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을 파고드는 자기합리화 '영상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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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을 파고드는 자기합리화 '영상예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5.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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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영상설교 홍수 속 ‘중심’ 지켜야

고등학교 동창인 A는 늘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며 쉬는 시간이며 점심시간마다 묵상을 하던 친구였다. A는 해외 유학 당시 인터넷을 통해 B목사의 설교를 듣게 됐다. 그는 자연스럽게 주일 예배를 대신해 B목사의 설교 영상을 보게 됐다. 이같은 그의 신앙생활은 귀국 뒤에도 계속됐다. 바쁜 일이 있을 때면 직접 교회를 가기보다 온라인으로 영상예배를 드리게 됐고, 교회행사나 봉사, 모임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같은 생활이 이어진지 벌써 3년째. 그는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신앙생활을 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에는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들으려면 반드시 교회에 가야만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국내에만 5개의 기독교 방송국이 24시간 설교와 신앙 콘텐츠를 끊임없이 송출하고 있다. 

이같은 영상예배와 설교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선교도구임이 분명하지만,  신앙이 있는 이들에게는 교회를 선택하게 만들고, 도피하게 만드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회에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거나, 목회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교회가 멀어서 등등의 이유로 영상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떤 면에서 이기적인 자기합리화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독교방송에서는 여러 목회자의 설교를 송출하는데 정작 출연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이다. 5개 방송사가 제공하는 주간편성표를 기준으로 주일예배 송출 현황을 살펴봤더니 10여명의 목회자들이 주요 시간대를 ‘점령’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대형교회 목회자들이었다. 주일 하루에 방송되는 설교만 헤아렸을 때 어떤 목회자의 경우 5개 방송사에서 5번 이상 노출되고 있었다. 예배 설교는 방송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설교가 가진 콘텐츠로서의 가치나 다양성보다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콘텐츠를 내보낸다면 구태여 5개나 되는 방송사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국내의 한 대형교회는 올해 들어 ‘미디어교회’라는 이름을 붙이고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이나 출산 후 산모, 주일 근무자 등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 틀림없다.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이같은 시도는 계속 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영상설교’에 대한 신학적 고찰이나 여기에 임하는 성도의 바른 자세가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상설교의 목적을 상실한 채 자본주의 논리로 운영되는 각종 방송설교에 대해서도 분명한 가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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