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6년 만에 낙태죄 위헌여부 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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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6년 만에 낙태죄 위헌여부 공개변론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5.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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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태아도 하나의 생명체"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이 있은 가운데 기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낙태죄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재는 앞서 2012년 8월 낙태죄 조항에 대해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형법 제270조 제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69회에 걸쳐 낙태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 산부인과 의사가 지난해 2월 청구한 것이다. 

이날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더 우선하느냐'에 맞춰졌다. 청구인측 대리인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 할 뿐 아니라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임부의 건강권도 침해한다"고 했다. 

또 "형법이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여성들이 위험한 수술이 노출돼 있다"며 "임신 출산은 여성만 가능한데 낙태죄로 여성만 처벌을 받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법무부측 대리인은 "태아는 어머니와 별개의 생명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의이며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면서 "불가피한 경우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부당하다"고 맞섰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기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낙태죄 폐지 반대'를 외치며 낙태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함준수)와 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김현철) 등 기독교 및 시민사회단체 8곳으로 구성된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이하 낙반연)는 같은 날 공개변론을 앞두고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낙반연은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생명을 보호한다. 이러한 헌법정신을 담은 법이 낙태죄 규정"이라며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법은 지금까지 처벌보다는 생명을 소중히 여겨 낙태를 예방하도록 하는 기능을 해왔다"며 "낙태법 변경으로 생명의 원칙을 무너뜨릴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임산 부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있다"며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야 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헌재는 추후 평의를 거친 뒤 별도의 선고기일을 잡아 낙태죄 위헌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오는 9월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5명의 퇴임이 예정돼 있어 그 전에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가 24일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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