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달해도 영적 갈급함 채울 수 없어"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16) 4차 산업혁명시대 이뤄지는 신학적 논의들 김수연 기자l승인2018.05.28 15:02:55l수정2018.07.18 14:09l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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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빠르게 파고들면서 '4차 산업혁명'은 바야흐로 거부할 수 없는 시대흐름이 됐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기술과 목회를 접목한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소외·양극화·탈종교화 등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 되는 바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든다. 이에 최근 목회자 및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의 변화와 상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와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어떤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의 역할과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설교로봇 등장에 교회 '영성공동체' 회복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핵심기술인 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 안 가장 큰 변화로 설교로봇의 등장을 꼽는다. 로봇이 방대한 정보를 토대로 원고를 작성하고 직접 강단에 올라 말씀을 전하는 것.

얼마 전 샬롬나비가 주최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외 기독교' 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주제가 다뤄졌다. 성경신대 명예교수인 이정현 박사는 설교로봇이 지닌 폭넓은 지적 정보는 설교자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설교로봇은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는 물론 개인적 체험이나 인격, 성도를 향한 사랑 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리스도는 기계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지 않았고 기계는 예수님을 믿어 구원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성도들에게 생명과 회개의 말씀을 전할 수 없다"면서 설교로봇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즉, 인공지능이 신앙생활을 풍성하게 해 줄 수는 있어도 '신앙'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기에, 하나님이 주신 기계문명의 유익은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설교자가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나서야 한다는 해석이다. 같은 포럼에서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 박사 역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내면의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다면서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것은 영성밖에 없다. 미래교회는 여전히 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를 진지하게 전하면서 '영성공동체'라는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독한 현대인에게 교회는 또 하나의 가족
AI시대에는 영성뿐 아니라 '가족공동체'로써의 교회 기능도 강조된다. 뉴미디어로 혼자 예배를 드리는 '신앙생활의 개인화'가 심화됨은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능력을 대체하는 초지능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인간소외'를 빚을 수 있기 때문. 기술의 전지전능을 신봉하고 기계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낮게 두는 인간소외는 나아가 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탈종교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우울·불안·상처·고독·상실감을 느끼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은 오히려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더욱 절실히 종교에서 찾을 것이며 교회는 이들을 치유하고 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기독교의 대응' 학술대회에서 한밭대 김정호 교수는 한 가지 재밌는 비유를 들어 가족공동체로써의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대국을 치르던 마지막 날 이세돌 9단은 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알파고는 비록 승리했지만 기뻐하고 교감할 수 있는 가족이 없었다"면서 "여기서 교회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그것은 갈수록 가까운 사람과 단절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공감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위로의 목회"라고 말했다. 기독교가 인간존엄과 사랑의 가치를 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가족공동체로써의 교회 기능은 4차 산업혁명시대 사회적·경제적 양극화에 따라 발생하는 소외계층을 품는 것으로까지 확대된다. 가령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회가 직업교육 등을 제공하는 것. 노인·장애인 등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고 반대로 지나치게 중독된 이들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활을 돕는 것도 앞으로 교회가 짊어질 숙제다. 김정호 교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커지는 시점에서 도리어 공의를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은 분명해 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크리스천 인재가 이끄는 4차 산업사회
그런가 하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다음세대를 올바르게 양육해내는 '기독교 교육'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사람 대신 AI와 인격적·성적 관계를 맺고 가상현실에 갇혀 사는 등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가 만연해질 수 있는 상황을 앞두고 기독교 교육이 청년들의 바른 인성과 가치관 함양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성서대 김웅기 박사는 "교회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나 윤리에 대해 명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봉사활동 등을 통해 성경말씀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예"라고 했다. 

아울러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크리스천 전문가들을 육성해 기독교가 4차 산업사회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가 주최한 '4차 산업과 뉴미디어에 관한 목회적 성찰' 학술대회에 자리한 총신대 박현신 박사는 "대학 등 전문교육기관들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마트목회 플랫폼을 개발하는 한편 창의적인 기독교 인재들을 각 분야별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독교가 사회와 괴리를 좁히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야함을 뜻한다. 

교회가 되새겨야 할 청지기적 사명
이렇듯 교회가 다각적인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인간이 세상의 선한 청지기적 사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거부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을 무조건 좋다·나쁘다 등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교회가 기술을 통제하고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현신 교수는 "목회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성도들이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태도를 갖지 않도록 인도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1~3차 산업혁명의 역사가 준 교훈과 명암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진리의 등대로써 교회가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아무리 큰 변화가 일어나도 모든 것을 주관하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각자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사역자로 굳게 서 있어야 한다. 특별히 과학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부르심의 사명을 더욱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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