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한다면 ‘조용히 골방에서’ 기도하자

서진한 목사/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l승인2018.05.16 09:05:47l14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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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 몇 달 사이에 다른 세상으로 이민 와 사는 듯하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남북 분계선을 손잡고 넘나들고, 북미 사이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훈풍이 분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핵공격까지 들먹이며 말폭탄을 주고받던 일이 마치 먼 과거 같다. 북한의 진정성을 다 믿기는 어렵겠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엔 과거와 다르다고 분석한다. 언론들도 진보, 보수할 것 없이 기대감 일색이다. 조심조심 잘 나아가면, 한반도에도 평화의 봄날이 이어지리라는 기대를 가져봄직하다.

생각하면 참 기적 같은 일이다. 교계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외친다. 그래서인가, 여기저기서 평화통일 관련 대형 집회를 개최한다. 내로라하는 분들이 순서자로 나선다. 그런데 왠지 뒤통수가 따가운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이 개운치 않은 감정은 왜 생겨날까?

그동안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을 염원했던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북한지도자 상을 불태우고, 태극기와 성조기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국기까지 흔들며 북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다. 물론 한국교회 안에는 다양한 집단과 경향이 공존하지만 한국사회는 주류 기독교회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고, 그렇게 이미지화되었다.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를 성찰해 봐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한국교회는 평화를 갈구하기보다는 남북 대결구도에 적극적이지 않았던가? 북에 대해서도 평화와 화해보다는 붕괴와 흡수를 바랐던 것은 아닌가? 불과 2년 전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서는 남북 사이의 화해평화를 주창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좌익으로 규탄하고, 거기서 탈퇴하자는 안건이 제출되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도 주요 평신도 단체들이 교회협 탈퇴를 주장하고 총회에서 이를 결의하려고 했다.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이 급작스런 변화 앞에서 잠시 멈추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이라면, 하나님의 뜻일 테고,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님의 역사 경륜에 반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돌이키고 뉘우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체, 저 단체 할 것 없이 대규모 평화통일 기도회를 연다. 그때 그 자리에 섰던 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 또 선다. 그러니 한국사회는 교회의 평화통일 염원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 지도자의 진정성이 의심받듯이, 한국교회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양해를 구하고 ‘돌직구’ 하나 날리자. 제발 이 시기에 대형 기도회는 열지 말자. 지금은 한국교회가 평화통일, 아니 통일은 먼 일이고 우선 평화를 놓고 대형 기도회를 열 때가 아니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평화로 돌이키기 위해 ‘조용히 골방에서’ 회개 기도해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말하면, 한국사회는 한국교회의 대형집회를 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사회 언론에서 한 줄도 다루지 않는다. ‘대규모’가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를 개선시키지 않는다. 도리어 거액의 행사비가 필요하고, 그래서 결국 신앙보다 돈이 중요한 우리만의 잔치가 되고 만다.

나는 바란다. 우리의 참회가 깊어져서, 교계지도자들이 어느 정치인보다, 대통령 문재인보다 더 평화를 갈구하는 분들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될 날을!

서진한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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