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어디서나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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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어디서나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5.2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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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탐방//섬마다 피어나는 사랑, 묵동성결교회

어려운 섬 교회 섬김 사역, 개척부터 지금까지 30년째

섬 마을 어린이 100여 명 초청해 매년 여름성경학교

▲ 묵동성결교회는 매년 섬 지역 교회 아이들을 초청해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한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도착한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바다를 친구삼아 놀던 섬마을 아이들에게 이곳은 한마디로 별천지나 다름없다.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난 아이들을 보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스스럼없이 장난치며 노는 모습은 마치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동네 친구 같지만 아이들의 고향은 각기 다른 섬이다. 흑산도, 청산도, 완도 등 다양한 섬마을에서 올라온 아이들이 한 곳에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묵동성결교회(담임:문교수 목사)의 ‘섬마을 여름성경학교’ 덕분이다.

묵동성결교회는 매년 섬 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서울로 불러 여름성경학교를 연다. 대부분 조그만 시골이라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할 여력이 없는 교회의 아이들이다. 처음엔 쭈뼛쭈뼛 어색하지만 천진난만한 꼬마들이 친해지는 데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서울로 모인 아이들은 3박 4일 동안 어울리며 함께 성경을 배운다. 마지막 날 롯데월드 소풍까지 마치고 나면 아이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고 섬으로 돌아간다.

나눔으로 더 커지는 기쁨

묵동성결교회의 ‘섬 교회 살리기’ 사역은 개척 초기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에는 섬을 방문해 그곳에서 성경학교를 열었지만 지금은 규모가 커져 아이들을 서울로 초청한다. 섬에 직접 가서 섬 교회를 섬기고 봉사하며 돕는 사역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묵동성결교회 문교수 담임목사

교회를 개척하고 38년 째 담임으로 섬기고 있는 문교수 목사와, 함께 섬 교회 사역에 참여했던 성도들은 이제 대한민국 섬이라면 모르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빠삭하다. 문교수 목사가 특히 어려운 섬 교회에 주목한 것은 문 목사 본인이 농촌에서 자라며 시골교회를 섬겼던 기억 때문이다.

어머니의 요양 차 내려갔던 진안에서 가족들이 오붓이 다녔던 성담교회. 하지만 3~40명이 출석하던 시골 교회에는 섬길 교역자가 없었다. 농촌을 돌던 순회 전도사가 오는 날이 예배드리는 날이었고 평소에는 집사님들이 돌아가며 성경을 읽고 새벽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신학을 하고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한 후에도 문 목사의 머릿속에는 시골 교회의 어려운 사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30여 년 전 섬 지역에는 갈 목사, 전도사가 없어 장로님이 목회하는 교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지키는 교역자가 없으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잖아요. 아이들은 교회의 미래 아닙니까. 교회가 다음 세대를 잃기 전에 도서 지역에 가서 아이들을 깨우는 사역을 해야겠다는 비전을 품게 됐죠.”

섬 교회를 돕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교회를 개척하고 자리도 채 잡기 전에 다른 교회를 돕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우리도 여력이 없는데 무슨 섬에서 여름성경학교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목사 자신도 갈등으로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하지만 당시 사역을 돕던 여전도사의 ‘하나님 일을 하는데 하나님이 도우시지 않겠느냐’는 믿음의 고백에 결심을 굳혔다.

성도 수도 많지 않던 개척 2년차. 하나님의 도우심만 믿고 원산도로 떠나 첫 ‘섬마을 여름성경학교’를 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흑산도, 청산도, 완도, 증도,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묵동성결교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여름성경학교가 열리는 섬 교회는 밥조차 지원할 여력이 없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행사준비부터 먹을 것까지 모두 묵동성결교회가 준비하고 헌금까지 하고 돌아온다. 하지만 아낌없이 베풀고 오는 성도들의 마음엔 기쁨만이 가득하다. 섬 교회에서 진심어린 감사를 담아 건네는 미역과 김 등의 특산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다.

“어려운 동네에도 아이들은 있거든요. 인형극하고 재밌는 공연들을 하면 안 믿는 친구들까지 동네 모든 아이들이 다 나와요. 재밌는 것 보여주고 먹을 것 주고 그렇게 섬을 돌며 성경학교를 열었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도용품을 나누면서 복음을 전합니다. 처음에는 문도 못 열게 하던 사람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열리고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요. 그런 기쁨을 누리니까 이제 성도들도 자원해서 섬으로 갑니다.”

▲ 섬 교회를 살리기 위한 묵동성결교회의 사역은 3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곳이 어디든 복음들고 가리라

묵동성결교회의 섬김은 이제 도서 지역을 넘어 곳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섬 지역 아이들을 섬겼듯 교회가 속한 중랑구의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다음세대가 살아야 교회가 살고 지역사회도 살아난다는 생각에서다.

세계 선교에도 힘쓴다. 태국에는 할렐루야 축구팀 선수 출신인 오필환 선교사와 동역해 태국어 성경을 보낸다. 교회 초기부터 선교사를 파송했던 카메룬에는 지금도 꾸준히 후원을 보내고 있다. 개척 초기부터 이어져 정체성처럼 새겨진 섬 교회 섬김 사역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된다. 교회의 사명은 오직 믿음의 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는 것이 묵동성결교회의 비전이다.

“세상에는 복음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섬 지역에 젊은 전도사가 들어가 사역하다가 목사 안수를 받고 나면 섬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끝까지 사명 붙들고 목회한다면 교회가 세워질 텐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라면 언제나 믿음의 밭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복음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곳이 바다건너 섬이라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시골이라 할지라도 사명을 지켜야 합니다. 언제나 복음이 필요한 곳을 향하는 교회로 주님 앞에 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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