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에겐 권위가, 부교역자에겐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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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에겐 권위가, 부교역자에겐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05.2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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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제18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 지난 19일 방배동 백석아트홀에서 열린 제18회 개혁주의생명신학 포럼에서 동성교회 김재달 목사가 부교역자의 관점에서 한국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담임목사 단독으로 목회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물론 아직도 담임목사 홀로 고군분투하는 작은 교회들이 많지만, 미래의 교회는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각자의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하는 ‘공동목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방배동 백석아트홀에서 열린 제18회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한국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소위 ‘갑을관계’처럼 여겨지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입장에서 성경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부교역자의 성직의식 강화돼야

주제 강연을 맡은 성도교회 박성기 목사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현실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갑을관계로 인식하는 것이고 둘째는 부교역자들이 자신의 사역을 ‘거쳐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셋째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그리고 성도의 삼각관계에서 오는 인간적인 갈등과 분열 등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변화되어야 할 점 중 하나는 바로 목회자의 권위주의”라며 “담임목사가 권위주의에 빠지게 되면 부교역자들의 의견이나 제안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이 교회를 통제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행동은 부교역자들의 사역에 악영향을 끼쳐 경직되고 비창의적이고, 비자발적인 태도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담임목사의 권위적 태도도 문제지만 부교역자들의 성직의식도 관계를 훼손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박성도 목사는 “유치부 사역을 담당하는 파트교역자도 성직자다. 따라서 담임목사뿐만 아니라 모든 부교역자가 성직자이며, 외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맡은 사역을 소홀히 한다면 이것은 성직의식 결핍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를 △영적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예수 생명을 나눠가진 ‘생명적 관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은사적 관계’로 규정하면서 “권위주의가 아니라 권위가 있는 담임목사가 되어야 하며, 부교역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실제 목회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교역자들이 제도적, 재정적, 혹은 관계적 악조건이 산재해 있는 목회현장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되며, 자신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하나님의 일, 즉 성직이라는 의식으로 임해야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는 목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교역자에 대한 인격적 신뢰 시급

그렇다면 부교역자가 보는 시각은 어떨까?

부교역자의 입장에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사이의 성경적인 관계 세우기’를 제안한 동성교회 김재달 목사는 “부교역자들이 교회 현장에서 담임목사와 인격적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교역자의 80%는 담임목사와 ‘동역 내지는 조력자’로 인식하는데 반해 대부분의 교회가 부교역자를 담임목사의 ‘조력자’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목사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박힌 ‘서열문화’와 담임목사 1인 중심의 목회로 양적 성장을 경험한 한국교회의 상황, 그리고 채용과 해임을 성도가 아닌 담임목사가 하는 교권주의에 있음을 지적했다.

김 목사는 성경적 관계로 바울과 바나바, 바울과 디모데를 예로 들며 수평적 동역자 의식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직분의 동등성’과 ‘직분의 평등’이 정착되어야 하며 “모두 하나님의 일을 하는 목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법적 신분 차이를 없애기 위해 교회헌법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교회헌법은 부교역자가 담임목사에게 종속되어 불안하게 담임목사의 사역을 보좌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공동목회’로 담임목사에게 편중된 권한을 분산시킬 것을 제안하면서도 현재의 부교역자 제도 틀에서 공동목회의 동역 정신을 접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예수 생명 나눠주는 동역의 관계로

상담학적 관점에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갈등 해결도 제시됐다. 백석대 기독교상담학 손철우 교수는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과 목회비전을 공유하고,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의 권위와 목회철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교역자와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또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경쟁이 아닌 팀 사역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경계선의 문제는 한국교회 시스템의 문제”라며 “성경은 분명히 교회가 예수님의 몸이고 교인들은 서로 지체라고 말하는데, 교회 내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은 성경적인 모습이 아님에 분명하다. 교회 내에서 한 사람의 우월자가 되려는 시도는 교회를 성장시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교역자를 동역자로 세우기 위해 담임목사에게 치중된 영적 권위를 부교역자와 나눌 수 있는 교회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경청을 통해 연합을 경험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예수 생명을 소유한 자들이 그 생명을 나누어 주는 것”이라면서 “목회자 자신이 먼저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충만해야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가 그리스도의 생명과 사랑, 용서와 회개로 충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회예배로 시작한 학술대회는 학회장 임원택 교수의 사회로 부회장 이경직 교수가 기도했으며, 백석대학교회 담임 곽인섭 목사의 설교에 이어 김진섭 전 회장의 축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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