며 서부아프리카 선교를 주도했던 신인호 목사(부천영광교회)가 나섰다.

▲ 불어권 선교 컨퍼런스 발제자들이 토론으로 함께 했다. 왼쪽부터 장훈태 교수, 임기대 교수, 김요한 목사, 백성철 목사, 신인호 목사, 손동신 교수.

아프리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아프리카는 크게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남과 북, 그리고 동서를 나눈다. 이 중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아 불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마그레브 지역이라 불리는 북아프리카와 황금해안을 끼고 있는 서부아프리카 등 약 24개국이다.

이곳은 오랜 기간 식민 지배의 상처가 깊은 곳이다. 서부아프리카 해안을 통해 팔려나간 노예의 숫자만 수천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는 아직도 언어와 불평등 조약을 통해 아프리카 곳곳에 새겨져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다. 아프리카는 수천 개의 민족과 100개 이상의 언어가 공존하는 복잡한 공간임에도 우리는 단순히 흑인, 기아, 질병 등을 떠올릴 뿐이다. 단편적인 정보만을 접하며 생긴 오해와 막연한 두려움도 적지 않다.

특히 영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하는 우리나라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북·서부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는 더 적은 편이다. 지난해 서부아프리카 전체에 단 5가정의 선교사가 파송됐을 정도로 선교계의 관심이 미비하고 NGO의 구제와 경제적 관심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발제자들은 한목소리로 ‘아프리카에 가보지 않고 아프리카의 본질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훈태 교수는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마냥 기근과 질병만이 가득한 땅이 아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편협한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아프리카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본질을 이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 정치 구조, 종족사회, 종교적 삶과 가치, 인간과 자원을 섬세하게 이해한다면 더 이상 비극적인 이야기만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들어가 있는 NGO와 선교사들이 투자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아프리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인호 목사는 “그들의 삶과 문화의 저변에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토속신앙과 종교성이 있다”면서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서는 아프리카 대륙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에 필요한 사역은?

그렇다면 아프리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는 상처를 치유하는 사역이다. 김요한 목사는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남은 불어가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방식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불어권 아프리카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불어를 반드시 대체돼야 할 식민유산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2%에 달했다.

김 목사는 “우리나라의 예에서 보듯 언어를 바꾸는 것은 식민 통치 수단의 하나다. 수입된 불어는 아프리카인들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준 동시에 문맹자로 만들어놓았다”며 “이들의 언어 정체성을 회복하고 표기 수단을 정립하는 사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기대 교수 역시 “불어로 이야기할 때와 아프리카의 전통 언어인 베르베르어로 이야기할 때 그들이 마음을 여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며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살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때 선교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는 빈곤문제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역이 필요하다. 김요한 목사는 “기독교인이라면 아프리카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농업 분야의 전문적 연구를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장훈태 교수는 “복음의 불모지 같은 불어권 아프리카를 복음화 하려면 그들의 불만을 제거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빈곤, 이슬람의 남하와 민속신앙의 충돌, 세파프랑(불어권 아프리카의 단일 통화) 거부 운동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슈가 많다”고 분석했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한 전략도 논의됐다. 장 교수는 “이슬람 사원이 큰 도로변에 건축되는 것에 비해 교회는 마을과 숲속에 숨어있다”며 “교회 건축도 선교라는 생각으로 전략적으로 설립해 주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시대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성경적 지식재산을 창출할 것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신앙과 행위를 일치시키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 △선교 사역의 아이디어를 성경에서 찾고 성경적 매뉴얼을 인용할 것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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