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도 혹시 젊은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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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도 혹시 젊은 꼰대?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5.2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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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헬조선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갑질’을 들 수 있다. 올해 초 고된 업무강도와 선배들의 인권유린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입 간호사에 의해 불거진 간호업계 ‘태움 문화’부터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린 어느 대기업 오너까지. 심지어는 캠퍼스 안에서도 선배가 후배에게 음주를 강요하고 ‘다나까’ 말투를 쓰게 하는 ‘똥군기’가 만연하다고 하니 갑질 연령은 더 어려지고 있고 그 기저에는 안타까운 ‘꼰대’ 문화가 있는 듯하다.

과거 꼰대라는 말은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였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 상대에게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고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을 지칭한다. 사사건건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라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회초년생·대학신입생 등 젊은 꼰대들이 특히 많아지고 있다. 새벽 1~2시를 넘기는 잦은 야근에도 다음날 지각은 1분도 허용되지 않는 직장 문화, 대학에 갓 입학한 후배의 말투부터 사생활까지 간섭하며 기합과 폭행을 일삼는 캠퍼스 문화 등 우리는 지극히 일상적인 곳에서 젊은 꼰대들을 마주한다.

젊은 꼰대들이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에는 대개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숨어있는 것 같다. 불과 몇 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윗사람의 만행을 별 다른 대안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거나, 약한 자 앞에서 강해질 때가 있다. 다시금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젊은 세대부터가 꼰대 문화를 근절해 선한 조직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다. 나부터가 누군가에게 ‘젊꼰’이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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