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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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 강석찬 목사
  • 승인 2018.05.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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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최근 우리나라의 가장 큰 뉴스라면 한 달 전, 4월 27일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 남북 군사분계선을 손잡고 넘나들고, 회담을 한 사건이라고 하겠다. 이날 두 정상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해에 태어난 소나무로 기념식수를 했다. 상징적으로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사용했고, 표지석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이름을 새겼고,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 했다. 이 장면은 온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이 사건을 보도하는 매스컴의 뉴스를 보고, 듣고,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다. 

아주 작다면 작은 기사가 기독교연합신문 기자수첩(5월 13일)에 실렸다. 지난 5월 6일자 신문에 실린 두 정상이 기념식수후 기념 촬영한 사진에 대한 항의전화였다. 내용은 “기독교연합신문이 좌파인가. 어떻게 신문에 김정은 사진이 나올 수 있냐”며 구독불가를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사건이다. 기독교연합신문은 우파일까? 좌파일까?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파일까? 이런 물음이 얼마나 우매한 질문인지 잘 안다. 당연히 신문은, 기독교신문이라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 또 사진보다 더 정확하게 사건의 핵심을 전하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그 사진에 김정은이 나왔다고, 좌파로 규정하고 적은 구독료를 끊는 갑질 행위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질문도 새긴다. 기독교는? 교회는 어느 파일까? 좌파일까? 우파일까? 예수님은?

오래전 이규태 씨가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대한 글을 썼다. 소위 반도(半島)기질에 대한 것이었다. 대륙에서 흘러들어온 문명이 반도에서는 양극으로 갈라지고, 급하고 극단적인 형태로 형성되어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반도이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공산주의 이념은 세계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좌우의 이념대립으로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다. 지금은 휴전 상태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불러온 지도 어느새 70년이 넘었다. 그런대도 식탁에서까지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왜? 지금 온 나라가 좌우로 나뉘어 팽팽한 적대감을 가진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태극기와 촛불로 상징되는 대립이다. 또는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로 대변되는 갈등이기도 하다. 이 갈등의 상태가 너무나 탱탱하여 잘못 건들거나, 자극을 받으면 끊어져 멀리멀리 분리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끊어질까봐 걱정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가운데’가 사라졌다. ‘중간’이 없어졌다. ‘중용’(中庸)이 보이질 않는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길은 없을까?

철학자 헤겔(Hegel)의 변증법을 도식화하여 정반합(正反合)으로 해설한다. 그런데 합(合)이 없는 정(正)은 정(正)이 아니다. 합이 없는 반(反) 역시 반(反)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은 늘 합을 도출하지 못하고, 힘을 가진 정이 반을 핍박하거나, 힘을 가진 반이 정을 없애려 한데 비롯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현상을 걱정한다.
길은 없을까? 있다. 십자가 복음이다. 두 개의 정과 반의 작대기를 합쳐 십자가를 이루는 복음에 길은 있다. 다시 윤동주 시인처럼 십자가를 우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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