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적 여성' 강요하는 한국교회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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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적 여성' 강요하는 한국교회의 불편한 진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5.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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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한국교회와 여성배제' 포럼 개최
▲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이 17일 서울 삼일교회에서'한국교회와 여성배제' 포럼을 개최했다.

"몸집이 큰 자매는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형제들은 자매의 외모보다 믿음을 봐야 한다.", "남들은 우리 아내가 예쁘다고 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내 아내가 나를 쫓아다녔고 나는 관심도 없었다." 농담이래도 얼굴을 한껏 찌푸리게 만드는 이 말은 놀랍게도 어느 한 목회자가 설교 중 내뱉은 발언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우리사회 성평등 수준에 반해 가뜩이나 세상보다 더 높은 윤리적 잣대로 평가 받는 교회 안 '여성차별' 문제는 분명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대표:이문식 목사)은 이처럼 한국교회에 뿌리 깊고 일상적으로 자리 잡은 가부장적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차별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한국교회와 여성배제' 포럼을 17일 서울 삼일교회에서 개최했다. 

'한국교회와 기독교 문화 속 가부장주의의 실체'를 주제로 발표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권대원 준비위원은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설교를 비롯해 교회 안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다양한 여성 배제 및 차별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등 실제 봉사현장에서는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운영위원회나 그 부서의 리더를 맡는 이는 남성"이라면서 "여성은 목사 안수는 물론 교회 운영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결혼 적령기 자매들을 상대로 결혼학교 수업에 참여할 것을 강조하는데 주된 내용은 순종하는 아내이자 현명한 엄마, 정숙한 여인에 관한 것"이라며 "그런데 형제들을 상대로는 이 같은 내용의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권대원 준비위원은 "묵묵히 순종하고 섬기는 것만이 성경적으로 모범적인 여성인 것처럼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아무런 직분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들은 제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형편"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스스로 교회 내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관행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고 이것이 의사결정권자인 남성들과 성도들의 귀에 들릴 수 있도록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각 교회들도 여성들이 교회의 중요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차별받지 않고 있는 남성들이 여성의 열악한 처우를 깊이 깨닫고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문제 개선에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페미니즘, 미투 운동에 대한 남성들의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발제한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구교형 상임이사 역시 "한국사회와 교회에서 여성문제가 진전을 이루려면 관점이 바뀐 남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남성들이 이따금씩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 '페미니즘은 지나치다',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 '이제 여자들과는 회식도 가지 말고 여성 직원은 뽑지도 말자'고 불평하는 데 대해 "성차별적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에 익숙해진 남성은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깨닫기 어렵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다소 억울할지라도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투 운동의 한 복판에서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성배제를 넘어 인간성 실현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강호숙 외래교수는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게 아니라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와 고통이 계속되는 현실을 문제 삼아 남녀 모두 성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살아가도록 도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남자와 여자가 동일하게 창조됐다는 기독신앙과도 일치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오늘날 미투 운동은 '남자 대 여자'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피해자는 죄인'이라는 가해자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깨는 운동으로 해석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이에 "한국교회는 미투 운동을 단순히 지지한다는 선언에서 나아가 피해자 입장에서 서주는 일이 중요하다. 약자와 함께 비를 맞아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이 진정한 복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교계의 여성차별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강호숙 박사는 △교단 차원의 성폭력 매뉴 및 내외 전문가를 포함한 조정위원회와 대책기구 마련 △성범죄 처리에 대한 기록 공개 및 심사자 자격과 전문성 확보 △목사의 권징규례와 권징 후 목사직 처리에 관한 교회헌법 조항 신설 △신학교에 기독교 성윤리 등 커리큘럼 개설 △교인과 목회자를 위한 정기적인 성윤리 교육 실시 △교회 공동체의 젠더감수성 함양 △개인 존중과 은사에 따른 남녀 수평적 직분구조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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